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렇게 변해야”···日 이즈미야 와타루 ‘산교타임즈’ 대표 LIMO 기고

 

[아시아엔=정연옥 객원기자] “바야흐로 한국의 삼성전자는 세계 500대 기업의 매출순위에서 12위에 랭크되는 큰 회사가 되었다. 2017년 매출액은 23조 7140억엔이며, 일본 국내의 전기제품에서 TOP인 히타치제작소의 9조 3686억엔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삼성은 점점 경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본 웹사이트 LIMO(Life and Money)에 따르면 일본 대형증권사의 저명한 분석가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확실히 삼성은 굉장한 기업이다. 삼성전자의 매출은 IT업계에서 인텔에 이어 2위다.

또한 2018년 7-9월(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20% 증가한 1조 7500억엔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 주력산업인 반도체는 여전히 호조이며, NAND 플래시메모리는 가격하락으로 이익은 상당히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DRAM의 호황이 계속되고 있다.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30% 증가한 1조 3000억엔으로 추산되며 이익의 대부분을 반도체에서 끌어내고 있다.

스마트폰 판매 ‘부진’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편중 구조는 사실 위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퍼지고 있다. 또 다른 주력상품인 스마트폰 사업에 먹구름이 드리운 것을 불안하게 보는 시각도 많다.

그런데 삼성이 스마트폰의 절대적 왕자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전세계 3억2천만대 판매’ 실적이 하강 국면으로 돌입한 것이다. 신기종인 ‘갤럭시 S9’은 지난 봄부터 전 세계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실적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또한 8월에 발매한 최신기종 ‘노트 9’도 혁신성이 결여되었다는 견해가 확산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삼성의 2018년 스마트폰 판매는 5년만에 3억대 아래로 떨어질 공산이 커진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에서의 삼성 스마트폰의 존재감은 전혀 없다고 말할 정도다. 중국시장에서는 화웨이가 2018년 1억7천만대를 출하할 전망이다. 상당한 저력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샤오미도 1억2천만대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중국의 스마트폰이 호황을 누리는 가운데 삼성의 중국내 점유율은 1%선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의 스마트폰에 비하여 값이 비싸기 때문에 팔리지 않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고가품의 대표격인 애플은 중국시장에서 2018년 22%의 점유율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플의 브랜드 파워는 발군이다.

비싼 가격의 폴더 블루스마트폰에 소비자는 따라갈 수 있을까? 삼성은 2019년 유기(有機) EL의 큰 화면을 접었다가 펼쳐서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스마트폰 ‘폴더 블루’ 출시로 반격을 노리고 있지만, 이에 대한 사용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그것도 그럴 것이 유기EL 디스플레이는 비용만 550달러, 스마트폰 본체 가격은 22만엔 정도로 예상돼 과연 일반 소비자가 따라갈 수 있을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LIMO에 이 글을 쓴 이즈미야 와타루 <산교타임즈>(반도체산업신문)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을 방문했을 때, 삼성 관계자에게 ‘아무리 그래도 22만엔이라는 비싼 가격으로는 소비자가 따라 오기 힘들지 않겠는가?’라고 물었는데 그는 ‘아니다. 괜찮다. 품질과 기능이 좋으면 반드시 팔린다’고 단언했다고 한다.

중국에서의 삼성 존재감은?

이 말을 듣는 순간 한때 황금시대를 구가하던 일본의 가전 메이커가 한 말이 뇌리를 스쳐갔다. 당시 일본 가전 메이커는 ‘아무리 비싸도 절대적인 품질로 정교하게 물건을 만든다면 사용자들은 반드시 따라온다’고 자신 있게 말했었다. 80년대의 일이다.

그러나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중국, 대만, 한국에게 비참하게 참패하고 일본기업의 존재감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어떤 기업도 정점을 맞이한 때 낙성(落城)의 소리가 들려온다. 같은 비즈니스모델로 경쟁하면 몇년 안에 반드시 참패한다. 반도체의 세계 챔피언으로 의기양양한 삼성이지만, 이대로 반도체의 외다리 타법을 계속하면 언젠가는 한계가 온다. 그리고 또한 그 독주상태를 미국, EU, 일본을 비롯한 반도체 기업들이 그냥 보고만 있을 리 없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삼성의 ‘실락원 행’이 그리 쉽게 오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은 목소리도 있다.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와 재료업체에서는 삼성의 투자확대를 기대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근심어린 얼굴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삼성은 일본의 전자부품이나 재료를 연간 2조엔 정도는 족히 사가고 있다. 반도체 장치를 포함하면 엄청난 숫자가 된다. 말하자면 일본기업에게 삼성은 최대의 단골고객이다. 삼성의 몰락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현역 챔피언이 실추했다고 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서는 과거의 황금시대를 다시 맞을 수 없다. 생존전략이 필요한 것은 일본기업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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