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보호단체 ‘멍냥부족’ 김도형 족장 인터뷰 ② “내가 먼저 나서면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어요”

17년 5월 인천수의사회 봉사활동 단체사진

[아시아엔=글 이주형·사진 멍냥부족 제공]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에선 고양이의 애칭인 ‘냥이’라는 단어가 빈번히 들릴 정도로 고양이 애호가들이 부쩍 늘어났지만, 버려지는 고양이들도 급증해 사회 문제로 비화되기까지 했다. 버림 받은 고양이들을 지키기 위해 유기동물보호단체 ‘멍냥부족’(https://www.instagram.com/dogncattribe/)을 만든 김도형 족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고양이 복지 현 주소에 대해 들어봤다.

정부기관인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서 2014년 1월 1일부터 동물등록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등록대상이 3개월령 이상인 개로만 한정돼 있습니다. 고양이까지 대상을 확대한다면 사람들이 고양이를 함부로 버리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외에도 도움이 될만한 정책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동물 등록은 인식칩 이식, 목걸이 표식 두 방식으로 이뤄지지만, 두 방법 모두 고양이에 실행하긴 어렵습니다. 고양이의 피부는 연한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어 칩을 이식해도 여기저기 움직이기 때문에 이 방법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목줄도 고양이에 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은 물론 머리가 작은 고양이들은 목줄이 쉽게 빠지곤 해 이 방법도 어렵죠. 고양이의 경우 동물등록제가 아닌 다른 방안이 필요합니다.

동물 복지 선진국들의 경우 ‘유기동물이 없다’고 봐도 될 정도로 시스템과 인식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그러한 국가에선 반려동물을 키우기 위해 가족 구성원 모두 정부가 시행하는 기본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동물의 금전거래가 전면 금지되며 유기 시 벌금도 매우 높죠. 국가에서 보호소도 직접 운영해 동물 개체 수 유지에 적극 개입하기도 하고요. 때문에 ‘사설 보호소’라는 개념 자체가 없죠. 한국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농장을 가장한 ‘동물공장’들이라 생각합니다. 동물의 권리를 무시한 채 단순히 번식하는 기계로 여기는 공장들을 제도적으로 막아야 합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동물 유기와 학대에 대한 법적 제재도 강력히 시행돼야 하고요.

수많은 유기묘들을 봐오셨죠.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사연이 있으신가요?
미랑이가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어떻게 보면 제가 이렇게까지 봉사활동을 하게 된 것도 미랑이의 영향이 컸죠.

언젠가 다리가 부러진 고양이 한 마리가 보호소에 입소됐습니다. 고맙게도 구조해주신 분이 다리에 핀을 박는 수술까지 지원해 주셨죠. 아픈 다리를 질질 끌면서도 손만 내밀면 부비적거리던 그 녀석은 제가 보호소 아이들 중 처음으로 이름까지 지어준 녀석이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정들고 헤어질 때 마음 아플까봐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지만, 물결무늬가 아름다운 녀석을 ‘미랑’(美浪)이라 불렀습니다.

입양자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린 지 3주 남짓, 녀석의 번호(보호소에선 품종과 번호로 구분해 부릅니다)가 안락사 명단에 올라가 있더군요. 눈앞이 캄캄해 졌습니다. 그 자리에서 입양동의서를 작성하고 무작정 입양해버렸습니다. 입양할 사람이 올 때까지 어떻게든 제가 책임지겠다고 다짐을 하고선 말이죠. 그러고 집에 오는 길에 녀석의 다리 상태를 살펴보러 병원에 들렀습니다.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의사선생님께서 절 조심스럽게 부르시더군요.

미랑이에게 자연스럽게 눈길이 갔는데, 잿빛으로 변해버린 녀석의 다리는 뼈가 드러날 정도가 썩어 있었습니다. 너무 충격 받아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던 제 귓가에 “항생제 투여를 한번이라도 했으면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거다”라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이 맴 돌았습니다. 그 길로 곧장 보호소로 되돌아 갔습니다. 국가에서 지정했던 그 곳은 규모가 크고 시설이 잘 갖춰진 보호소로 수의사까지 배정돼 있던 곳입니다. 그때 당직수의사는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을 하고 있더군요. 의약품 창고에는 항생제도, 소독약도, 붕대도, 약도 충분히 구비돼 있었습니다. ‘주사 한번이면 그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텐데’라는 탄식과 함께 분노가 쏟아져 나오더군요. 결국 미랑이는 오른쪽 뒷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았고, 평생 높은 곳으로 폴짝 뛰어오르지 못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몇 달 후 미랑이는 지인의 가정으로 입양을 갔습니다.

