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의 범죄칼럼] 연쇄살인범한테서 내 목숨 지키기

[아시아엔=김중겸 전 경찰청 수사국장, 인터폴 전 부총재] 연쇄살인은 통상 네 단계를 거친다. 범행준비를 한 후(준비단계)에서 대상을 물색한 후(물색단계) 범행을 실행에 옮긴다(실행단계). 그리고 뒤풀이로 마무리한다.

1. 준비단계(aura phase) 연쇄살인범도 처음에는 여느 사람과 같은 사고를 하고 행동을 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어떤 계기로 인해 살인해서는 안 된다는 금기가 무너진다.

그리고 살인에 대한 기꺼운 환상에 젖는다. 실제 행동으로 나설 의욕이 넘치게 된다. 살인을 하고 싶어 안달한다.

2. 희생자 물색단계(trolling phase) 누구를 죽일까 생각하며 거리로 나선다. 피해자 사냥 본격 시작. 선호하는 지역은 당연히 자신에게 익숙한 곳이다. 기억 속에서 낯 익은 곳이다. 따라서 연쇄살인범마다 선호하는 지역이 다르다.

범행대상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에게 친숙한 이미지여야 한다. 특정 여성상과 일치해야 한다. 엄마를 닮았다든가, 옛 애인과 비슷하다든가, 꿈속에서 그리던 스타일이라든가, 자신만의 선택기준이 존재한다.

유인하기 좋다거나 납치하기 쉽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고르지는 않는다. 범행대상을 발견하면 며칠 동안 스토킹 한다. 찬찬히 관찰한다. 접근할 때 무슨 말할까 궁리한다.

이런 준비가 다 완료된 뒤에야 비로소 상대방에게 접근한다.

3. 살인 실행단계(murder phase) 어떤 순서로 어떻게 할까 시연(preview)한다. 동작 리허설이다. 물색-대상선정-접촉-납치-고문-강간-살인-시체처리 등 순서를 머릿속에 그린다. 정리되면 움직인다.

살인방법은 어릴 적에 무엇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었느냐가 결정적이다. 도끼로 학대당한 경험이 있는 살인범은 일격에 목숨 끊는 도끼 사용을 주저하지 않는다. ?

갖고 싶었던 인형 훔쳐 머리털 뜯어냈던 과거의 기억이 있으면 피해자의 머리털을 산 채로 벗기는 잔인한 행동으로 이어진다.

어린 시절 지겹게 듣고 외워야 했던 성결 구절이 있으면 강간하고 목 조르는 도중에 그 구절을 조용조용 암송한다. 그래서 성직자 같더라는 증언 나온다.

4. 뒤풀이단계(totem phase) 고문하고, 강간하고, 죽이고 나서 하는 행위다. 시체 사지절단(四肢切斷)이 많다. 사진과 비디오로 찍고 녹음한다. 제단을 만들어 인체부분들을 진열한다. 실내장식으로 쓴다. 자존심 고양하고 만족감 느낀다.

기념품으로 수집하는 신체부위는 시체 자체, 성기, 젖꼭지, 피부, 두개골, 보석류와 열쇠 등이다. 월남전에서는 군인들이 유방을 모았다. 전쟁터의 광기다.

시체 두는 장소를 특별선정한다. 종교의식 치르듯 존엄하게 감춘다. 먹기도 한다. 신성한 양식이다.

모두 종료된 후 우울증(black depression)에 빠진다. 돌연 어느 날 회복돼 다시 살인 준비하며 지낸다. 이제 일상업무가 된 것이다.

살인범마다 특별한 희생자 물색 장소

죽일 대상 찾는 작업은 낚시하듯 한다. 잡아당겼다가 놓고 놓았다가 당긴다. 연쇄살인범마다 특별히 좋아하는 장소가 있다.

△존 웨인 게이시: 광대로 분장하고 어린이와 노인을 죽인 광대 살인마(Killer Clown)였다. 33명 살해. 게이가 모이는 공중변소와 공원을 주로 이용했다.

△제프리 라이오넬 다머: 밀워키의 식인귀(Milwaukee Cannibal)로 17명 살해. 주로 쇼핑몰에서 죽였다.

△시어도어 번디: 일명 레이디 킬러 테드 번디. 피해자 엉덩이에 깨문 자국(bite mark)으로 싸인을 한 연쇄살인의 귀공자. 35명 살해. 대학캠퍼스를 주로 이용했다.

희생자 유혹하는 대사

희생자가 결정되면 접근해 말을 걸어야 한다.

첫말이 일의 성공여부 결정한다. 꼬시는 대사 몇 마디 미리 준비해둔다. 신뢰획득 수단이다. 흔히 연애할 때도 사용한 수법이다. 달콤한 말이다.

게이시는 “당신에게 꼭 맞는 좋은 일자리 있는데, 해보지 않으시겠소? 맘에 들면 바로 시작합시다”라며 시작한다.

다머는 맥주 한두 잔 권하고, “참 아름답습니다. 제 사진 모델 되어주세요” 하며 지폐를 공손히 내민다.

번디은 한 손에 기브스하고, 다른 손에는 책 대여섯 권 들고 서있기 연출을 한다. 여학생 지나가면 책 떨어트렸다. “좀 도와주세요” 외친다.

살인하면서 어릴 적 경험 재생한다

△제럴드 유진 스타노: 41명 살해. 소년시절 공부 잘했던 형의 푸른색 옷을 혐오했다. 그 색 옷 입은 사람을 대부분 죽였다.

△게이시: 어렸을 적 암기 강요당한 시편 23편을 천천히 암송하면서 피해자 목 졸랐다.

△조셉 켈린저: 아버지가 휘두른 회초리로 입은 상처, 아버지가 강제로 내 손을 모닥불에 지져서 생긴 화상자국. 그 기억들이 피해자 고문을 아들이 하도록 만들었다. 그 아들조차 죽이게 만들었다.

희생자가 쉽게 미끼 물게 하는 방법이 있다. 살인범이 잘 쓰는 수단이자 상식이다. 내 차로 함께 가게 만드는 수법이다. 차 옆에까지 가면 범행 99.999% 성공. 타라고 협박, 안 타면 미리 준비한 흉기로 내려친다.

내 목숨 지키기 제1조. 모르는 자 따라가지 말라. 맥주 한두 잔쯤이야 괜찮다? 약 들어 있지 않다 장담? 남의 짐 운반해 줘도 무방? 마약이라면?

내 목숨 지키기 제2조. 함께 간다면 차에서 좀 떨어진 데서 스톱! 거기서 일 끝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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