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인’ 인생 차민수 18] ‘한게임’ 바둑팀 감독 맡아 이세돌 꺾어

김지석 9단, 이태현 4단, 차민수 감독, 이동훈 2단, 윤준상 9단(왼쪽부터)

[아시아엔=차민수 강원관광대 명예교수, 드라마 ‘올인’ 실제인물, <블랙잭 이길 수 있다> 저자] 한국에서 ‘한게임’ 팀의 바둑감독을 맡아 달라는 제안을 받고 나는 흔쾌히 승낙했다. 나로서는 한국 최고의 젊은 기사들과 신예들의 바둑을 공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젊은이와 어울리면 나도 함께 젊어져서도 좋았다.

허나 맡고 나니 슬그머니 승부욕이 생겼다. 하지만 장래가 촉망되는 내 맘에 쏙 드는 기사만 골라올 수는 없는 일, 나는 우리 팀원들에게 승부사의 자세를 일깨워 주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가족같이 끈끈한 분위기로 모두를 한마음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이세돌을 데려오지 못하면 우승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하여튼 내가 맡은 4년 동안 준우승 두번에 마지막에는 기어이 우승의 소원을 이루고 감독직을 은퇴할 수 있었다.

첫해에 우승 하면 미국을 구경시켜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준우승을 했다. 그래도 자비라도 내고 미국을 가고 싶다기에 한게임과 의논하였다. 한게임이 비행기 표를 스폰서 해주어 큰 부담 없이 다녀올 수가 있었다.

나는 촉망받는 젊은 기사들에게 미국이란 넒은 나라를 보여주고 싶었다. 바둑판 앞에 앉아만 있다고 바둑실력이 느는 것만은 아니다. 넒은 세상을 보고 생각의 범위를 넓히면 자연히 바둑도 한 계단 올라서는 것이다. 나도 14년이란 긴 세월동안 바둑을 두지는 못했지만 넓은 안목으로 세상을 보는 습관이 생겨서 후지쓰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바 있다.

마지막 승부에서 이세돌의 신안천일염과 또 만났다. 1진1퇴의 마지막 승부가 되었다. 나는 김지석에게 “네가 이번에는 이세돌을 꼭 맡아주었으면 좋겠다. 이세돌이 반드시 신안천일염의 두번째 선수로 나올 터이니 네가 그를 맡아 꼭 이겨주면 한다”고 했다.

그이게 우리 팀이 우승할 찬스가 생긴다고 말하니 지석이는 세돌이를 꼭 이기겠다고 한다.

나의 예상대로 이세돌이 두번째 선수로 나왔고 지석이가 이겼다. 또다른 선수인 윤준상이는 항상 믿음이 가는 선수다. 위기 때마다 두 몫씩을 해주었다.

김세동이도 의외의 큰 목을 해주었고 이태현도 대단한 성적을 내주었다. 그리하고도 오더 짜기가 또 답답하였다. 상대감독이나 팀이 워낙 만만한 구석이라고는 없는 완벽한 팀이었기 때문이었다.

랭킹 3위 백홍석까지 보유하고 있어 1위와 3위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강팀이었다. 2대2 마지막 판까지 갈 때에는 누가 마지막 판을 두느냐가 또 고민이 되었다. 나의 답은 이동훈이었다. 약관 14세로 갓 입단한 이동훈을 나는 3장으로 뽑았다. 우승은 3억원이고 준우승은 1억원이었다. 우승에는 2억원의 상금차이와 명예가 함께 걸려있다.

나의 생각은 이러했다.

‘마지막 판을 누가 두어도 부담이 클 수밖에는 없다. 기사들은 시합 중 바둑이 불리해지면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집중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동훈이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침착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나의 짐작이 적중하여 약간 불리한 듯 보였던 바둑을 들여다보는 응수 타진으로 순식간에 역전을 시키더니 상대에게 한번의 찬스도 안 주고 무난하게 우승하는 게 아닌가.

나는 평생 수많은 승부를 하여도 떨어본 적이 거의 없건만 이때는 계속 속이 타들어 갔다. 바둑도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여기저기서 후배기사들의 축하전화가 쇄도했다.

누구나 약자를 응원하기 때문인 것 같다. 드디어 한게임이 우승을 일구어낸 것이다. 팀원 전원이 한게임의 지원으로 또 미국 여행을 갈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받는 상금도 아니고, 내가 선수가 되어 우승한 것도 아닌데 그 무엇보다도 기뻤다. 내가 맡은 4년간 한게임은 아낌없이 바둑팀을 지원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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