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있는 노인이 지켜야할 10가지 ‘도’

중국 산둥성 지난의 한 마을에서 93세된 할아버지 유시양바오(오른쪽)가 자신과 결혼한지 74년된 부인에게 장미를 선사하고 입맞춤을 받고 있다.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참전계경>(參佺戒經) 제119사(事)는 ‘후박’(厚薄)이다. 후박은 많고 넉넉함과 적고 모자람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는 단어다. 후(厚)는 지나치지 않은 것이고, 박(薄)은 부족하지 않은 것으로, 후박이란 지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중도(中道)를 나타낸 말이다. 불가(佛家)의 사상적 특징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중도(中道)다.

천지에는 사계절의 질서가 있다. 마찬가지로 사람에게는 일생에 시기(時期)가 있다. 천지가 그 질서를 어기지 아니하므로 만물이 나고 자라고 열매를 맺고 거두는 순서를 갖게 되는 것같이 사람도 그 시기를 잃지 아니하여야 일생의 생활과 생사거래(生死去來)에 노예가 되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일생의 순서를 얻게 된다.

노년기에는 세상의 애착(愛着), 탐착(貪着), 원착(怨着)을 다 내려놓고, 세상의 이치를 관조하는 방법을 단련시키는 것도 훌륭한 후박이고 중도가 아닐까 싶다.

사람이 늙어 갈수록 고고하고 청결한 품격을 잃어서는 안 된다. 이런 후박과 중도를 망각하고 제멋대로의 인생길을 걸어온 사람은 아무리 보아도 천격(賤格)이다. 늙은이는 ‘하나’를 보며 세상의 본보기가 된다. 그것이 수행이다.

스스로를 드러내려 하지 않기에 밝게 빛나고, 스스로를 옳다 하지 않기에 돋보이며, 스스로 자랑하지 않기에 그 공로를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뽐내지 않기에 오래 간다. 겨루지 않기에 세상이 그와 더불어 싸우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하루 나이가 들면서 몸도 망가지며 병들어 죽어간다. 나이 들어가는 만큼 우리가 설 수 있는 자리도 좁아지고 있다. 청춘의 열정이 줄어드는 만큼 점점 운신의 폭도 좁아지고, 말도 행동도 더 조심스러워진다.

나이 들면서 시대변화를 따라가기에 버거운 건 부인할 수가 없다. 지혜는 있으되 지식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 부족함을 대신하기 위해 늙은이다운 품격을 지키며 살아가야 한다.

곱게 늙는다는 건 외모가 아니라 품격이다. 아무리 가꾼다고 해도 늙으면 백발과 주름이 생기고 피부는 거칠어지며, 기운도 떨어지게 되어있다. 나는 잘 걷지도 못하고 잘 보이지도 않는다. 이도 빠져 잘 씹지도 못한다. 하지만 마음은 언제까지나 품격을 가다듬으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그 노인의 품격을 기르는 ‘늙은이의 도’가 있다. 이를 행하면 말과 행동과 인품에서 풍기는 것이 향기로워질 것이다.

첫째, 안도(眼道)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일을 기어이 보려 하지 않는 것이다.

둘째, 이도(耳道)다. 귀에 들리지 않는 일을 기어이 들으려 하지 않는 것이다.

셋째, 무관사(無關事)의 도다. 설사 보이고 들리는 일일지라도 나에게 관계가 없는 일은 기어이 간섭하지 않는다.

넷째, 대우(待遇)의 도다. 의식(衣食) 용도를 자녀나 책임자에게 맡긴 후에는 대우의 후박을 마음에 두지 않는다.

다섯째, 망각(忘却)의 도다. 젊은 시절에 지내던 일을 생각하여 스스로 한탄하지 않고 왕년의 나를 잊는 것이다.

여섯째, 착심(着心)의 도다. 재산이나 자녀나 그 밖의 관계있는 일은 미리 처결하여 착심을 두지 않는다.

일곱째, 용서(容恕)의 도다. 과거나 현재에 원망스럽고 섭섭한 일이 있으면 다 용서하고 잊는다.

여덟째, 시비(是非)의 도다. 과거에 대한 일로 시비에 끌리지 않는다.

아홉째, 수양(修養)의 도다. 염불과 좌선, 기도를 부지런히 하여 해탈의 법력을 얻는다.

열째, 무시선 무처선(無時禪 無處禪)의 도다. 우리가 수행을 하는 데에는 때도 없고 곳도 없다. 그야말로 ‘무시선 무처선’이다.

이같은 공부법을 끊임없이 닦아 가면 마침내 해탈과 열반락(涅槃樂)을 얻게 된다.

세상일은 한량 없고, 착심도 한계가 없다. 인간의 모든 일을 착심으로 하면 그 착심이 한이 없고, 해탈을 하면 어떠한 순역경계(順逆境界)에도 괴로움과 걸림이 없게 된다.

이 ‘늙은이의 노래’도 모르고 이 나이에 더 재물을 끌어 모으면 가는 곳이 어디일까? 늙은이는 노인답게 후박을 마음에 두지 말고 살아가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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