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만해문예대상’ 풀턴 교수 “한국문학 번역은 한글날 태어난 나의 운명”

<사진=인제군청 사이트 캡처>

[아시아엔=편집국] 12일 오후 강원 인제군 하늘내린센터에서 열린 ‘2018 만해축전’에서 만해대상(문예부문)을 받은 부르스 풀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는 “제 생일이 한글날이기 때문에 한국문학을 가르치고 번역하는 일을 하며 살아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것 같다”고 말했다.

풀턴 교수는 “평화봉사단으로 한국에 온 이듬해인 1979년 서울대에서 영어를 가르칠 때, 장왕록 교수님 덕분에 작가 황순원 선생님을 처음 만났고 이 인연으로 20년 후에 서울대 국문과에서 권영민 선생님의 지도 하에 ‘황순원 단편소설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제 스스로 하고 있는 일이 ‘한국문학을 해외에 소개하는 대사’의 역할처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제 사명은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문학의 위대한 전통(기록문학뿐만 아니라 구비문학까지)을 영어권에 널리 전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로 번역하고 가르치고 연구하는 전문분야는 한국현대소설이지만, 향가에서부터 고려가요, 시조, 가사 등의 고전시가와 고전소설 한문학 등 모든 분야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하고 있다”며 “한국문학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모든 장르, 모든 분야, 모든 시기에 익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풀턴 교수는 “근래 한국문학은 한류의 영향과 함께 외국의 독자들에게도 점차 익숙해지고 한국문학의 번역 출판 작업의 성취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보람찬 일”이라며 “그런데 요즘 들어 사람들 사이의 이해와 신뢰가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풀턴 교수의 만해대상 수상 소감 전문.

먼저 한국현대사에서 가장 빛나는 업적을 남기신 만해 한용운 선사를 기념하는 상을 뜻밖에 받게 되어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동시에 제가 이 상을 받으신 여러 훌륭한 분들 옆에 감히 끼게 되어 부끄럽습니다.

저는 40년전에 미국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한국에 처음 오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태어날 때부터 한국문학과 뜻 깊은 인연을 맺었습니다. 왜냐하면, 제 생일이 한글날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저는 한국문학을 가르치고 그것을 번역하는 일을 하며 살아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미국 평화봉사단원으로 처음 일하게 된 곳이 전라북도의 아름다운 시골이었습니다. 거기서 저는 정이 많은 한국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해인 1979년에 서울대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칠 때, 장왕록 교수님 덕분에 작가 황순원 선생님을 처음 만나 뵈었습니다. 이 만남의 인연으로 20년 후에 서울대 국문과에서 권영민 선생님의 지도 하에 “황순원 단편소설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평화봉사단의 임무를 마치고 난 후부터 저는 아내 윤주찬과 한국 현대소설을 번역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한국의 작가들과 서로 친하게 되었습니다. 박사과정을 마치고 국제교류진흥회(International Communication Foundation) 덕택에 캐나다 브리티시콜럼비아대학교에서 한국문학과 한국문학 번역론을 가르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 스스로 하고 있는 일이 ‘한국문학을 해외에 소개하는 대사’의 역할처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 사명은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문학의 위대한 전통(기록문학뿐만 아니라 구비문학까지)을 영어권에 널리 전파하는 것입니다. 제가 주로 번역하고 가르치고 연구하는 전문분야는 한국현대소설이지만, 저는 향가에서부터 고려가요, 시조, 가사 등의 고전시가와 고전소설 한문학 등 모든 분야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국문학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모든 쟝르, 모든 분야, 모든 시기에 익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근래 한국문학은 한류의 영향과 함께 외국의 독자들에게도 점차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여러 기관들도 한국문학의 번역 출판을 지원하여 해외에 널리 소개하고 있습니다. 여기저기 그 작업의 성취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보람찬 일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한 가지 요소가 부족한 것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것은 사람들 사이의 이해와 신뢰관계입니다. 한국문학의 번역을 시작하던 처음부터 저는 작가와 똑같은 목적 아래 서로 이해하고 믿으면서 일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여러 문제들이 생겨나면서 점차 그런 신뢰가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앞으로도 한국문학의 번역 작업을 지속할 것이고 빛나는 한국문학 작품을 널리 소개할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그동안 저를 응원해주시고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번 저의 결심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이 영광은 한국문학의 훌륭한 모든 작가분들에게 돌리고 싶습니다. 저는 이 순간 느끼는 기쁨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여러 분이 제게 주신 귀중한 도움과 응원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1978년에 여러분과 여러분의 위대한 나라가 철부지같은 저를 꼭 잡고, 옳은 방향으로, 한국문학의 한길만 가게 도와 주셔서 깊은 마음으로 감사드립니다.

다음은 그의 대표적인 작품번역.

그는 “모두 한국인 아내 Ju-Chan Fulton(윤주찬)씨와 같이 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들 부부는 1994년 한국문학번역상을 공동으로 수상했다.

Words of Farewell: Stories by Korean Women Writers(1989, Seal Press) 여성 3인 집(오정희, 강석경, 김지원)

Trees on a Slope by Hwang Sun-won(2005, University of Hawai’i Press) 황순원 장편소설 <나무들 비탈에 서다)

The Dwarf by Cho Se-hui(2006, University of Hawai’i Press) 조세희 연작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There a Petal Silently Falls: Three Stories by Ch’oe Yun(2008, Columbia University Press) 최윤 작품집, 2009 대산 문학번역상 수상

“Pig on Grass” by Kim T’ae-yong(Summer 2013, The Massachusetts Review) 김태용 단편소설 <풀밭 위의 돼지>, 2014 Jules Chametsky 번역상 수상

Another Man’s City by Ch’oe In-ho(2014) 최인호 장편소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Moss by Yoon Taeho(2015-16, The Huffington Post) 윤태호 만화소설 <이끼> 온라인 출판)

The Human Jungle by Cho Chong-nae(2016, Chin Music Press) 조정래 3부작 <정글 만리>

Sunset: A Ch’ae Manshik Reader(2017, Columbia University Press) 채만식 선집

“The Bone Thief” by Hwang Chong-un(Fall 2017, The Massachusetts Review) 황정은 단편소설 <뼈 도둑>

Mina by Kim Sagwa(2018, Two Lines Press) 김사과 장편소설 <미나> 2018년 10월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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