[김중겸의 범죄사회학] 택시기사 강간범 처리, 뒤늦게 정신 차린 런던경찰

런던 경찰의 순찰 밴

[아시아엔=김중겸 전 경찰청 수사국장, 인터폴 부총재 역임] 2007년 7월 런던의 19세 여대생이 택시기사의 강간을 경찰서에 신고했다. 인상착의를 토대로 John Worboys, 일명 Terry the Minder 연행했다. 신고한 학생의 바로 그 기사다.

형사 “택시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학생 “샴페인을 한 잔 줘서 마셨다. 그 후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형사 “CCTV에는 당신이 내리면서 기사에게 손 흔드는 장면이 나온다. 기사는 이런 점을 들면서 consensual sex 동의하에 성교했다고 한다. 그런가?”

학생 “아니다.”

형사 “택시타기 전에 술 마셨는가?”

학생 “마셨다.”

형사 “그러고도 택시 안에서 또 마셨는가?”

학생 “그렇다.”

형사 “택시기사는 당신이 샴페인을 받아 마시며 먼저 유혹했다고 한다.”

형사들의 웃음 ‘훗훗’ 퍼져 나갔다. 신고한 여성의 음주를 조소하는 웃음이었다. “그게 바로 자업자득이야! 이 여자야!”라는 시그널이다.

뒤늦게 정신 차린 런던경찰

진술 외의 증거 없었다. 석방했다. 워보이스가 풀려난 2007년 7월부터 28세 여성 변호사가 신고한 2008년 2월까지 29건의 유사사건이 접수됐다. 방치되어 있었다.(피해자들은 나중에 런던경찰청을 상대로 직무태만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

2008년 3월 여전히 손 놓고 있는 경찰. 여성 변호사가 창피 무릅쓰고 언론에 제보, 보도됐다. 부랴부랴 경찰청에서 직접 다루기 시작했다.

각 경찰서에 신고된 택시기사 강간사건을 모두 모았다. 전담반 편성, 수사 개시했다. 워보이스 체포.

8년형에 재범위험성 없으면 석방

피해여성의 속옷에 묻은 정액의 DNA가 워보이스와 일치. 집에서 피해여성의 팔찌 확보. 피해여성의 체액이 묻은 전동 vibrator 택시 안에서 발견. 피해자를 흥분시키려고 사용했다.

피해자의 주소와 성교상황이 기록된 노트북 압수. 체포됐을 때를 대비하여 여성이 먼저 유혹했다, 동의했다는 식으로 자기에게 유리하게 써 놨다.

피해여성 12명 중 11명의 증거는 미흡했다. 단 한 건만이 증거로 채택됐다. 2009년 4월 21일. 쉰둘의 워보이스 최소형기 징역 8년+부정기형 不定期刑 판결에 그쳤다. 범행에 비해 너무 단기간의 처벌이었다. 부정기형 Indeterminate sentence for Public Protection(IPP)의 결정은 가석방위원회에서 한다. 최소형기 복역 후 ‘no longer danger to public’(더 이상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가석방하는 제도다.

그 흉악범을 벌써 풀어준다고?!

2018년 1월 4일 워보이스 예순하나. 가석방위원회는 “복역 10년 됐다. 재범 위험성 없다”며 석방 결정을 했다.

피해자들은 강간당한 지 10년이 지났다. 아직 악몽에 시달린다. 외출 힘들다. 택시 보면 공포감 엄습한다. 가정파탄으로 아이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런던의 2만5천 택시기사는 “우리 직업의 명예를 더럽힌 그를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택시기사+강간범=두 얼굴의 흉악범은 가둬놔야 한다고 요구했다.

2009년 유죄판결 뉴스를 보고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어 신고했다. 102건 접수됐다. 수사 중이다. 가석방위원회에서 피해자들에게 워보이스의 가석방을 심의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려야 했다. 피해를 비롯한 관계자의 의견진술 기회도 주어야 했다.

그런데 웬일인지 비밀리에 가석방을 심의·결정했다. 비난여론 비등했다. 가석방위원회가 흉악범 보호하는 사회단체냐! 피해자 무시하는 기관이냐! 위원장 사임했다. 위원 교체가 단행됐다. 법원은 가석방결정에 대한 집행정지 판결을 내렸다. 워보이스는 교도소에 남아 있게 됐다.

검은 모자 강간범은 심야를 십분 활용

강간대상은 런던 중심가에서 밤늦게 술 마신 후 택시로 혼자 귀가하는 여성. 35세 이하의 전문직. 유혹하는 대사는 “pick-up line.” 일단 승차하면 먼저 돈 가득 든 손가방 보여준다. “허, 참, 제가 횡재했지요. 복권에 당첨됐어요.” 또는 “카지노에서 큰 돈 땄어요.”

그리고는 “어때요? 나하고 축배 들지 않겠소?” 하면서 미니어처 샴페인 병을 든다. 술잔에는 미리 수면제 테마제팜을 발라 놓는다. 거기에 샴페인을 따른다. 때로는 잭 다니엘, 스카치위스키, 진, 보드카 등등.

date rape drug(테마제팜)+술=date rape cocktail을 마신 여성은 잠에 빠져든다. 택시 뒷자리에서 강간. 깨어났을 때는 기억 가물가물.

워보이스가 의도한 상황이 연출되게 만들었다. 무슨 일 있었는지 자초지종 정확히 모른다. 이래서야 경찰이 믿겠나. 신고 단념한다. 용기 내어 신고한다. 진술이 헷갈린다. 형사는 심지어 면전에서 피해여성을 타박한다. 조롱한다. “우리 바쁜 사람이요. 시간 좀 뺐지 마시오.”

택시 비치용 강간소품

술 세트; 샴페인, 잭 다니엘, 스카치위스키, 진, 보드카를 박스 안에 정렬해 놓는다. 여성에게 보여주며 마실 술을 고르게 한다.

강간도구(rape kit) 자기가 먹는다며 처방 받아 사거나 처방 없이 사는 수면제나 수면유도제, 여성용 vibrator, 콘돔(정액유출 방지), 비닐장갑(지문채취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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