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물들인 무지개] 아시아 LGBT 현주소 “동성결혼 허용은 대만이 유일, 다음 주자는?”

2015년 ‘일곱 빛깔 무지개’가 떠오르며 전세계 성소수자(LGBT) 커뮤니티는 새로운 하늘을 맞이했지만, 그 빛은 아시아까지 도달하진 못했다. 종교적 혹은 문화적 이유으로 인해 타 대륙에 비해 특히 보수적인 아시아는 LGBT를 보듬을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었다. 그런 가운데 지난 5월 대만이 아시아 최초로 동성결혼을 허용하며 LGBT 역사에 제 2의 막이 열렸다. 아시아의 LGBT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대만이 어떻게 동성결혼을 허용했는지, 그리고 대만 사회-특히 예술-가 어떻게 이들을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으로부터 이 특집을 시작됐다. 이탈리아에서 온 알레산드라 보나보미 기자가 아시아 LGBT의 현황을 소개하며, 또한 대만 현지를 방문해 이 곳에서 열린 LGBTQ 전시회 기획·홍보담당자와 진행한 인터뷰도 전한다. -편집자

[아시아엔=알레산드라 보나보미 기자] 아시아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렌스젠더 등 성소수자)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다. 국가의 부 또는 성숙도와는 별개의 문제다.

동성애가 합법인 마카오에서조차 성소수자들은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아시아 거의 대다수 국가들은 동성애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동성애자들은 감옥에 수감되거나 종신형을 선고 받기도 한다. 종교적 연유로 더욱 보수적인 이란,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예멘 등 아랍권 국가의 동성애자들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동성을 사랑할 권리’는 고사하고 최소한의 인권조차 보장되지 못한 환경 속에서 성소수자들은 차별, 성적 모욕, 성범죄 등에 노출돼 있다. 일반적인 직장도 구하기 힘들어 성소수자들 중 일부는 매춘부로 전락하기도 한다. 물론 이들의 자살률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때문에 성소수자를 자녀로 둔 부모들 중 일부는 자녀의 성 정체성을 바꿀 수 있도록 성적 지향 전환치료(전환치료 또는 동성애 치료)를 권유하거나 혹은 강요한다.

전환치료엔 대화와 같은 부드러운 요법도 있지만 대개는 전기 충격 등 잔혹한 요법들이 수반된다. 개인의 성 정체성을 바꾸기 위함이라는 목표 아래 가혹한 행위들이 자행되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전환치료가 불법인 지역에서도 일부 의사들은 여전히 유사한 치료를 시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와 같이 아시아 국가들 대다수는 ‘LGBT의 권리’에 대해 여전히 인색한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그 중 소수는 ‘LGBT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시아 최초로 동성결혼을 허용한 대만이다.

2017년 5월 24일, 대만 사법부가 남녀간의 결혼만을 인정하는 대만 민법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누구나 평등하게 결혼할 수 있는 세상을 꿈꿔온 이들의 ‘혼인평권 운동’(결혼 평등)이 맺은 결실이다. 더 나아가 대만 사법부는 동성간 결혼할 권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법안까지 개정했다. 이와 관련 대만 대법원은 의회에 2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했는데, 법안을 개정하거나 새로운 법안을 제출하지 않으면 동성커플은 지난 5월 개정된 법에 따라 자연스레 혼인을 인정받게 된다.

대만이 결단이 내리게 된 배경에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 두 명의 인물이 있었다. 이 중 한명은 대만의 성소수자 인권운동가 치치아 웨이다. 10대 시절인 1975년 커밍아웃한 그는 지금까지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주장해온 대표적인 운동가다.

또다른 인물 자크 피쿠 대만 국립대 교수는 대만인 동성 파트너와 35년간 동거하고도 배우자로 인정받지 못해 처지를 비관해왔고, 결국 2016년 10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의 죽음은 8만여 인권운동가와 지지자들의 행진을 이끌어 냈다. 이들은 대만 수도 타이페이 거리에서 아시아 역사상 가장 큰 퍼레이드를 벌이며 LGBT의 권리를 주장했다.

“대만이 아시아에서 최초로 동성 결혼을 인정한 국가가 됐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오히려 당연한 수순이었다”는 평처럼 자그마한 섬나라 대만은 LGBT들에 대한 인식이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좋은 편이었다. 일반인들도 이들의 퍼레이드에 스스럼 없이 참여할 정도로 대중의 거부감도 덜하며, 현 정권을 잡고 있는 대만의 민진당도 LGBT의 권리를 지지해왔다.

아시아에서 대만을 이어 동성 결혼을 허용할 다음 주자는 어느 곳이 될까?

현재로선 캄보디아와 태국이 바통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높다. 2011년 캄보디아는 동성애자 모임을 금하는 법령을 폐지했다. 캄보디아에서 동성 결혼은 합법이라 할 수 없지만 불법으로 법의 제재를 받는 것도 아니다.

또다른 국가 태국은 아시아에서 LGBT에 가장 관대한 국가 중 하나다. 태국의 TV쇼나 클럽 등에서 트렌스젠더를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한 전세계의 수많은 LGBT 관광객들도 이른바 ‘핑크 투어리즘’으로 유명한 태국을 찾곤 한다.

그러나 양국이 LGBT에 대해 개방적이라고 하더라도, 성소수자들은 보이지 않는 차별을 겪고 있다.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아시아에 LGBT들의 인권이 보호받기 위해선 제도적인 정비 역시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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