신의 장난인지, 이후 제 눈엔 다친 고양이와 강아지들만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좁은 원룸엔 고양이, 강아지 열여덟 마리와 제가 함께 살고 있더군요. 또 다짐했죠. ‘그래 이 녀석들만큼은.’ 혹시 전염병이라도 돌까봐 동물병원을 통으로 빌려 치료하기도 했고, 그 와중에 어린 녀석 세 마리는 세상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나머지 아이들 모두는 좋은 주인을 만나 새로운 보금자리로 떠나갔습니다.

지금도 제 곁에 있는 고양이들은 버려지거나 학대받던 아이들입니다. 이 아이들은 언제 괴로웠냐는 듯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표정으로 제 품 안에서 잠들곤 합니다.

한국사회는 지저분하다는 등의 이유로 인해 길고양이를 좋지 않게 바라보죠. 이러한 인식이 굳어지게 된 배경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어떻게 해야 인식이 바뀔 수 있을까요?
길고양이들도 생태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생명체입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과 마찬가지로 도시 속에서 살고 있는 하나의 생명체라는 말이죠. 고양이가 사람의 영역을 침범한 건지 반대로 사람이 고양이의 영역을 침범한 건지 따지는 것도 불필요한 논쟁이죠. 같은 생태계를 살아가는 생명체를 이해, 존중하고 더불어 살아갔으면 하는 것이 작은 바람입니다. 외국의 경우 길고양이들과 반갑게 마주하며 살아가는 곳들도 많아요. 조금씩 인식이 바뀌어 간다면 한국도 언젠가 그렇게 될 수 있겠죠.

길고양이의 무분별한 번식을 막기 위해 불임 시술을 제공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이러한 시술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이뤄지나요? 실제로도 효과가 있는 편인가요?
이 과정을 TNR(Trap-Neuter-Return, 포획-중성화-방사)이라고 하죠. 포획된 길고양이들을 각 지자체가 지정한 동물병원에서 중성화한 후 방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 사업은 각 시·군·구에서 시술에 들어가는 비용을 보조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효과에 대해서 구체적인 수치로 입증된 바는 없지만, 긍정적인 면들이 있어요. 실제로 TNR로 고양이들간의 영역다툼이 줄어들었고, 발정기를 맞은 암컷 고양이들의 울음소리도 전보다 덜 해졌어요. 물론 신경 써야 할 부분도 있죠. 다시 말하지만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라 정해진 구역에서 일정 개체 수 이상 번식하지 않습니다. 일정 수가 넘어가면 그 구역을 떠나기도 하고요. 이런 특성을 감안해 특정 구역의 개별 개체가 아닌 특정 구역의 무리 단위로 TNR을 시행한다면 더욱 효과적이겠죠.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고양이 개체 수를 조절하기 위해 시작된 TNR 사업은 인간과 고양이가 공존하기 위한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어요. 우선 고양이들의 영역다툼과 울음소리로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죠. 성묘가 되기도 전에 길에서 비참하게 죽어버리고 마는 새끼고양이들을 위해서도 TNR은 필요한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길에서 만난 고양이를 데려오고 싶어하는 분들이 종종 있죠. 이러한 고양이들을 가정으로데리고 와 키워도 괜찮은가요?
새끼 고양이가 귀엽다고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은데 절대로 해서는 안될 행동입니다. 나름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고양이들을 망가뜨리는 행동이라 생각해요. 인간의 입장에선 ‘구조’일지 몰라도 고양이의 입장에선 ‘납치’인 경우가 많아요. 길에 홀로 서 있는 새끼고양이를 보더라도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절대로 손을 대지 마시길 바랍니다. 정말 걱정이 되신다면 멀리서 장시간 지켜봐 주세요. 어미가 먹이를 구하는 동안 길에서 기다리는 고양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으면 어미가 새끼를 데리러 왔다가 낯선 냄새를 맡고 버릴 가능성도 있어요. 간혹 어미가 로드킬을 당하거나 사라져서 홀로 버려진 새끼들이 있는데, 그럴 경우 장시간 지켜보시다가 구조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유기묘 봉사활동 참여를 망설이고 있는 분들께 한마디 부탁 드려요.
유기동물 봉사활동은 한국 현대사회가 낳은 병을 치유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급변하고 경제가 발전하면서 반려동물 사업이 번창했지만, 책임감 없이 동물을 키우고 쉽게 버리는 일도 급증했습니다. 유기동물 봉사활동은 인간이 만든 독을 정화하는 하나의 과정입니다. 인간의 욕심에 의해 고통 받아온 죄 없는 생명체를 돕는 일이죠. 겁 먹거나 부담 가지실 필요 없습니다. 내가 먼저 나서면 내 친구들과 가족을 비롯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동물학자 제인 구달 박사는 “인간에게는 동물을 다스릴 권한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를 지킬 의무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인류가 동물을 소유물이 아니라 지켜야 할 생명체로 여기는 날이 온다면 멍냥부족도 기분 좋게 자취를 감출 수 있겠죠. 멍냥부족의 힘만으론 부족합니다.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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