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알파벳-파키스탄] 민족·역사·지형·종교만큼 글자도 ‘다양’

파키스탄 대표 우르두 글자

우리가 하루 동안 읽는 글자는 모두 몇 자나 될까요? 우리가 하루에 사용하는 단어는 얼마나 될까요? 아무 것도 읽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며칠이나 견딜 수 있을까요? ‘나’와 ‘글자’에 대해 한번 생각해본 적이 있으신지요? 매거진N이 ‘알파벳’이란 보통명사로 통칭되는 ‘글자’의 이모저모를 살펴봅니다. 이집트·파키스탄·이탈리아 그리고 터키기자들은 무슨 얘기를 펼쳤을까요? <편집자>

[아시아엔=나시르 아이자즈(Nasir Aijaz) <아시아엔> 파키스탄 지부장] 파키스탄 공용어는 영어지만 펀자브어, 신드어, 시라이키어, 발루치어, 파슈토어, 우르두어 등 총 24개의 언어가 사용된다. 이들 언어 대부분은 모두 본래의 문자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페르시안 계통의 아랍 알파벳을 차용하고 있는 점에서 흥미롭다. 주요 언어를 살펴보자.

◇우르두어: 파키스탄 2억 인구 중 7%가 사용한다. 영국 식민지에서 벗어난 후 공식적인 국어로 지정되었으며 현재 공통어로 사용되고 있다. ‘우르두’는 튀르크족의 ‘군대’를 뜻하는 ‘Ordu’에서 유래했다. 후에 Zabān-i-Urdū라는 페르시아어로 바뀌었다. 왜냐하면 11세기 무슬림의 침략 이후 군대를 소유하고 있거나 인도 델리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통용어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우르두어는 북인도어, 페르시아어, 아랍어, 튀르크어 그리고 산스크리트어의 ‘Khariboli’를 혼용하면서 시작된다. 또 몇 세기에 걸쳐 영어와 같은 다양한 지역언어들과도 혼합돼다. 우르두어는 페르시안 계열의 아랍어라고 불리는 ‘페르시아 알파벳’의 변종으로 그 자체 ‘아랍식 알파벳’에서 파생되었다. 우르두어는 39개의 기본글자와, 특정한 문자 없이 서예체의 ‘Nastaʿlīq’ 문자로 쓰여진다. 아랍어는 ‘Naskh’ 방식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는 경우가 더 흔했다. 따라서 우르두어는 페르시아 언어를 기준으로 했다고 볼 수 있다.

인도의 총 22개 언어 중에서도 공식어로 공인되었다. 전문용어를 제외하고 구어체의 우르두어는 표준 힌디어와 비슷하며, 그 방언인 힌두스타니어와도 비슷하다. 과거 북인도와 북서인도 지역의 공식어가 영어와 Nastaʿlīq문자로 쓰인 힌두스타니어로 지정되면서 힌두스타니어의 변형인 우르두어는 영국 정부의 공인 및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인도의 종교, 사회, 정치적 요인들로 인해 우르두어와 힌디어 간의 차별이 생기면서 힌디어-우르두어 논쟁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신드 글자

◇신드어: 신드 남부지방의 공식언어인 신드어 또한 아랍어 글자로 표기한다. 인도아리아 언어군에 속해있고 신디어의 70% 이상이 산스크리트어에 기반하고 있다. 신드어는 아랍어·페르시아어·튀르크어·영어 그리고 기타 다른 외국어에서 수천개의 어휘를 받아들였다. 11세기 중앙아시아 역사학자 알 비루니(Al-Birunni)는 신드어가 Ardhanagari, Mahajani, Khudabadi의 3개 언어로 사용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들 모두 또다른 언어인 Devanagari에서 파생된 것이었다.

