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21세기형 인간 75] 솔로몬의 지혜와 ‘이타적’ 거짓말

[아시아엔=김희봉 현대자동차 인재개발원, 교육공학 박사] “이 아기의 엄마는 제가 아니라 저 여인입니다.”

서로가 자신의 아기라고 우기는 두 여인에게 아기를 반으로 나누어 가지라고 판결한 솔로몬 왕에게 한 여인이 했던 말이다. 거짓말이다. 자신의 아기가 죽을 수 있는 상황에서 아기를 살리기 위해 친모는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저는 이 은잔도 가지고 가라고 했습니다.”

이는 성당에 있는 은촛대를 훔친 혐의로 장발장을 붙잡아 온 경찰에게 미리엘 신부가 했던 말이다. 이어서 그는 장발장에게 “내가 이 은잔도 가지고 가라고 했지 않았느냐”고도 했다. 물론 미리엘 신부가 했던 말은 모두 거짓말이다.

솔로몬 왕 앞에 선 여인과 경찰을 마주한 미리엘 신부가 했던 말은 갓난아기를 살리고 장발장의 삶을 바꾸게 된 거짓말이다. 그러나 이들이 했던 거짓말에는 ‘이타적’이라는 수식어가 필요하다.

이타적 거짓말은 자신의 잘못을 감추거나 실수에 대한 변명 또는 책임을 회피하거나 타인에게 전가하는 등 스스로를 이롭게 하려는 마음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그들을 배려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즉 자신이 아닌 상대방을 이롭게 만들기 위한 거짓말인 것이다.

이타적 거짓말을 옛이야기나 문학작품 속에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가요의 가사 중에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라는 소절이 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어머님이 처한 상황상 거짓말을 했다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 역시 이타적 거짓말에 속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듯싶다.

그러나 막상 주변에서 이타적 거짓말을 하거나 듣기는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거짓말은 타인이 아닌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2016년 세계커뮤니케이션학회에서 발표된 연구 자료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즉 조사대상자의 약 80% 정도는 자신의 내적 혹은 외적인 이익을 추구하거나 자신을 보호하는 등 주로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의견의 차이는 있겠으나 이기적인 거짓말은 일종의 본능일 수도 있다. 그래서 눈 하나 깜빡거리지 않고 당당하게 시작되기도 한다. 만일 거짓말이라면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는 다짐 역시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의 거짓말은 다 밝혀지게 된다. 거짓말의 당사자는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것 역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런데 이타적 거짓말은 조금 다르다. 이타적 거짓말은 즉흥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오랜 기간의 성찰을 통해 숙성된 올바른 가치관, 인간관, 세계관 등을 가지고 있어야 가능하다. 물론 이타적 거짓말 역시 밝혀지는 것은 시간의 문제이고 책임을 져야하는 것에서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나 이타적 거짓말로 인한 여파와 변화는 이기적 거짓말과는 사뭇 다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람은 하루에 평균 다섯 번 내외의 거짓말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최근에 당신은 어떤 거짓말을 했는지 떠올려보자. 역시나 이기적인 거짓말이었다면 다시는 입에 담지 말자. 그리고 혹여나 거짓말을 해 볼 요량이라면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한 이타적인 거짓말이 나올 수 있도록 준비하자. 준비하는 시간이 만만치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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