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섭의 프로모션 이야기⑭] 시선이 바뀌면 시각도 세상도 바뀐다

[아시아엔=이원섭 마컴 큐레이터] 이런 말이 있다. “자살을 거꾸로 하면 살자”, “역경을 거꾸로 하면 경력”, “내 힘들다를 거꾸로 하면 다들 힘내!”

이 말의 의미는 거꾸로, 다르게 보면 정반대의 세상이 보인다는 뜻이다. 우리는 너무 있는 그대로의 세상에 집착하고 몰두하며 살지는 않는지···. 그리고 그것이 전부인 양 말을 하고 산다. 내가 아는 것이 모든 것인 양 그렇게 관점을 고집해 거꾸로, 다르게 보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래 두 그림에서 무엇이 보이는가?

윗 그림은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지식으로 보자면 검정은 글자요 밝은 건 종이라는 개념으로 보면 어두운 색의 막대들만 보일 것이다. 그러나 학교 교육을 아직 받지 않은 어린아이들에게 물어보면 보이는 대로 말한다. 즉 어른은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아이들이 많다.

아래 그림은 세계 곳곳에 4만4000이 넘는 곳에 사무실을 갖추고 우리 가까운 곳에서 발송물을 빠르게 접수해 신속하게 배달하겠다는 페덱스의 로고다. 하지만 저 로고 안에 그들의 철학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우리의 관점으로 파랑과 노랑의 글자만 보았지 그들의 익스프레스 철학이 들어있는 화살표를 볼 수 있는 어른들은 드물다. 자기만의 고착된 인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면, 물어보는 의문의 생각을 바꾸면 답과 인식이 바뀌고 그것은 또 다른 세상을 보게 하는 혜안을 준다. 세계적인 국제광고제인 칸이 올해로 64회를 맞는 동안 광고제 타이틀을 2017년처럼 쓴 것은 처음일 것이다.

2016년에는 ‘2016 cannes international advertising festival award’라고 통상의 타이틀을 썼지만 올해는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라고 표기했다. 광고라는 직접적(위의 두 그림들처럼) 표기보다는 그 속에 담긴 보이지 않는 의미를 강조했다.

4차 산업시대의 광고가 예전처럼 더 이상 광고에 머물지 않고 그 속에 숨긴 다르게 보이는 철학과 뜻을 담으려는 창작으로 변하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그래서 올해 수상작들은 광고라기보다는 차라리 작품이라 할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예전에도 그렇기는 했지만 판매자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보다는 직접 광고에서 벗어나 감성에 호소하고 소비자 스스로 느끼게 하는 작품들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어떻게 보면 “저 광고가 저 회사와 무슨 상관이 있지?”라며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생각하는 광고들이 많았다. 그래서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라는 표현을 한 것이다.

필자가 강의를 할 때 자주 활용하는 영상물이 있다. 단어 하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주제인데 내용은 이렇다. 한 시각장애인이 거리에서 동냥을 하는데 피켓에는 아래 화면처럼 써있다.

“저는 시각장애인입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하지만 지나가는 행인들은 그에게 관심도, 도움도 주지 않는다. 이를 지켜본 지나가는 숙녀가 안타까워 다시 돌아와 그 피켓의 내용을 고쳐 써주고 간다. 그러자 행인들 거의 다 그에게 돈을 건네고 간다. 시각장애인이 무슨 상황인가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숙녀는 다시 돌아온다.

숙녀가 고쳐주고 간 말이 바로 이것이다. “참 아름다운 날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아름다운 날을 볼 수가 없습니다.” 똑 같은 상황이지만 시각장애인의 시각이 아니라 돈을 주려는 사람들의 시각으로 바꾸니 그렇게 된 것이라는 메시지다. 이 영상의 마지막 결론 자막에 이렇게 쓴다. “단어 하나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 칸 주제처럼 크리에이티브가 빛나는 문구가 아닐 수 없다.

아는 것이 힘이 아니라, 그 아는 것이 세상을 답답하고 어렵게도 한다. 아는 것으로부터의 탈출을 못하고서는 시각은 전혀 바뀔 수가 없다. 내가 보고, 듣고, 아는 것이 열이라면 내가 아직도 못 보고, 못 듣고 알지 못하는 것은 수천 수만이다. 그런데 이 조금 아는 것으로부터 우리는 오류를 너무 많이 저지른다. 그것도 자기의 시각에서, 화자(話者)의 시각에서···.

이런 사례도 있다. “제목만 바꾸었을 뿐인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얘기가 들어맞는 사례다. <성자가 된 청소부>다. 이 책을 처음 출간했을 때 제목은 원저자인 바바하리다스라는 저자에 집중해 출판사 사장이나 편집자의 시각에서 아주 만족스럽게 지은 <바바하리다스의 칠판> 이었다. 하지만 그 제목은 책을 구매하는 독자에게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책을 만든, 소위 말하는 자칭 전문가들의 시각에서 만족스러운 이름이었으니 판매가 부진한 것은 당연했다.

1998년 당시 시인 류시화씨는 친구가 출간한 이 책이 팔리지 않자 책 이름을 <성자가 된 청소부>라고 바꾸어 주었고 초판 4000부도 팔리지 않던 책이 내용은 그대로 두고 이름 하나만 바꾸었을 뿐인데 100만권이 팔렸다.

‘넛지효과(Nudge Effect)’라는 것이 있다. nudge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의를 환기시키다”인데 행동경제학자 캐스 R. 선스타인(Cass R. Sunstein)과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r)의 공저 <Nudge>에서 팔꿈치로 슬쩍 찌르는 것처럼 강제와 지시에 의한 억압보다는 부드러운 유도로 특정한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한 주장에서 널리 알려졌다. 이 책의 저자가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넛지효과의 유명한 사례가 바로 남자화장실의 파리 한 마리 그림이다. 우리나라 남자 화장실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이 파리 그림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키폴공항 남자화장실의 파리 그림 소변기에서 비롯됐다. 남자들이 소변을 볼 때 주변으로 튀거나 소변기 밖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아보려고 여러 노력을 기울였지만 효과가 없었다. 그러다 궁리해 낸 것이 바로 소변기 안의 파리 그림이다.

아무리 좋은 문구와 설득에도 별 효과가 없었으나 소변기 중앙에 파리 그림 하나 그려 놓은 것만으로 효과는 엄청났다. 이후 세계적으로 수많은 남자 화장실에 파리 그림이 퍼져 나갔고 우리나라에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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