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북핵문제, 조기해결은 없다

글린 데이비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 달 24일 중국 베이징에서 기자회견하는 모습. <사진=신화사>

지난 몇 달간의 동면을 끝내고 북한의 핵 문제와 관련된 일들이 다시 부각될 것 같다.?지난 달 24일 미국과 북한의 고위 당국자들은 원조에 대한 대가로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재개하기 위해 베이징에서 만난 바 있다.

우리는 그동안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다. 처음 이러한 이야기가 나온 것은 거의 20년 전이다. 그때부터 북한은 핵 가동 장치를 개발해 왔고 30~50kg의 핵무기에 사용할 플루토늄을 생산했다. 그리고 지금은 고농축 우라늄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것은 거의 끊임없이 계속 돼 온 회담과 협상의 목표에 반하는 것들이다.

이는 사람들을 점점 회의적으로 만들고 있다. 북한 핵 문제에 ‘과연 해결책이 있기는 한 것인가?’라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그런데 이는 아마도 상당부분 ‘해결책’이란 단어에 어떤 의미를 부여 하는지에?달려있다.

북한, ‘핵 프로그램 포기 이유’ 없어

우선 “검증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북핵 프로그램의 폐기”만이 수용 가능한 해결책이라는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이것이 우리가 정의하는 ‘해결책’이라면 우리는 이것이 실현될 가능성을 낙관할 수 없다.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어떠한 이유도 없고, 오히려 그것을 유지해야 할 이유가 더 많다. 길게 보면, 김정일 이후 북한의 새로운 정권에서 핵 무기를 포기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정부가 출현하기까지는 수 십 년이 걸릴 것이다.

사실상 북한 정권이 그러한 방식의 비핵화를 받아들여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들은 억지력과 외교적 영향력 행사라는 두 가지 이유에서 핵무기가 필요하다.

외부 세계에 포위돼 위협받고 있다고 느끼는 북한의 지도자들에게 억지력은 매우 중요한 목적이다. 우리는 이러한 공포가 단지 피해망상이라고 너무 섣부르게 단정해 버려선 안 된다. 우리는 최근 미국 정부가 그들이 선호하지 않는 정부를 바꾸기 위해 군사력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보아왔고 또 미국이 김정일을 사담 후세인 보다 더 싫어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최근 리비아 사태는 북한이 오래 동안 갖고 있었던 의심을 확인해 주었다. 십 년 전 카다피는 지금 북한 지도자들이 받고 있는 똑같은 요구를 받아 들였다. 그는 경제협력을 대가로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했다. 이 거래는 카다피의 예상과는 반대의 결과를 가져왔고 그는 잘못된 선택의 결과로 목숨을 잃었다.

카다피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목격한 북한의 정책 결정권자들은 핵 문제에 관한 자신들의 판단이 옳았음을 재차 확인했을 것이다. 그들은 핵 무기를 갖고 있는 한 어떠한 외부의 힘으로부터도 공격받지 않을 것이라고 믿게 됐다. 또 핵 보유국으로서 내부적인 반대나 반란를?‘인도주의 차원의 어떤 개입’에도 희생되지 않고 자신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억압할 수 있다고 믿게 됐다.

지난 2월 16일 북한 병사들이 평양의 금수산 기념궁전에서 열린 故 김정일 위원장의 70회 생일 기념 퍼레이드에서 행진하고 있다. <사진자료=AsiaN/신화사>


‘핵 프로그램’은 북한정부의 원조 도구

핵 무기 억지력은 외교적 협박의 수단으로서 매우 유용하다. 객관적으로 말해, 북한은 가나 또는 모잠비크와 같은 정도의 인구와 경제규모를 갖고 있는 작은 나라다. 또 그들은 개혁할 수 없을 정도로 시대에 뒤떨어지고 비효율적인 경제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살아남기 위해 해외 원조를 필요로 할 것이다. 이러한 원조는 원칙적으론 너그럽고 조건이 없어야 한다. 즉 원조 지원국은 북한의 배분방식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어서는 안 된다.