영국 식민지 이후 신드어 모음과 자음은 모두 52개로 확정되었는데, 정확하게 발음하는 것이 무척 까다롭기로 정평 나있다. 신드어는 인도의 경우 중앙정부는 공식어로 인정하고 있지만, 지방정부는 어느 곳도 공식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신드어 사용자는 대부분 펀자브주, 발루치스탄주, 신드주 등에 집중돼 있다. 인도에선 구자라트주의 쿠치지역과 울하스나가르주의 라자스탄 및 마하라시트라 지역에서 사용된다. 인도인 중에는 힌두교도 가운데 1947년 파키스탄의 독립과 신드 디아스포라 당시 신드주에서 인도로 이주·정착한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 신드어와 다른 토착언어들은 국어의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서 노력 중이다.

시라이키 글자

◇시라이키어: 과거 Siraiki어에는 여러 문자가 존재했다. 그 중 하나인 Multani어는 Multan 지역(펀자브 지방 일부와 신드 지방)에서 Siraiki어 사용자들로부터 유래한 Brahmic어다. 이 언어는 일상생활 및 상업활동에 주로 사용되었다. Multani문자는 상업영역을 넘어 문학과 출판에까지 영향을 미쳤던 Lahnda 문자 중 하나다. 이 외에 Siraiki어로는 구르무키 문자(옛날 펀자브어), Khojki(마르와리어)어, Khudawadi(신드어)가 있다. 비록 Multani어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지만, 고문서와 인쇄본으로 전해오고 있다.

Siraki어는 주로 페르시아 계통의 아랍어 문자를 차용하고 있다. 오늘날 컴퓨터 자판으로도 페르시아 계통의 아랍어 문자가 쓰이고 있다. Siraki어는 총 45개의 자모로 돼있다. 이 글자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며, 시크교와 힌두교에서 사용되었다. 현대 파키스탄에서는 사용되지 않지만 인도에선 여전히 데바나가리어나 구르무키어를 Siraiki 문자라고 여기는 이들도 있다.

◇펀자브어: 인도아리안 지역의 언어로서 1947년 인도가 인도-파키스탄으로 분리된 펀자브지방 주민들이 모국어로 사용하고 있다. 인도와 동부 펀자브지방에서는 구르무키문자가 사용됐다. 또 파키스탄 지역에서는 펀자브어가 기존 Urdu 알파벳에서 4개의 문자가 추가된 Shahmukhi라는 방식으로 쓰였다. Shahmukhi는 페르시안계 아랍어 문자이며 Urdu어에서도 사용되는 Nastaʿlīq 방식으로 쓰여진다.

파슈토어 글자

◇발루치어: 이란, 파키스탄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주로 사용되는 발루치탄 사람들의 언어다. 19세기 전에는 문자가 없어 특별한 경우에는 페르시아의 문자를 이용해 표기했다. 그러나, 발루치 법정에서는 여전히 발루치어가 사용되었다. 영국의 언어학자들과 정치 사가들은 발루치어를 라틴어를 사용해서 표기했다. 파키스탄이 국가로 독립하면서 발루치어 학자들은 페르시아 알파벳을 차용했다. 발루치어로 된 첫번째 시는 1951년 출판되었는데 아랍어로도 함께 표기되었다. 발루치어의 아랍어 표기법은 한참 후 나왔는데, 파키스탄과 이란의 경우 발루치 철자법이 표준화돼 있다.

◇파슈토어: 파슈토어는 파슈툰족의 언어다. 페르시안 문학에서는 Afghāni라고 알려져 있다. 우르두와 힌디어문학에서는 파슈토어나 Paṭhānī라고 불린다. 피슈토어는 인도-유럽어족에 속하며 아프카니스탄의 공식언어 두 개 중 하나로 공인 받았다. 파키스탄에선 카이베르파크툰크와주와 발루치스탄주 북쪽 지방에서 공식어로 인정되었다. 파슈토 언어 사용인구는 4500만~6000만명으로 추산된다.

파슈토 문자는 페르시안 계열의 아랍어 혹은 아랍문자에서 파생했으며, 아랍어에는 없지만 파슈토어에만 사용되는 음소(音素)를 표현하기 위해 추가된 글자도 있다. 파슈토어는 45개 자음과 모음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중 28자는 아랍어에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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