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농부 박영옥의 돈생각 32] 당신이 어느 기업의 주주가 됐다면

[아시아엔=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이사, <주식, 투자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주식, 농부처럼 투자하라> 저자] 자, 드디어 당신이 어떤 기업의 주주가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월차를 내서 큰마음 먹고 주주총회에 간다. 설레고 어색하다. 평생 산골에 살다가 상경한 사람처럼 어리둥절하다. 처음 보는 주주들도 신기한데, 그 자리엔 게시판에 열심히 글을 올리던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그동안 기업의 주가를 꼼꼼하게 체크해오지 않았다 해도 주주총회에서 사람들 얼굴을 보면 주가의 향방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잘해왔으니 앞으로도 잘해달라는 분위기일 수도, 경영자에게 삿대질이라도 한번 하고 가야 속이 풀리겠다는 분위기일 수도 있다. 분위기가 좋으면 금방 끝날 것이고, 아니면 길어진다. 소리 높여 울분을 토해내는 사람도 있다. 이에 대한 회사 측의 반응도 볼 수 있다.

주주총회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 주주들은 단단히 화가 나 있고, 경영자가 나서서 열심히 무언가를 설명하지만 사람들은 설득이 안 된다. 처음에는 긴장감 있던 고성도 나중에는 지루해진다. 이후 주주총회에 다녀온 소감을 묻는 지인에게 당신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싸움구경만 하고 왔지, 뭐. 무슨 말들을 하는지 잘 알아듣지도 못하겠고, 괜히 갔다 싶어. 나 같은 개미가 낄 자리가 아니었던 것 같아. 공부를 좀더 한 다음에 가야 할까 봐.”

일식집에서 한달 일한 사람이 주방장을 따라 노량진 수산시장에 다녀온 뒤 이렇게 말한다면?

“주방장이 어떤 건 좋다고 하고 어떤 건 나쁘다고 하는데 나는 모르겠더라고. 책에서는 분명히 좋은 생선이라고 했는데 주방장은 아니래. 상인이랑 이야기하는 걸 들어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 괜히 새벽잠만 설쳤지 뭐야. 그 시간에 일어나서 책이나 좀더 보려고.”

초보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을 주방장은 볼 줄 안다. 그러니까 주방장이다. 선수끼리 이야기하는데 구구절절 설명은 필요 없다. 척하면 알아듣는다. 시장보다 책을 선택한다면 평생 주방장이 되지 못할 것이다. 주주총회에 나온 임원과 논쟁을 벌이던 그 주주는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하고 얼마나 많은 주주총회에 참가했겠는가.

처음 주주총회에 갔는데 회사가 돌아가는 판세가 보이고, 처음 주식 담당자와 통화했는데 그의 속내가 읽히는 일은 없다. 부동산중개업소에 다녀본 적 없는 사람이 어떻게 기업이 소유한 토지의 가치를 알아보는 질문을 던질 수 있겠는가.

자수성가한 사람들의 과거를 보라. “이 정도밖에 노력을 안 했는데 성공했어?”라고 말할 수 있는 경우가 과연 있던가? 그들은 남들이 상상 못할 만큼 정말 대단하고 독하다는 말을 듣는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우물가에서 숭늉이 나올 리 없다. 현장에 나가는 것이 익숙해져야 여유가 생기고, 여유가 생겨야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도 볼 수 있다. 또 현장에 나가서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게 된다.

호기롭게 주식 담당자에게 전화 걸었는데 한두 마디 던지고 나니 질문할 거리가 없어 당황해봐야 아직 스스로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당신은 부자가 되기 위해 투자를 하려고 한다. 근무시간 외에는 편안하게 지내고 싶어서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다. 고생은 예정되어 있다. 부자가 되기로 한 이상 ‘정말 눈물이 나도록 지독하게’ 고생할 각오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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