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의 범죄칼럼] 혈액···‘증거의 보고’ ‘범죄현장의 꽃’

[아시아엔=김중겸 전 경찰청 수사국장, 인터폴 전 부총재] 혈액의 주 용도는 의료 및 수사다. 요즘에는 친자확인에도 쓴다. 친자확인은 민간기관에서 1회에 3백만원 정도 받고 한다. 혈액형 감정이 주류다. DNA까지 하면 비용 더 든다.

누가 하는가? 제일 많기는 남편의 의심이 불씨가 된 사건이다. 바람난 아내가 출산한 아이가 주로 대상. 다음은 유명인의 숨겨 논 애인이 낳은 다 큰 자식, 유산 상속, 이혼 소송 순이다. 경마에 출전하는 말들도 친자관계 확인한다. 순혈 종마 맞아? 잡종 아니지?

혈액으로 궁합 본다

무슨 혈액형은 성격이 어떻다, 어떤 혈액형에 특히 범죄자 많다, 살인강도는 이러이런 혈액형이 많다 등 연구결과 많이 발표됐었다.

혈액형으로 점도 치고, 궁합도 봐줬다. 한때 돈 버는 재미도 괜찮았다 한다. 심지어 신입사원 면접에도 이용한 대기업도 있었다. 과학적 근거는 희박하다. 살인, 강도, 강간, 폭행 등 피 흘리는 강력사건에서는 피가 사건해결의 강력한 열쇠였다.

범죄현장이 증거의 보고라는 말은 바로 현장에 떨어진 이 혈액을 두고 한 말이다. 혈액으로부터 얻는 객관적 데이터는 무수히 많다. 혈흔형태로 범행 당시의 상황을, 색깔로부터 범행시간을 추정하기도 한다.

피해자 특정 역시 혈액으로부터 중요한 정보를 얻는다. 때로는 사체혈액으로 남녀성별, 성인(成人), 태아, 임산부 판별도 가능하다.

죽은 자의 정보 중에서 가장 기본은 혈액형이다. 뼈나 이에서도 혈액형은 판정 가능하다. 아무런 단서도 없는 백골은 혈액형 감정으로 출발해 신원확인까지 간다. 수 cm의 모발, 미량의 침, 정액, 대변 등 모두 혈액형 알아내는 데 쓰인다.

최근에는 지문으로부터도 판정한다. 범인의 지문으로 추정되는 부분을 셀로판테이프로 채취한다. 여기에 묻은 때나 땀으로 혈액형 밝힌다. 지문은 식별 불가능한 경우에도 혈액형은 판정 가능하다.

내가 실수로 죽였다고 신고

성공한 중년 미용사 Graham Backhouse는 브리스톨 농장을 상속받았다.?1984년 3월 30일. 꼬챙이에 꿴 양의 목이 농장 울타리에서 발견됐다. ‘You next’ 다음은 너라는 협박장도 있었다.

4월 9일 부인이 가축용 항생물질 사러 가려고 차 시동 걸었다. 폭발했다. 넓적다리 반이 잘려 나갔다. 목숨에는 지장 없었다.?4월 30일. 벡하우스가 경찰에 신고했다. 용의자로 지목됐던, 도로사용권을 놓고 다투었던 이웃 테일러가 자기 집에서 죽었다 했다.

진술 내용은 이랬다. “테일러가 나이프 휘둘렀다. 내 얼굴과 가슴 찔렸다. 도망쳐서 엽총 가져왔다. 가까이 오면 쏜다고 경고했으나 듣지 앉아서 두 발 쐈다.”

핏방울이 이상하잖아

나이프로 찔려 흘린 핏자국이 이상했다. 몸싸움 했다면 피가 여기저기 튀어야 한다. 바닥의 피가 거의 같은 간격, 같은 크기로 떨어져 있었다. “이건 가만히 서서 떨어트린 피잖아. 조작이구먼.” 형사는 직감적으로 파고들었다.

은행 빚 7만파운드. 부인 생명보험 10만파운드짜리 새로 가입했다. 협박장 You next의 필체도 벡하우스 글씨체. 하나하나 밝혀졌다.?“이 사람아. 처 폭사시켜 보험금 타고, 이웃에게 뒤집어씌우고 은행 빚 갚으려고 그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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