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천하통일 37] 영정왕의 친정과 노애와 조태후와 그리고…

[아시아엔=강철근 한류국제문화교류협회 회장, 한류아카데미 원장, <이상설 이야기> 저자] 기원전 238년 영정왕 9년에 그는 22세의 나이로 고도 옹성(雍城)에서 대관식을 거행하고 정식으로 친정(親政)을 시작한다. 이제 천하는 대지진이 일어나 장강이 출렁이고 태산이 흔들거리는 폭풍우 속으로 진입하게 된다. 그의 대장정은 천천히 살펴보기로 하고, 여전히 우리의 목전의 관심사인 조태후와 노애의 일을 살펴보기로 한다.

그러나 노애가 태후궁에 마냥 머무를 수는 없는 일. 아무리 조태후라도 세상의 눈이 무서웠다. 특단의 조처가 필요했다. 또 다시 여불위가 사랑하는 연인 조태후를 위해 방도를 마련해야 했다. 이런 일에 천부적인 도가 트인 사람이 누군가. 천하의 진나라 왕도 만든 사람이 여불위 아니던가!

여불위는 사람을 보내 또 작전 싸인을 보내 노애를 궁형에 해당하는 죄로 고발하도록 꾸몄다. 궁형이란 바로 사기를 쓴 사마천이 당한 형벌. 거시기를 거세하는 벌. 반란죄나 왕명을 거역한 자에 가하는 형벌.

형을 집행하는 관리와 모의하여 노애를 궁형에 처하는 척 하고는, 노애의 수염을 모두 뽑아 환관으로 만들었다. 태후궁에 환관의 자격으로 입성한 노애는 이제 거칠 것이 없었다. 태후는 노애를 극진히 아꼈고 점차 태후궁의 대소사는 물론 정사도 그와 상의하기에 이르렀다.

시간은 흘러가고 몇 년이 지나 갑자기 태후 몸에 이상한 신호가 온다. 나이 먹은 조태후가 임신하게 된 것. 조태후의 기쁨이야 말할 나위가 없었고, 차제에 또 다른 아이디어를 내게 된다. 자신들과 아이를 지키는 묘수를 생각해낸다.

조태후는 여불위를 움직여서 태후궁을 옹(雍)이라는 조용한 지역으로 옮기게 한다. 그러나 사람이란 환경이 조금만 바뀌어도 자신의 주제와 한계를 바로 잊어버리게 된다. 시정잡배 노애의 천박한 욕심이 슬슬 발동한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노애의 시종만 수천 명이고, 벼슬자리를 구하며 돈보따리 들고 뵙기를 요청하는 인간들이 구름처럼 모여든다. 노애의 식객수가 천여 명이었다니! 이 녀석이 점점 간뎅이가 부어서 여불위 흉내를 내게 된다.

이때쯤엔 세상 인간들이 그들 조태후와 노애 두 사람을 식사 때 반찬으로 술자리의 안주로 삼는다. 점입가경 노애와 여불위의 세력비교까지 하며 갑론을박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다시 말해 만조수위가 거의 찼다는 얘기. 이제 뚝방 무너지는 일만 남았다. 이럴 때는 누가 무슨 말을 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법. 태후는 노애에게 장신후라는 벼슬을 하사한다. 그에게 제후의 지위까지 준 것.

브레이크 없는 벤츠라더니, 과연 그랬다. 그러나 여불위도 어쩌지 못하는 일들이 여기저기서 터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조정 대신들의 눈과 입들이었다. 그들은 합심해서 불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노애의 방자함은 점점 극에 달했다. 원래 천박한 인간들이 권력을 쥐게 되면 욕심의 끝을 모르게 되는 법. 최근 어느 나라에서도 실컷 목도하는 일이렸다! 그는 아무 것도 거칠 것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일이 터진다. 연일 계속되는 대신들과의 술자리에서 무식한 노애의 방자함에 참다못해 한 원로대신이 젊잖게 훈수하니, 술에 취한 노애가 대노하여 일갈한다.

‘네 이놈! 내가 누군줄 알고! 영정 왕의 계부인 내게 네놈이 어찌 이리도 무례할 수 있단 말이냐!’

술자리에 참석한 모든 대신들이 갑자기 어안이 벙벙하여 얼어붙는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여! 저 내시놈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단 말인가!’

그동안 세상에서 수군거리던 모든 소문이 전부 사실이었단 말인가!

그 다음날 대신 일동이 친정 체제를 선언하고 적폐청산의 기치를 내건 영정왕에게 장문의 탄핵안을 올린다. 사실 이럴 때 인간들은 정확하게 팩트 만을 말하지 않는다. 있는 말 없는 말 다 보태서 그동안의 시기심과 불만 모두 합해서 장신후 아니, 노애를 탄핵한다. 당시는 왕이 3권을 모두 다 장악하고 있으니, 헌재는 별도로 없다.

그 탄핵사유는 이렇다. 첫째, 노애가 환관도 아니면서 거짓으로 환관 행세하며 태후궁에 들어간 죄, 둘째, 그가 환관은커녕 정력 넘치는 천하의 변강쇠로서 태후와 수없이 정을 통해 아이를 둘씩이나 낳고 버젓이 부부 행세하고 있는 죄. 셋째, 그뿐만이 아니라 결정적으로 조태후와 공모하여 그들의 아들로 영정왕의 후사를 삼자하며…, 라고 말하려다가, 에잇, 기왕 내친걸음 한걸음 더 나가자 하여, 쿠테타를 일으켜서 영정왕을 폐위시키자고 음모를 꾸몄습니다! 라고 고변했다. 정말 기도 안차는 일이 벌어진 것. 이제 볼 것도 없이 진의 궁정 내에 피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영정왕은 이 시련을 차분하게 처리하고자 했다. 그의 콤플렉스는 언제나 어머니였다. 어머니의 추태를 어릴 때부터 보며 자라왔고, 자신이 여불위의 실제 아들이라는 풍문도 들어서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 콤플렉스는 너무 컸다. 때때로 살의를 품은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상부 여불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언젠가는 처리하리라 마음먹고 있던 차였다. 자신의 시대에는 이런 장애물이 완전히 깨끗하게 치워져야 제대로 왕 노릇 할 수 있으리라 믿고 있었다. 그가 적폐청산의 기치를 내건 이유도 여불위를 타겟으로 한 것이었다.

그러던 차에 이런 탄핵안이 올라온 것. 영정은 비밀리에 특검을 가동해 뒷조사를 시켰다. 그는 신속하고 냉철하게 조사했다. 특검 당국도 그의 뜻에 맞게 잘해주었다. 탄핵안은 전부 사실임이 밝혀졌다. 다만 마지막 쿠테타 부분이 다소 미심쩍기는 했지만 그냥 밀어부쳤다. 어머니와 노애가 무슨 수로 자신에 대해 쿠테타를 일으킬 수 있단 말인가? 막강한 진의 군대를 한 줌도 안 되는 태후궁 군사를 가지고 공격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영정왕은 차제에 모두를 쓸어버리기로 결심했다. 다시 올 수 없는 절호의 기회였다. 이들을 처단하여 천하의 본보기로 삼기로 하였다.

이제 영정의 눈앞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으며, 그의 잠재되었던 포악한 본성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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