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 낙선 차윤주씨①] “유권자 무관심이 가장 실망스러워”

[아시아엔=김혜원 인턴기자] 7월 13일로 6·13지방선거 실시 한달을 맞습니다. 광역 및 기초단체장, 광역 및 기초의원, 시도교육감 등 당선자들은 7월 1일부터 임기가 시작돼 본격 업무에 들어갔습니다. 반면 낙선자들은 본업으로 복귀하거나 차기선거 혹은 2020년 총선거를 준비하며 절치부심하고 있습니다. 서울 마포구 나 선거구(염리동·대흥동) 구의원 선거에서 18.6%를 얻어 2등과 303표 차이로 고배를 마신 차윤주씨도 후자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그는 <전자신문>과 <뉴스1>에서 12년간 기자생활을 했습니다. 차씨는 주로 정치부에서 국회와 청와대를 출입하며 정치인들과 그들이 펼치는 정치행태를 취재하다 지난 선거에 뛰어들었습니다. 일부에선 그를 ‘낙선했지만 진정한 당선자’라고도 합니다.

<아시아엔>은 지난 6월 23일 신촌의 작은 펍에서 선거때 함께 해준 지인들을 초청해 조촐한 ‘낙선사례’를 한 그를 만났습니다. <편집자>

보통 후보들은 낙선이 되면 연락이 잘 안 되거나, 패배감에 빠져 있곤 하는데요. 기자는?-이렇게 차 후보의 낙선파티에 함께하고 있네요. 선거를 마친 소감이 궁금해요.

“시원섭섭합니다. 당연히 아쉬움도 있어요. 하지만 5개월 정도 되는 이 긴 여정이 끝났다는 것에 만족해요.”

-구의원 출마를 결심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아요. 생활인 차윤주가 구의원 선거에 출마하게 된 계기는 뭐였나요?

“아파트 동대표 경험이 출마를 결심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동대표를 하면서 전임 동대표 시절 외벽 물청소 비용이 다른 비슷한 규모의 아파트보다 4배나 더 비싸게 진행된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그들을 고소했는데, 명예훼손으로 저를 맞고소하더라고요. 고소당한 후, 저는 대자보도 붙이며 이런 상황을 알리려 했죠. 그런데 관심을 기울여야할 입주민들은 정작 무관심했어요. 그런 무관심이 소수의 사람들이 다수를 속이며 나쁜 짓을 하게 하는 토양이 된다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가장 작은 단위의 선출직에 도전해 이런 상황을 바꿔보자고 마음먹게 되었어요.”

-구의원 선거에 출마하면서, 차윤주씨는 투표하는 유권자에서 투표받는 후보가 되었어요. 후보로서 선거에 참여하면서 새로 알게 된 것들이 많았을 거 같아요.

“확실히 후보로 출마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들을 많이 알게 됐죠. 저 같은 경우에는 그래도 정치부 기자였기 때문에 정치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일반인들보다 훨씬 많은 지식을 갖고 있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찰하며 이해한 것과 실제로 현장을 뛰는 거랑은 많이 다르더라고요. 보통 선거법의 세세한 내용이나 유세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잘 알고 있긴 어렵잖아요. 선거에 출마하면서 제가 후보로 참여한 기초의원의 공천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또 어떤 사람들이 이 판을 움직이는지 등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됐죠. 정치나 선거에 대해 대략적으로는 알고 있었는데, 실제 현장에서 뛰어보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아서 놀랐죠.”

-특히 실망을 느꼈던 것이 있다면요?

“저는 정치판에 대한 실망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유권자들이 이런 것들에 관심이 없다는 게 가장 실망스러웠어요. 이게 여러 요소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누구 하나를 비판하긴 어려운데요. 먼저,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죠. 그래서 시민들이 정치에 대한 혐오와 무관심이 생기게 되고요. 이런 판을 보고 싶어하지 않으니까, 그냥 눈 감아버리죠. 그밖에 자기 먹고 사는 일도 바쁘니까 선거에 관심을 쏟지 못하는 문제도 있겠지만, 유권자는 권리 주장뿐 아니라 책임도 다해야 해요. 하지만 자신이 유권자로서 어떻게 권리를 행사해야 하는지, 또 자신이 갖는 책임은 뭔지, 이런 것들을 교육받아본 적이 거의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유권자의 권한과 책임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거 같아요.”

-2014년 치러진 6대 지방선거에서 서울의 경우 구의원 당선자 419명 중 무소속은 3명뿐이었죠. 이런 현실에서 정당없이 선거에 출마하는 건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도 무소속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당을 갖고 출마하는 게 유리하다는 건 당연히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거대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어려움 없이 당선되는 이런 정치 풍토가 문제가 있다고 느꼈어요. 그것이 지역주민과 밀착된 풀뿌리민주주의를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한다는 생각했거든요. 유력 정당의 시의원 후보 제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이런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구의원 출마 프로젝트’에 함께하게 됐죠. 정당정치가 바로 서야 한다는 대원칙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정치가 국회의원에 종속된 현실을 볼 때 구의원은 정당에서 자유로우면 어떨까 생각했어요.”(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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