북한 정부가 이러한 원조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주요한 도구가 그들의 핵 프로그램이다. 북한 통치자들은 원조 지원을 받기 위해 위험하고 예측 불가능하게 보이는 것 밖엔 다른 선택이 없다. 그들이 더 이상의 문제를 안 일으키도록 외부 세계는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게 되는 것이다. 북한은 이러한 정책을 지난 20년간 써먹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 먹힐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핵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은 이러한 외교적 협박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본 조건이다. 핵무기 없이 북한은 곧 ‘가스 없는 투르크메니스탄’이 될 것이다. 핵무기 포기는 해외 원조의 주기적 유입에 매달려 살고 있는 정권으로서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핵 협상은 오래 동안 반복되는 주제, 예측 가능하게 꼬여있는 줄거리와 모두가 아는 주연배우가 나오는 일일 연속극이 돼 버린 지 오래다. 머지않아 6자 회담이 재개될 것이다. 사실 6자 회담은 긴장을 완화시키고 칭찬할 만한 제안들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이는 좋은 소식이다. 그러나 그것은 북한이 그들의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설득될 수 있다는 순진한 생각을 누군가 갖고 있어야만 통하는 얘기다.

북, ‘비핵화’ 아닌 ‘핵무기 제한’은 받아들일까?

그리고 이는 동시에 ?‘해결책’이라는 단어를 재정의 한다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뜻대로 관리될 수도 또 해결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의 지도자들은 절대 비핵화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핵 프로그램을 동결하는 문제에 대해선 기꺼이 대화를 나눌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그들은 일방적인 비핵화에 대해선 이야기 하지 않고, 아마도 핵무기 제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흔쾌히 받아들일 것이다.

사실 북한의 과학자들은 아무리 여건이 좋을 지라도 핵 생산력에서 로스앨러모스를 따라갈 수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들은 5~10개의 미실험 핵무기를 생산했다. 만약 핵 무기의 수가 50개 또는 심지어 100개로 늘어난다고 해서 북한의 외교적 영향력이 10배로 늘어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관대하고 정기적인 지원을 받는 대가로 그들의 핵 프로그램을 동결시키는 것에 동의할지도 모른다.

동시에 북한은 기존의 핵무기의 존재가 묵인되기를 기대할 것이다. 이는 북한에게 외국의 침략 또는 현지 저항세력에 대한 외국의 지원으로부터 보호를 보장받음으로써 그들이 필요할 때 외교적 협박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로서는 미국정부와 한국정부가 이러한 아이디어를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다.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사실 이러한 타협적인 거래는 북한의 협박을 보상해주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고 핵무기를 개발한 세계 유일의 나라이다. 협박에 대해 보상을 하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단순히 핵 보유국으로 인정해 준다는 것은 위험한 선례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한 절충안에 대해선 반대가 클 가능성이 높다.

‘조건부 수용’이 현재의 대안

이러한 모든 주장은 그럴 듯하고 북한과의 타협 가능한 절충안에는?많은 문제점이 따른다. 그러나 정치의 세계에서는 종종 좋은 것과 나쁜 것 사이의 선택이 아니라 나쁜 것과?더 나쁜 것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불행하게도 핵 보유국으로서 북한을 조건부 수용하는 것 이외에 다른 긍정적인 대안을 찾을 수 없다.

그러한 절충 없이는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계속 할 것이다. 조만간 북한은 이전의 플루토늄 프로그램을 보완해줄 충분한 양의 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것이다. 그리고 우라늄 기반 핵무기는 확산이라는 측면에서 훨씬 더 제어가 어렵다.

또 북한의 기술자들은 결국 핵 장치를 무기화할 것이다. 그리고 머지않아 그들은 핵탄두로 미국이나 다른 많은 나라까지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단지 그들을 소홀히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상기시키고자 군사적 도발을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조만간 미국의 의사 결정권자들은 북한 핵 프로그램의 동결이 북한 핵 프로그램의 확산과 점차적 성장과 비교해 덜 위험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물론 이것이 조만간 실현되지는 않을 것이다.?미국 정치인들이 때로는 협박범을 보상하는 것이 차선의 선택이 될 수 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북한이 앞으로 다른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실험에 성공하고 핵무기의 확산 시도가 몇 차례 있고 난 후에나 가능할 것이다. 또 그러한 절충안은 미국 정부가 기꺼이 지불 의사가 있을 때만?통할 수 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물론 이러한 타협책은 불완전하다. 이러한 거래가 이뤄지자마자 북한은 언제나 그랬듯이 속임수를 시도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성은 적지만 북한이 또 다른 10년 동안 계속 존재 한다면 이러한 명백히 불완전한 거래는 적어도 심각하게 고려돼야 할 것이다. 이는 확실히 나쁜 아이디어이지만 그 대안은 더 나쁘다.

번역 최선화 기자 sun@theasia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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