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산책] ‘상상의 공동체’···국제부 기자·언론고시생 ‘필독서’

“나의 세계를 보는 안목을 넓혀준 책이다.”(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알파고 시나씨 기자] 필자는 2010년 9월 터키 <지한통신사>에 한국특파원으로 입사했다. 국제부 소속이었다. 입사 후 한달 간 국제부 신입기자들과 교육을 받았다. 당시 특별채용된 필자는 교육 이수 후 어디를 커버할 것인지 미리 정해져 있었다.

그러나 나머지 친구들은 국제부에서 어느 지역을 맡을지 미정이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본사 근무여서 보통 1~2년마다 담당 대륙 및 권역을 바꾸도록 돼 있었다. 어느 권역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전세계 유엔가입 193개국을 모두 맡아야 했다. 이들 수많은 국가들을 한눈에 어떻게 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그들에게 있었다.

필자는 한국에서 외신기자 활동을 하면서 서울대 외교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필자는 바로 거기서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 ‘문화민족주의’를 전공하신 최정운 교수님 강의 때였다. 교수님은 베네딕 앤더슨이 집필한 <상상의 공동체>를 필독서로 했다. 대학원 선배들은 필자에게 “<상상의 공동체>는 민족주의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경전같은 책”이라고 극찬했다.

책을 읽으면서 그 말이 그냥 하는 칭찬이 아니고 분명한 사실이라는 걸 깨달았다. 바로 그 순간 이 책은 민족주의를 연구하는 학자뿐 아니라 언론사 국제부에서 일하는 기자들에게도 ‘경전’이 아닐까 싶었다.

<상상의 공동체>는 2015년 인도네시아에서 별세한 앤더슨 교수가 현대국가의 탄생과정의 여러 사례를 통해 민족주의의 기원을 적확하고 정밀하게 서술했다. 필자는 이 명저를 처음 읽으면서 “기독교 신자들이 성경, 무슬림이 코란을 자주 읽듯이 ‘언론활동을 통해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을 꿈꾸는’ 국제부 기자들이 늘 옆에 두고 읽을 만한 책”이란 생각이 굳어만 갔다.

앤더슨은 이 책에서 민족의식의 기원을 먼저 서술한 후 현대 민족주의의 발전과정을 설명한다. 이론적 배경에 이어 그는 현대국가들의 탄생과정을 명쾌하게 제시한다. 제일 먼저 언급한 지역은 미국 대륙이다. 미국과 남미국가들은 어떤 과정을 통해 독립할 생각과 의지를 다지게 됐을까? 그들은 조국과 같은 종교, 같은 언어를 쓰면서도 굳이 헤어질 생각을 했을까? 이 어려운 질문에 앤더슨은 유럽의 왕국들이 어떻게 민족국가로 변신했는지 설명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한다.

이 책을 처음 읽는 사람은 현대국가의 탄생과정을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한번 더 읽으면 또 다른, 아니 어찌 보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게 된다. 필자는 이 책을 두번째 읽으면서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가 20세기 말 자본주의에 왜 무릎을 꿇었는지 이해하게 됐다. 저자 앤더슨의 탁월한 사회학적 분석은 독자들로 하여금 공산주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도록 이끈다. 동시에 민족주의와 자본주의 사이의 투명하면서도 강력한 관계도 알게 된다. 필자는 세번째 읽을 때 비로소 민족주의의 기원과 기독교 등 기성종교의 쇠퇴, 독립전쟁의 발생원인 등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네번째 읽을 땐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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