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섭의 프로모션 이야기⑮] 컬링 은메달 ‘의성 마늘’ 마케팅 ‘수훈갑’

[아시아엔=이원섭 마컴 큐레이터] 17일간 한반도를 뜨겁게 달구었던 비장애인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특히 인구 소멸 위기까지 치닫던 경상북도 의성군이 컬링이라는 종목 덕분에 그동안 특산물인 마늘 마케팅에 투입했던 비용과 시간보다도 훨씬 높은 브랜드 제고효과를 얻었다.

그동안 의성군은 군 브랜드 제고와 프로모션 등을 위해 지난 10여년간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해 ‘의성마늘햄 가족캠프’ 등의 마케팅을 진행해 왔다. 그 10여년보다 더 큰 마케팅효과를 단 몇명의 컬링 여자선수들이 올림픽 기간에 만들어 낸 것이다. 아래 화면처럼 일본의 한 방송이 의성을 찾아 자국에 소개할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스포츠 마케팅의 힘을 보여주는 대단한 사례다.

아직 최종 집계는 되지 않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당초 3000억원의 적자를 볼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대회 흥행과 기업 후원 등에 힘입어 흑자가 날 것으로 예상했다. 보도에 따르면 조직위는 입장권 판매가 호조를 보여 목표를 초과해 107만 8562장을 판매, 목표 대비 100.9%의 판매율을 기록했다. 입장권 판매수입이 1573억원으로 집계되었다고 한다. 여기에 공식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반다비 등 기념품 매출도 같이 증가해 흑자올림픽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흑자의 결정적인 요인인 기업 후원금(1조1123억 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후원금(4400억원), 올림픽 파트너 기업 후원금(2400억원) 등도 큰 역할을 했다. 후원기업들도 흥행과 함께 스포츠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기업들이 큰 비용과 노력을 들여 스포츠 마케팅을 하는 이유를 의성군 컬링 효과에서 볼 수가 있었다.

스포츠마케팅은 말 그대로 스포츠를 이용해 제품판매 확대나 브랜드 제고를 하려는 마케팅 기법이다. 스포츠마케팅을 통해 회사나 제품의 인지도를 높이고 이미지를 개선하거나 유지하려는 것으로 MTS(Marketing through Sports)와 MOS(Marketing of Sports)의 두 분야가 있다. 이해를 돕자면 MTS는 삼성전자 등 비스포츠 기업들이 하는 마케팅이고 MOS는 나이키, 아디다스 등 스포츠 상품관련 기업이 하는 마케팅이다.

스포츠 자체 마케팅(Marketing of Sports)이라고도 하는 MOS는 스포츠 경영학의 시각에서 관람, 참여 등을 위한 활동이고 스포츠 제조업 분야에서 스포츠용품이나 시설과 교육프로그램을 판매하기 위한 마케팅활동을 뜻한다. 스포츠를 통한 마케팅(Marketing through Sports)이라고도 불리는 MTS는 경영학적 마케팅 개념으로 스포츠 후원으로 기업이 상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스포츠활동에 재정적 또는 이에 상응하는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기업이 스포츠마케팅을 하는 목적은 대부분 브랜드 인지도(brand awareness) 향상, 이미지 개선(image transfer), 프로모션(promotion), B2B opportunities, 상품출시(merchandising) 등이다. 이번 평창처럼 올림픽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 형태의 기업 후원(스폰서십)으로 구분된다. ①TOP 파트너?IOC ②대회조직위원회 공식후원사 ③국가올림픽위원회 공식후원사 등이다.

이들 후원사들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면서 후원하는 이유는 많은 스포츠 마케팅 권리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권리는 제품공급권을 갖는데 일반적으로 후원사 모집 때 제품 카테고리가 중복되지 않게 받아 계약된 제품군에 대해서만 권리를 갖는다.

