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21세기형 인간 81] ‘번아웃’ 되기 전 ‘로그아웃’으로 재충전을


[아시아엔=김희봉 현대자동차 인재개발원, 교육공학박사] 각종 휴대용 디지털기기를 사용하다 보면 사용 중인 기기의 모니터 밝기가 조금 어두워지면서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화면에 나타나는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된다.

“배터리가 부족합니다” “충전하지 않으면 작업 중인 정보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사용하지 않는 어플리케이션을 종료하세요”···.

이는 현재 사용 중인 기기의 배터리가 방전(discharge)될 수 있으니 가능한 빨리 충전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다.

화면에서 이와 같은 메시지를 확인하면 대부분 그 즉시 보조배터리를 연결하거나 충전기를 찾아 충전을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일 충전할 수 있는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전원을 끄는 편을 택한다. 즉, 이러한 경고를 확인하고도 사용 중인 기기가 방전되어 멈춰지게 방치하는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본인이 사용하는 디지털기기와는 달리 자신의 심적인 배터리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무심한 경우가 많다. 곧 방전될 것 같은 상황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애써 무시하며 참을 수 있을 때까지 견뎌보는 것이다. 그 결과는 대개 번아웃(burn-out)으로 나타난다.

‘소진(消盡)’이라고 번역되기도 하는 번아웃은 차차 줄어들어 없어지거나 다 써서 없어진다는 의미에서 알 수 있듯이 과도한 일이나 학업 또는 대인관계 등에 지쳐 더 이상 하고자 하는 의욕이나 동기도 잃어버린 극단적인 스트레스 상태를 의미한다. 이런 상태에 빠지게 되면 무기력해지거나 불만이 커지기도 하고, 심한 경우에는 자기혐오나 비관에 이르기까지 한다.

이러한 번아웃은 일반적인 스트레스 해소법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번아웃에 빠지면 벗어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일상에서 번아웃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쉽게 접근하면 번아웃 되기 전에 로그아웃(log-out)을 선택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로그아웃은 사용자가 접속해 있는 컴퓨터나 통신망에서 벗어나는 것을 뜻한다. 즉, 지금 하고 있는 것을 스스로의 통제 하에 멈추는 것이다. 로그아웃은 방전되어 멈춰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진행 중인 내용에 대한 손상이나 오류를 방지할 수 있고 에너지도 효율적으로 사용된다.

디지털기기에서가 아니라 심적으로 로그아웃을 선택할 수 있으려면 먼저 자신의 삶에 대한 주도성을 가져야 한다. 주도성은 누군가로부터 받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삶에 대한 목적과 방향은 자신이 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에서 주도성을 확보했다면 그 다음으로 살펴보아야 하는 것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나 학업 또는 대인관계 등 모든 것을 하기에 충분한 에너지를 균등하게 투입하겠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보다 의미있고 가치있는 것을 중심으로 ‘경중완급(輕重緩急)’을 조절해야 한다.

삶의 주도성을 확보하고 우선순위가 정해졌다면 남은 것은 결단이다. 결단이 없으면 심적인 시스템에서 로그아웃을 할 수 없다. 우리가 심적으로 로그아웃을 결단하지 못하는 이유는 로그아웃을 해보겠다는 용기가 부족해서라기보다는 삶에 대한 주도성과 우선순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번아웃과 로그아웃, 두 가지 모두 표면적으로는 멈춤의 상태지만 언제든지 스스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상태는 로그아웃이다. 그동안 자의반 타의반으로 숨가쁘게 달려온 삶이라면 부지불식간에 번아웃 되기 전에 스스로 로그아웃을 생각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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