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비닐 쓰레기 대란’ 다시 안 겪으려면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지난 6월 5일은 UN이 정한 세계환경의날(World Environment Day)이다. 유엔은 올해 환경의 날 주제로 ‘플라스틱 오염 퇴치’(beat plastic pollution)로 정했다. 우리나라 환경부도 ‘플라스틱 없는 하루’를 주제로 각종 행사를 가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환경의날 메시지에서 “환경보호는 나의 작은 실천에서부터 시작된다”며 “비닐봉지 사용만 줄여도 원유 사용이 줄고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도 줄여든다”고 말했다.

‘세계환경의 날’은 1972년 6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엔인간환경회의’에서 제정되어 그해 UN총회에서 채택되었다. 이 회의는 국제사회가 지구환경보전을 위해 공동노력을 기울일 것을 다짐한 첫번째 국제회의였다. 인간환경선언이 발표되고 UN 산하에 환경전문기구인 유엔환경계획(UNEP)을 설치하기로 결의하였다. 우리나라도 1996년부터 6월 5일을 법정기념일인 ‘환경의 날’로 제정했으며, 1997년엔 서울에서 UNEP 주최의 ‘세계환경의 날’ 행사를 개최하였다.

‘세계환경의 날’에는 매년 한 국가가 선정되어 주요 기념행사를 주최한다. 금년에는 인도가 주최국으로 선정되었다. 주최국 외에도 세계 곳곳에서 다채로운 기념행사가 열린다. 특히 금년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15개 주요 도시에서 플라스틱 폐기물을 활용한 아트 프로젝트(art project)가 진행되었다. 서울에서는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버려진 플라스틱 물병을 활용하여 물고기 조형물을 만들어 전시했다.

플라스틱은 약 500년의 시간에 걸쳐 분해는 완성되나 플라스틱 성분은 반영구적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은 얼마나 될까? 매년 전세계에서 5천억개의 비닐봉투가 사용되고 있으며, 매년 1300만톤에 달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유출된다. 해양생물들이 바다로 유출된 플라스틱 쓰레기를 섭취하면서 ‘먹이사슬’을 통해 플라스틱이 결국 우리 몸에 들어오게 된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Greenpeace)가 발표한 ‘남극지역 탐사 보고서’에 의하면 남극 지역에서 채취한 눈과 물 등 대부분 시료에서 미세 플라스틱과 유해화학물질이 발견됐다. 즉 남극에서 채취한 8개의 해수 표층수 시료 중 7개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으며, 9개의 눈 시료에서도 농도 측정이 가능한 수준의 과불화화합물(PFC)이 검출됐다. 과불화화합물에 장기간 노출되면 내분비계 교란이나 발암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 사람이 한해 사용하는 플라스틱 양이 98.2kg으로 일본 66.9kg, 영국 56.3kg 등에 비해 상당히 많다. 비닐봉지 사용량은 420개(2015년 기준)로 독일 70개, 아일랜드 20개 등 유럽연합(EU)의 사용량을 크게 웃돌고 있다.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시도되고 있다. 덴마크는 1994년부터 ‘포장세’를 도입하여 일회용 포장재의 사용을 줄였다.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는 정부와 기업이 함께 협약을 통해 포장폐기물을 3만9000톤 정도를 줄였다.

최근 지구촌에서 ‘플라스틱 빨대 퇴출!’에 대하여 공동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빨대 퇴출’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이유는 플라스틱 용기가 환경을 파괴한다는 지적이 거세지면서 가장 흔한 빨대 사용부터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 때문이다. 영국 런던과 맨체스터의 54개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5월 초부터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비치하고 있다. 캐나다 밴쿠버시는 2019년 6월부터 식당과 술집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하도록 했다.

영국은 요즘 친환경 운동이 활발하다. 환경부 마이클 고브 장관은 빨대와 음료를 젓는 막대에 플라스틱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식당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컵만 쓰자는 “컵 낭비를 줄입시다”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미국 뉴욕시의원 라파엘 에스피날(민주당)은 “미국에서 매일 5억개의 빨대가 버려진다”며 플라스틱 빨대 금지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나 금속 재질로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며, 만약 플라스틱 빨대를 제공하면 100달러의 벌금을 물리는 조항이 들어 있다.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플라스틱 줄이기’를 실천하여야 한다. 마트에 갈 때 장바구니(쇼핑백)를 챙기고, 음료 구매 시 머그컵이나 텀블러를 사용한다. 플라스틱 식기류 사용을 자제하며, 플라스틱 쓰레기는 분리수거를 해야 한다.

지난 4월 중국이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을 전면 중단하자 우리나라는 커다란 혼란에 빠져 수도권 ‘폐비닐 쓰레기 대란’을 겪었다.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운동을 위한 교육과 홍보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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