둘째는 지식재산권인데 엠블럼과 명칭 사용권 그리고 선수단 초상권, 과거 올림픽 사진 사용권 등을 통해 대회기간(대회시작 9일전~대회종료 3일)동안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셋째로는 대회기간 중 쇼케이싱(showcasing)과 라이브사이트(Live-site) 운영권, 신제품 론칭, 성화봉송, 교육, 문화, 환경, IOC 승인행사 참여우선권 등의 프로모션권이 있다.

그리고 중요한 권리 중 하나가 마케팅 지원 권리다. 이 권리는 공식적인 스폰서가 아니면서 스폰서인 것처럼 마케팅활동을 하는 앰부시(ambush) 마케팅의 모니터링과 방지 권리를 갖는다. 제3자의 올림픽경기와 관련된 위조품의 제작, 제3자의 올림픽영상과 상징의 사용, 제3자의 올림픽파트너들의 합법적인 마케팅활동 방해 등 공식 후원사들의 권리가 침해받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다. 실제로 올림픽기간 중 많은 기업들이 공식 스폰서가 아니면서 광고 문구나 제품 프로모션 등을 통해 올림픽과 관련이 있는 업체라는 인상을 소비자들에게 주어 관심을 끌려는 시도들이 많이 적발돼 사과하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그만큼 올림픽을 이용한 스포츠 마케팅 효과가 크기 때문에 불법인 줄 알면서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앰부시 마케팅은 대개 행사 중계방송의 TV 광고를 구입하거나 공식 스폰서인 것처럼 속이기 위해 개별 선수나 팀의 스폰서가 되는 방법을 쓴다. 앞에 설명한 것처럼 올림픽 공식 로고나 마크, 휘장 등은 공식 후원사나 공식 파트너만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인데 이를 침해하는 것이다. 이번 평창올림픽에서도 ‘봅슬레이 선수 된 무대리’라는 러시앤캐시, SK텔레콤의 김연아 모델 TV광고, 카카오톡 톡채널의 ‘평창 라이브 보고 이모티콘 받자’는 이벤트가 앰부시 마케팅 논란을 불러 왔다.

특히 치킨 프랜차이즈 또봉이통닭은 ‘평창 동계올림픽 한국 선수단 또봉이가 응원합니다’라는 광고로 “우리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한 당일에 한해 제품을 15% 할인한다”는 앰부시 마케팅을 했다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후원사를 모방한다”는 경고를 받고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평창올림픽대회 스포츠마케팅의 최대 수혜자는 당연히 평창과 강릉이다. 전 세계로 매일 중계된 덕분에 높아진 도시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로 ‘글로벌 레저스포츠 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기업들이 스포츠마케팅에 몰입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뛰어난 메시지나 스토리가 없어도 글로벌하게 제품, 기업 브랜드나 이미지를 쉽고 빠르게 전달하고 부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해져 제품이나 기업 차별화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는 상황에서 스포츠라는 만국 공통어로 감성적 마케팅이 가능해 스포츠마케팅은 갈수록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넥소’(Nexo),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8 올림픽 에디션’, 맥도날드의 ‘골든 포테이토 버거’, BBQ의 ‘오지구이 치킨’, 홈플러스의 ‘평창 맥주’ 등 기업들은 평창올림픽 기간 중 스포츠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사실 이번 평창올림픽과 스포츠마케팅의 일등공신은 우리 선수들이다. 역대 최대종목, 최다 메달을 획득한 것에 힘입어 열기가 대단했고 그로 인한 효과가 컸던 것이다. 만약 우리 선수들의 이런 성과가 없었다면 열기도, 마케팅도 이만큼의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축구 월드컵의 사례를 보면 개최국이 좋은 성적을 내면 대체적으로 개최국 국민들의 긍지가 올라가 근로 의욕도 상승해 경제 전반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1966년 월드컵 개최국인 영국은 브라질, 서독(당시), 네덜란드 등 쟁쟁한 우승 후보들을 물리치고 우승하자 산업 전반에서 활력을 잃어가던 영국경제가 잠시라도 좋아지는 효과가 있었다는 통계가 있다. 스포츠가 마케팅을 넘어 국가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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