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원의 재밌는 월드컵 21] 러시아월드컵 최종 승자는?

[아시아엔=김현원 연세대의대 교수] 러시아 월드컵은 프랑스의 우승으로 끝났다.?크로아티아는 용맹하게 싸웠지만 마지막 벽을 넘지 못했다.?이번 월드컵에서 높은 점유율로 우세한 경기를 하는 팀과 승리와의 상관관계가 높지 않은 것이 특징이었다. 3번의 연장전을 거친 크로아티아가 수비에 치중하고 역습을 노릴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전반에 오히려 크로아티아가 높은 점유율로 공격적으로 나왔다.

전반 크로아티아는?7개의 슈팅 속에 한 개의 골을 얻은 반면,?프랑스는 한 개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하지만 프랑스는 그리즈만이 헐리우드 액션으로 얻은 프리킥이 만주키치의 자책골로 이어졌고,?한 골을 만회했던 페리시치의 핸들링에 의한 패널티킥으로?2골을 넣어 오히려?2:1로 리드할 수 있었다.?만주키치와 페리시치는 영국과의 준결승에서 한 골씩 넣은 크로아티아의 영웅들이었다.?하지만 대표적 공격수들이 수비 중에 결정적인 실수로 한 골씩을 헌납해서 프랑스를 쉽게 만들어 주었다.?만약 첫 번 그리즈만의 헐리우드 액션을 제대로 반칙으로 판단하지 않았다면…?또 두 번 째 페리시치의 핸들링은 이번 대회부터 도입된 비디오 리플레이(VAR)가 없었다면 분명히 그냥 지나갔었을 것이다.?월드컵의 신은 크로아티아의 편이 아니었다.

사실 경기는 경기 전반에 이미 끝났다고 볼 수 있었다.?크로아티아가 전반에 리드한 상태로 끝나고 후반은 수비로 버텼으면 이길 수도 있었을 것이다.?후반 크로아티아는 괴력을 다해서 열심히 싸웠지만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프랑스는 오히려?2골을 더 넣었고 그 후는 서두를 필요 없었다.?크로아티아는 결국 노련한 프랑스의 벽을 넘지 못하고 결국?4:2로 패배하였다.?비록 준우승으로 끝났지만 용맹하게 싸워서 우승 문턱까지 갔던 크로아티아는 분명 이번 러시아 월드컵의 주인공이다.

러시아 월드컵은 분명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높은 점유율이 승리의 공식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었다.?체력이 많이 소모되었던 크로아티아가 결승전 전반에 너무 열심히 싸움으로 오히려 이번 월드컵 패러다임의 희생양이 된 것은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평창올림픽 관련 글(kor.theasian.asia/archives/186057)을 쓰면서 나를 스포츠의 전문가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내 글을 읽은 아시아N의 이상기 회장이 스포츠 전문가가 아니라 매니아라고 해야 맞지 않은가??의문을 제시했을 때,?나는 분명히 스포츠 전문가가 맞다고 얘기했다.?러시아 월드컵 대한민국과 스웨덴이 열리는 날,?지인과 점심식사 중 이상기 회장으로부터 혹시 월드컵 축구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이 가능하겠냐는 전화를 받았다.?나는 올림픽 육상에 관한 글을 쓰려고 항상 생각하고 있었다.?뜻밖의 제안에 월드컵 축구 관련 글도 한번 써 보겠다고 답했다.

대한민국과 스웨덴과의 경기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 글을 만들어서 보내면서 월드컵 컬럼을 시작했다. 10개 정도는 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어느덧?20개의 컬럼을 보내고 결승전을 보고 새벽에 마지막 글을 쓰고 있다.?월드컵 컬럼은 월드컵 관련 내용을 이번에 정리하게 되고,?내가 말 뿐 아니라 실제로 전문가임을 지인들에게 증명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가장 즐거웠던 점은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는다는 것이었다.?내 이름을 검색해 보니?‘물 박사’나?‘뉴패러다임 과학’?말고 월드컵 축구 관련해서도 내 이름이 나오는 것이 오히려 즐거운 경험이었다.?독일학회에 가서도 시간을 내서 월드컵 컬럼을 계속 연재했다.

이번 월드컵 컬럼에서 나는?1950년 브라질 월드컵부터 언급하였다.?내가 처음 월드컵 경기를 직접 보기 시작한 것은?1966년 런던 월드컵부터였다. 1970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모든 경기를?TV?중계해 주었고, 1966년 월드컵 경기는?1970년?6개월에 걸쳐서?4년 전의 경기들을 보여주는 바람에 다 볼 수 있었다.?물론 그 외?1950년 이후의 중요한 월드컵 경기들도 모두 미국에 있을 때 비디오 테이프로 구입해서 여러 번 보았기 때문에 사실 나에게는 낯설지 않다.

내가 처음 월드컵 축구를 보기 시작한지 벌써?50년이 지났다.?프랑스와 크로아티아가 맞붙었던?1998년 프랑스 월드컵 준결승전이 엊그제 벌어진 일 같은데 벌써?20년이 흘렀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6골을 넣어 득점왕을 차지했던 크로아티아의 스트라이커 수케르는 크로아티아의 축구협회 회장으로 러시아 월드컵에 나타났다.?당시 프랑스 감독 데샹은 프랑스 대표팀의 감독으로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에 모습을 보이고 있다.?앞으로 내가 얼마나 많은 월드컵을 볼 수 있을까??그동안 내가 지켜보았던 그 만큼의 월드컵의 경험으로 앞으로 남은 나의 생애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역사는 해석의 문제라고 한다.?역사의 사실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역사는 다시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월드컵의 역사도 마찬가지이다.?객관적으로 어느 팀이 어떤 스코어로 이기는 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경기에 주는 의미와 스토리가 그 경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이다.?그런 관점에서 내가 여태까지 쓴 월드컵 이야기는 내가 축구의 전문가도 아닌 입장에서 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었다.?예를 들어서 월드컵에서 승리공식이 실력이 아니라는 것을 과학적으로 표현했던 지난번 컬럼(kor.theasian.asia/archives/189886-홀로그램과 월드컵)은 과학적이지만 동시에 가장 주관적인 글이라고 할 수 있다.

평소에 하지 않던 일을 하는 것을 휴식이라고 한다.?월드컵 관련 글을 쓰는 것이 나에게는 휴식이었고 즐거운 경험이었음을 고백하면서 월드컵 컬럼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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