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농부 박영옥의 돈 생각 23] 투자할 회사 꼼꼼히 고르는 방법

[아시아엔=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이사, <주식, 투자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주식, 농부처럼 투자하라> 저자]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고 한다. 그래서 사기꾼이 사라지지 않는지도 모른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지만 탐욕이 그들의 말을 믿게 만드는 것이다. 차트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여전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시아엔> 독자 중에도 이 글을 읽고 “맞는 말인 것 같지만 실행하기는 너무 어렵다. 좀 더 쉬운 방법은 없을까?” 하고 묻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바로 거기에 ‘차트의 미신’이 들어올 공간이 생긴다.

업종과 기업을 공부하고 기업과 장기간 소통하면서 동행하는 것에 비하면 차트 투자는 너무나 쉽다. 그래프를 공식에 대입하기만 하면 미래 주가의 향방을 알 수 있다니, 얼마나 환상적인가.

사람 마음속에는 쉽게 돈을 벌고 싶은 욕심이 있다. “차트만 봐도 되면 참 좋겠다”는 바람은 어느새 “차트만 봐도 된다”는 믿음으로 바뀐다. 그러면 나 같은 사람의 말은 들리지 않는다. 워런 버핏이 왜 매일 전화통을 붙들고 사는지 생각하지 않는다. 주가가 하염없이 떨어져 바닥에 부딪힐 때까지 차트 신봉자로 사는 것이다.

헛된 희망을 품지 않는다 해도 내가 말하는 주식투자의 방법들을 보면 ‘직장에 다니면서 하기에는 좀 버겁겠다’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러나 부자가 되려면 그 정도 각오는 해야 한다. 전략적으로 조금 더 쉬운 길은 있다.

현재 여러분이 종사하고 있는 직업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자신의 직업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이것은 세부적인 업무를 잘한다는 것과는 조금 다른 문제다. 타 부서는 물론이고 협력업체의 일 등을 포함하여 업종의 전체적인 판세를 읽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한 업종에서, 또는 한 기업에서 어느 정도 일하다 보면 그 정도는 당연히 아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객관적인 판단을 방해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타 부서와의 알력 다툼 등이 대표적이다. 알력 다툼이 감정싸움으로 번지면 전체적인 판세를 읽기 어려워진다.

기획, 생산, 판매 등 각 팀들이 서로를 무능하다거나 이기적이라고 욕하는 상황이라면, 혹은 여러분이 그중 한 명이라면 업종의 판세를 객관적으로 읽을 수 있겠는가. 협력업체를 갑을관계로만 파악하면서 업종의 판세를 읽을 수 있겠는가. 부서의 논리를 떠나, ‘우리 회사’를 떠나 업계 전체의 상황을 보면 예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이 보일 것이다.

기획에서 생산까지, 판매에서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까지 해당 업종이 돌아가는 전 과정을 공부해보면 그 전에 몰랐던 부분도 알게 된다. 만약 이미 다 알고 있다면 여러분은 사장님이거나 고위 간부일 것이다. 일반 사원이라면 초고속 승진을 하게 될 것이다. 정말 능력 있는 사원임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공부를 한다고 할 때 도대체 어느 수준까지 알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나는 이렇게 답한다.

“그 회사 사장과 기업 경영을 놓고 토론할 수 있는 식견이 있어야 한다.”

만만한 경지는 아니다. 하지만 이 정도 수준은 되어야 동행과 동업이 가능하다. 임원이 되기 위한 선행학습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좋겠다. 직업인으로서, 투자자로서 능력을 쌓는 길이니 일거양득이라 하겠다.

개인 투자자는 반드시 자기 직업과 연관된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업종의 현황이 좋지 않은 기업에 투자해서는 안 되고, 하나의 업종에 포트폴리오가 몰려 있어서도 안된다. 전혀 다른 업종으로 구분되어 있다고 해도 파고 들어가면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공부를 시작하는 지점이라는 데 무게중심을 두기 바란다.

다행히 해당 업종의 현황이 좋다면 투자해도 되고, 아니라면 ‘우리 업종에 있던 돈은 어디로 흘러갔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공부의 꼬리를 이어 나가면 된다.

업종의 밝은 전망을 보고 기업을 찾는 방법도 있고, 좋아 보이는 기업을 먼저 발견하고 업종의 전망을 보는 방법도 있다. 어느 쪽이든 업종에 대한 공부는 빼놓을 수 없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단순히 업종의 전망이 밝다는 것만 확인해서는 안 된다. 왜 전망이 밝다고 하는지 그 이유를 단순 명쾌하게 설명할 수 없다면 눈 뜬 장님이나 마찬가지다.

업종이 돌아가는 원리를 알아야 호재와 악재를 구분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늘 다른 누군가가 분석해주는 자료에 의존해야 한다. 그리고 자료를 손에 넣었을 때는 이미 주가가 상승하거나 하락한 이후가 되기 쉽다. 모든 목표에는 장애물이 있다. 장애물은 그 목표를 원하는 많은 사람들 중 간절하고 절실하게 원하는 사람만 통과시킨다. 간절함이 크면 장애물은 작아 보일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태산처럼 높아서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처럼 보일 것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농심투자가 너무 어려워서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아 보인다는 건 부자가 되고 싶은 욕구가 그만큼 적다는 것이다.

사업가, 정치인, 운동선수, 예술가 등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 중에 “우리 일은 참 쉬워요. 그래서 이 일을 하기로 선택했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다들 힘든 줄 알면서도 그 길을 갔다. 그 고난을 품을 수 있을 만큼 그 일에 대한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부자로 살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큰지, 부자가 되어야만 하는 이유가 얼마나 절실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각오를 다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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