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 범죄칼럼] 고문은 옛날 수사의 기본···’물증 수사’는 20세기 돼서야


[아시아엔=김중겸 전 경찰청 수사국장, 인터폴 전 부총재] 수사의 기본이 고문이었다. 순순히 자백했든, 을러대어 자백했든, 그 말 입증할 증거 필요해 고문했다.

맘 약해 스스로 진술해도 고문, 신념 강해 입 꾹 다물어도 고문. 결과는 같았다. 반역의 경우 두 부류 다 능지처참이다.

수사란 무엇인가. 증거라는 물길을 따라가는 탐구행위다. 그러면 증거란? 범죄 입증자료다. 반역의 범죄 입증자료는 어떻게 찾는가. 그 옛날 유럽은 고문으로 해결했다. 물론 동양도 그랬다.

고문이란 심증 얻는 작업이다. 상상력의 세계다. 보고, 듣고, 감촉하고, 손에 쥐는 물증(物證)이 아니다. 세상이 문명화되면서 추리와 감식이 방법론으로 정착하기 시작했다.

고문 대신 증거

추리도 증거가 있어야 앞으로 나아간다. 올바른 추리는 물증으로 뒷받침된다. 이런 수사방식이 법의 울타리 안에서 작동하는 수사다. 20세기 들어와서야 가능해졌다.

오늘날의 법 지키는 수사의 성공률은? 죄 종류에 따라 편차 많고 나라에 따라 다르다. 미국의 경우 순찰경찰관이 80% 검거한다. 현장에 1등으로 도착하고, 관할구역 지리와 주민 잘 알기 때문이다.

순찰경찰관의 현장체포를 좌우하는 요인은 △증거가 충분한가 △범죄가 심각한가 △피해자는 체포를 원하는가 △피해자와 가해자는 어떤 관계인가 등이다.

가해자의 태도가 적대적이거나 불손하면 사소한 사건도 50% 내외 체포한다. 인종 불문하고 저소득층 체포율이 높다.

교대시간 임박했으면 체포 안 한다. 경찰서로 연행해서 보고서 쓰고 마무리하는데 1시간에서 3시간 걸리기 때문이다. 비번시간을 잡아먹기 때문이다.

검거율 낮은 게 정상

미국 형사들의 실상은 보고서 작성, 서류 정리, 피해자 찾아 인터뷰하기로 시간 다 보낸다.

각 사건은 한 주 정도 관심을 갖는다. 날마다 새 사건에 얽매인다. 침입도 30%, 절도 18%만 수사한다. 침입도의 25%는 2시간, 11.9%는 1시간 정도 수사한다. 나머지는 손 댈 짬이 없다. 강도의 24.8%는 2일 정도 수사한다.

이것도 대부분 사무실에서 전화나 서류로 사건을 검토한다. 단서 나와야 움직인다.

해결율은 전체범죄의 19.9%인 가운데 △살인 62.6% △폭행 55.6% △강간 41.8% △강도 26.2% △절도 18.3% △자동차 절도 13.0% △침입도 12.0% 등이다. 침입도의 경우 신고율이 53%이니 실제 검거율은 7%에 그친다.

처음부터 범인 알아야

사건해결 가능성에 미치는 요인은 사건초기 단서, 특히 범인 이름이나 인상착의가 제일 중요하다. 로스앤젤레스 시경의 경우 처음부터 이름을 안 케이스(named suspect)는 349건 중 301건(86%) 해결, 48건(14%) 미결.

모른 케이스(unnamed suspect)는 1556건 중 해결 181건(12%), 미해결 1375건(88%)이다. 이름 안 케이스와 이름 모른 케이스를 합한 해결율은 482건(25%)다.

형사의 숫자보다는 자질과 교육훈련의 질이 사건해결에 기여한다. 규모 작은 지역은 주민이 수상한 자나 수상한 행동에 관심 갖고 신고 잘 하고, 경찰도 실정에 밝아 잘 잡는다.

사건 소모율은 경찰에서 11% 석방, 검찰에서 15% 불기소, 법원에서 18% 면소. 계 44%나 풀려난다. 오늘날 이 문명세계 미국에서도 무고한 사람이 44%나 잡혀간다는 증거다.

고문이라는 수단은

오늘날 미 중앙정보부는 torture(고문)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enhanced interrogation(향상시킨 심문)이라고 교묘하게 고문기법 은폐해서 표현한다. 그렇다고 해서 고문 종류나 방법이 달라졌는가. 오히려 더 악랄해졌다. 교묘하게 인간파괴한다.

해외 협조국가에 1차 고문기지(black site)를 설치한다. 나라마다 비밀이름 붙인다, 예컨대 타일랜드는 Cat’s Eye(고양이 눈)에서 고문한다. 고문행위에 대한 비난에 대하여 물고문 등으로 정보 많이 얻어냈다고 반박한다. 믿는 사람 별로 없다.

자백할 사람은 아예 처음부터 진술한다. 고문 끝에 얻어내는 정보는 유감스럽게도 가치가 거의 없다. 이미 아는 뉴스거나 쓸모없는 소문이다.

신념과 신앙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은 별별 고문에도 넘어가지 않는다. 자백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들이야말로 핵심간부다. 중요정보 소유자다. 고문은, 그래서 효과 없다. 고문 가담자만 인간성 피폐해진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