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온과 두테르테 그리고 전제국 방위사업청장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세계에서 최첨단 항공기를 독자 생산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의외로 헬기를 독자 생산하는 나라도 많지 않다. 항공우주산업(KAI)가 독자생산에 성공한 수리온은 기동헬기와 공격헬기를 기본으로 상륙, 해경, 의무, 산림, 소방의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방산의 틈새시장을 파고 들 수 있는 품종으로 이명박 시절부터 방산수출에 공을 들여왔던 장비다. 터키에 수출되는 K-9 155mm 자주포는 미국의 팔라딘에 못지않은 세계 최고의 자주포로 평가되고 있다. 자주포는 태국과 그리스 등에서도 소요가 있다.

한국에서 필리핀에 함정 수출을 한 적이 있다. 김영삼 대통령 당시다. 필리핀은 섬이 7천개가 넘는 나라다. 해적이나 마약사범을 찾아 기동성 있게 순찰을 돌고 추적할 수 있는 초계정이 필요했다. 가격은 단 1달러였다. 필리핀의 체면을 생각해 무상원조가 아니라고 하기 위해서였다. 우리는 그때부터 나름대로 남방진출의 씨앗을 내린 것이다. 수카르노에 이어 수하르토로 군사정권이 오래 지속된 인도네시아에서는 대사보다도 무관이 각종 업무에 보다 더 신속하고 편리한 연결고리 역할을 한 적이 있었다.

스페인은 16세기 이래 스페인의 식민통치하에 있다가 1898년 미서전쟁에서 미국에 넘어갔다. 스페인과 미국의 식민통치 아래서 거대한 토지 소유자들이 거의 봉건영주로 성장했다. 마르코스나 이멜다, 아키노나 코라손 집안이 이들 필리핀의 주도세력이었다. 이멜다의 사치는 월남 패망의 단초가 된 마담 고딘누와 닮았다. 1960년대 장준하, 김용기 등이 수상한 막사이사이상은 동남아의 노벨상이었다. 장충체육관과 광주비행장은 필리핀 기술자들이 건설한 것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들과 출신이나 교육, 입신에 있어 다르다. 포퓰리즘이라고 비난받고 있으나 길거리 주민 의사를 대변하는 정치를 하고자 한다.

동양의 진주라고 하는 마닐라에는 거지가 우글거린다. 북경과 같이 공기오염이 심각하여 숨쉬기가 힘들다. 호텔의 냉장고 물도 안심하고 먹기 어렵다. 반드시 사먹어야 한다. 후진국 치고는 유별나게 변호사가 많다. 미국의 영향이다. 마약사범을 잡아도 이들을 사법처리 하기에는 절차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두테르테는 이와 달리 즉결처분이다. 시카고에서 알 카포네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면서 후버의 FBI가 성장한 것을 상상하면 된다. 두테르테는 영국 상인에게서 마약을 압수하여 불태운 흠차대신 임칙서와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비상한 상황에서는 비상한 대처와 방도가 필요한 것으로 필리핀 국민들은 보는 듯하다.

두테르테를 영접한 전제국 방위산업청장은 국방부 문민화의 대표적 인물이다. 일반직으로는 드물게 대미업무로부터 출발하여 국방부 전반을 들여다볼 수 있는 감사관과 정책실장을 거쳐 방위사업청장에 등용되었다. 문민화는 ‘무늬만 문민화’여서는 되지 않는다. 미국과 같이 부차관보 정도-우리의 심의관급-로부터 차근히 밟아 올라와야 한다. 진정한 군의 문민통제는 이러한 바탕 위에서 가능하다. 일반직에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문민화가 아니다.

국방부 문민화는 명확한 개념을 잡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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