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농부 박영옥의 돈 생각⑭] 증권방송 과신은 ‘금물’

[아시아엔=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이사, <주식, 투자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주식, 농부처럼 투자하라> 저자] 주식투자 공부는 경제 전반에 대한 지식을 넓게 파는 것과, 개별 기업의 정보를 깊이 파는 것 등 크게 두가지가 있다. 넓어도 깊이가 없으면 의미가 없고, 깊이 들어가려면 일단 넓게 파야 한다. 넓고 깊게 동시에 파는 게 중요하다.

‘공부’라는 말만 들어도 부담을 가질 수 있겠지만 너무 어렵게 생각 말고 편하게 흥미 가는 부분부터 시작하면 된다.

<아시아엔> 독자 가운데는 경제학과를 졸업한 분도, 철학이나 역사를 전공한 분도 있을 것이다. 경제학을 전공했다고 유리하고, 철학을 전공했다고 불리한 것은 아니다. 경제지식의 양으로만 따지면 경제학 전공자가 우세하겠지만 주식투자는 그것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인간과 삶에 대한 통찰이 더 중요해지는 지점도 있다. 경제 지식 좀 안다고 자만할 것도 아니고, 아예 모른다고 주눅들 일도 아니다.

공부는 현재 자신의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래야 어떤 것부터 공부해야 할지 감이 잡힌다. 자신의 수준을 진단하는 간단한 방법은 경제 관련 방송이나 경제신문을 보는 것이다. 무슨 말인지 다 알아듣고 흥미진진함까지 느낀다면 상당한 지식이 있는 것이다.

반면 용어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면 경제와 주식에 관한 책들을 반복해 읽으면서 용어에 익숙해지는 것이 먼저일 테고, 개별 경제뉴스를 큰 틀에서 이해하고 싶다면 자본주의의 원리를 다룬 책을 읽는 것이 좋다. 몇 권 읽다 보면 다음에는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흐름이 잡힌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처음부터 증권방송을 너무 많이 시청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방송마다 개별 종목을 상담해주는 코너가 있는데, 나로서는 참 신기하다. 어떻게 저 많은 종목들의 미래를 다 알고 있는 것일까. 보유 또는 매도 의견을 내거나 얼마 이상 가면 매도하고 얼마 이하로 떨어지면 비중을 줄이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 그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할 때가 많다.

차트와 관련된 용어가 많이 나오는 것도 불만이다. 투자자로서는 백지상태인 초보자들이 부지불식간에 차트를 기본으로 한 분석을 신뢰하게 될까 걱정된다. 공부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니 미리 차트 관련 용어를 알 필요는 없다. 아직 주식투자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에게는 증권방송보다 경제 전체의 흐름을 알려주는 방송이 도움이 된다.

무슨 일이든 힘들게 느껴질 때는 비교적 쉽고 간단하게 해치울 수 있는 것부터 하는 게 좋다. 투자를 위한 공부도 마찬가지다. 투자하려는 기업의 업종에 따라 문과 출신에게는 암호나 다름없는 물리, 화학, 전자를 공부해야 할 수도 있다. 업종의 전망이 좋아서 꼭 투자를 하고 싶다면 그 공부를 피해갈 도리가 없다.

기업의 구체적인 내용과 경영자의 심리까지 파악해야 한다. 경제의 기본적인 원리를 다룬 책도 몇 권 읽어야 한다. 어려운 것을 먼저 생각하면 머리만 무겁고 진도도 나가지 않는다. 그러니까 쉬운 것부터 해나가자는 것이다.

일단 스마트폰을 꺼낸 다음 설치되어 있는 게임앱을 지운다. 참 쉽다. 그 다음 순서는 비용이 조금 들어간다. 경제신문, 종합일간지, 경제주간지를 신청한다. 회사에도 있다, 인터넷으로 볼 수 있다 등의 핑계는 대지 말자. 마음껏 메모하고 스크랩할 수 있는 자기만의 것이 필요하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으니 벌써 절반은 왔다.

게임을 하지 않아 확보한 시간에 신문과 주간지를 읽는다.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한동안은 그 안에서 투자할 기업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다. 정보가 아닌 척하는 정보가 진짜 투자 정보인데, 그런 것들이 쉽게 눈에 띌 리가 없다. ‘이것은 투자 정보입니다’라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정보는 가치 있는 정보가 아니다. 우선은 경제에 관한 지식, 세상 돌아가는 흐름을 전반적으로 익힌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것이 바로 넓게 파는 공부다. 경제지식이 주식투자의 성패를 결정한다면 경제학과 교수나 애널리스트의 수익률이 가장 높아야 할 것이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경제지식만큼 중요한 것이 투자자의 마음이다. 마음이 흔들리면 경제지식이 아무리 많아도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 탐욕과 공포를 이기고 담대한 마음으로 주식투자에 임해야 한다.

인생을 관조하듯, 경제와 기업의 흐름을 흔들림 없이 관조하는 것은 경제지식 쌓기보다 훨씬 어려운 문제다. 탐욕과 공포를 이기는 투자원칙만으로는 마음 수양이 끝나지 않는다. 나에게는 독서, 운동, 여행, 등산 등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사람마다 다르므로 각자 자신에게 맞는 수양법을 찾는 게 좋다.

결단력, 친화력 등 사람의 기본적인 성정에 관한 것들도 있다. 정보를 충분히 모았더라도 마지막에는 결단을 내리는 마음의 힘이 필요하다. 햄릿의 워딩을 빌리면 “매수할 것이냐, 기다릴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라고 하다가는 기회를 놓친다. 이는 심사숙고와는 다르다. 그냥 우유부단한 것이다.

친화력은 주식 담당자나 해당 기업의 구성원을 만날 때뿐 아니라 현장에서 정보를 구할 때 유용하다. 나는 한 기업이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의 가치를 알아보기 위해 인근의 부동산 중개업소, 식당, 절 등에서 소문을 들었다. 현장에서 살아움직이는 정보가 투자에 큰 도움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다시 말하지만 정해진 공부방법은 없다. 개별기업을 공부하면서 경제 전반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도 있고, 경제 전반을 공부하는 중에 가치 있는 기업을 발견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멈추지 않고 계속 공부를 이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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