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시아 여성인권 ①] GDI·GII 지수가 말하는 “여성인권 ‘사각지대’ 아프가니스탄”

지난 수년간 성평등을 외치는 국제 포럼들이 등장하고, 수백만 여성이 그 행진에 발을 맞췄다. 그리고 전세계 여성권은 급격한 진전을 이뤘다. 그러나 지역 별 세부 통계를 살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금도 세계 곳곳의 가정 또는 직장에서 성폭력이 자행되고 있으며, 이런 고질적인 문제들을 근절시키기 위한 인식의 변화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 연구들은 이러한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연구에 따르면 전세계 여성 3분의1은 폭력을 당 했으며, 7억여명의 여성들은 미처 성년이 되기도 전에 조혼을, 30여국의 2억여명의 여성들은 할례를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계 중에서도 특히 남아시아는 문화, 종교, 환경 등 복합적인 요인들에 의해 여성권을 보호하는 법과 정책들이 시행되기 어렵기에 많은 여성들이 고통 받고 있다. 이에 <아시아엔>은 1) 통계로 살펴본 성평등 및 불평등 지수 2)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폭력과 성차별 사례, 두 카테고리로 나눠 남아시아 여성인권 현주소를 살펴본다. 또한 여성인권이 가장 열악한 곳 중 하나인 인도 여성 언론인의 인터뷰를 소개하고, 남아시아 여성인권 신장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Editor’ note

[아시아엔=서의미 기자] 2015년 유엔회원 193개국은 17개의 지속 가능한 목표를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서명했다. 그 중 성평등은 5순위 목표로, 국경ㆍ문화적 장벽ㆍ종교적 요인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 포괄적으로 접근해야 달성할 수 있는 과제다. 그래서 UNDP(유엔개발계획, 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me)는 성 평등 이슈에 보다 구체적으로 접근하게 위해 GDI(성평등지수, Gender Development Index)와 GII(성불평등지수, Gender Inequality Index) 두 개의 지수를 제시했다.

GDI는 각국 평균의 남성과 여성의 전반적인 삶의 질에서의 차이를 비교한다. GDI 지수는 평균수명, 교육수준, 평균소득 등 3개의 메인 카테고리를 기준으로 한다. 반면 GII는 남녀간의 다른 성별로 인한 성 평등에서의 불균형을 지적한다. GII 지수는 산모사망률, 여성 권한(의회 진출 등), 경제활동 참여 등 3개의 메인 카테고리를 기준으로 한다. 전체 GDI, GII 점수는 각 지수 메인 카테고리의 세부 카테고리에 따라 합산되며, 1.000이 최고점이다. GDI는 점수가 높을수록 성 평등이 잘 이뤄지고 있음을, 반대로 GII는 점수가 높을수록 성 불평등이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남아시아 국가 대다수는 GDI에서는 낮은 점수를 기록한 반면, GII에서는 높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이 지역의 여성인권이 열악함을 반증하는 지표다.

남아시아 국가들의 평균 GDI(UNDP, 2016)는 0.822로 전세계 평균 0.938에 비교할 때 현저히 낮다. 특히 남아시아의 아프가니스탄(0.609)은 GDI 점수가 전세계에서 가장 낮다. 남아시아 국가들의 GDI 순위는 몰디브 0.937(97위), 방글라데시 0.927(105위), 네팔 0.925(108위), 부탄 0.901(120위), 인도 0.819(148위), 파키스탄 0.742(157위), 아프가니스탄 0.609(160위) 순이며 미얀마는 GDI 점수가 책정되지 않아 순위에 포함되지 않았다.

GDI 전세계 최하위를 차지한 아프가니스탄에선 남녀간 평균소득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이 곳 남성들의 1인당 GNI(2016년 기준)는 3,148달러인데 비해, 여성의 평균 GNI는 511달러에 불과해 약 6배의 임금 격차가 난다. 인도에선 교육수준의 차이가 심해, 25세 이상 성인 여성 중 고등교육을 받은 이들은 남성의 절반에 불과하다. 108위를 차지한 네팔은 특이하게도 남성의 평균소득은 여성보다 훨씬 높지만, 남성 평균수명은 여성보다 3년 가량 낮다.

남아시아 지역의 평균 GII(UNDP, 2016) 역시 전세계 평균 0.443에 비해 현저히 높은 0.520이다. 이들 국가 중엔 그나마 스리랑카, 미얀마, 몰디브가 전세계 평균에 근접해 있다. 남아시아 국가들의 GII 순위는 아프가니스탄 0.667(6위), 파키스탄 0.546(30위), 인디아 0.530(35위), 방글라데시 0.520(41위), 네팔 0.497(45위), 부탄 0.477(50위), 스리랑카 0.386(73위), 미얀마 0.374(80위), 몰디브 0.312(96위) 순이다. GDI와 마찬가지로 GII 역시 아프가니스탄이 가장 나쁜 수치를 기록해 ‘여성인권 사각지대’란 오명을 남겼다.

남아시아의 높은 GII는 위험수준에 도달한 산모사망률에 기인한다. 남아시아 여성들의 산모사망률은 10만명 당 154명으로 매우 높으며, 산모사망률이 가장 높은 아프가니스탄에선 10만명 당 396명이 산후후유증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글라데시에도 무려 1000명당 80명의 여성이 신체가 미처 성숙해지기 전인 15~19세 사이에 출산해 출산 후 위험에 노출돼 있다. 남아시아엔 인도와 같이 대통령, 총리 등 고위직 여성을 배출한 국가들도 있지만, 이 국가들의 여성의 의회진출 비율은 평균적으로 10~30%에 불과하다. 지역에서 GII 점수가 준수한 미얀마 조차도 여성의 의회진출 비율이 13%에 그치고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도 매우 낮아, 스리랑카의 경우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비율은 30.2%이다. 남아시아 전체로 확대하면 남성의 80%가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반면 여성은 불과 46%에 불과하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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