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덕의 평화일기] 김대중 대통령의 ‘평화’와 원불교 정산 종사의 ‘삼동윤리'(三同倫理)

[아시아엔=정상덕 원불교 교무] 내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처음 뵌 것은 1987년 여름 조선대학교 강연에서였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로 들려오는 우렁찬 목소리의 강연은 역사를 배울 수 있는 명강이었다.

정치의 양면성을 넘어서는 절절한 호소의 강연은 동학농민의 저항정신, 3.1운동의 자주정신, 그리고 4.19혁명의 민주주의를 하나로 연결하였고, 그 연장으로 평화통일의 미래 구상을 담아냈다. 특유의 문답식 연설과 자신감 넘치는 몸짓은 달인의 경지를 느끼게 했다. 남북이 철조망으로 가로막힌 곳에서 3년 군생활을 마친 직후 늘 답답했던 내 가슴을 뚫어내는 폭포수같았다. 그 강연은 20대 청년의 마음을 평화와 통일의 꿈으로 다시 뛰게 했고, 그 뜨거운 울림은 30년이 지난 오늘도 진행형이다.

6.15남북정상회담 17주년 기념학술회의가 열리는 김대중 도서관에서 ‘행동하는 양심’의 상징이고 얼어붙은 남북의 이념과 대결을 햇볕정책으로 녹여낸 뜨거운 민족사랑꾼 김대중 대통령을 존경과 그리움으로 만났다.

전시실에 만난 따뜻한 눈빛을 떠올리며 회의장 한 구석에 자리한 나는 마음 속으로 질문을 하고 있었다.

“대통령님 정말 통일이 옵니까? 화해와 협력의 새 시대는 다시 열릴까요? 엉킬 대로 엉켜 꼬여 버린 남북관계, 사드에 담긴 정치외교 역학 관계로 본 미국, 중국, 일본과 남북문제의 캄캄한 어둠은 지나고 새벽은 올까요?”

이런 나를 일깨운 것은 김연철 교수(인제대)가 발표 중에 한 “통일은 도둑처럼 오는 것이 아니라, 농부의 마음으로 준비하는 것이다”라는 내용이었다.

작은 평화의 일꾼이고자 하는 나의 평화통일 구상은 30년 뒤 연합정부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화통일을 향한 나의 기도는 막연하지 않으며, 우연을 바라지도 않는다.

남북통일로 가는 우리의 시대 상황은 늘 어렵다. 하지만 사실 남북 정상회담으로 6.15시대를 열어젖혔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서울불바다 발언’으로 인해 남북 적대가 고조되고 대화가 중단된 상황에서 집권을 했다. 그의 햇볕정책은 초기에는 북한으로부터 계속 공격받고 거절당했다. 그는 남한 군사독재 정권과 극우세력으로부터는 평생을 친북·용공·좌경이라는 왜곡된 공격을 받아오기까지 했다. 게다가 당시는 최악의 환란 상황일 때였다.

무엇보다 화해와 협력 정책은 그때까지 아무도 가보지 않은 첫 길이었다. 그러나 그는 시종일관 인내와 설득을 통해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끝내 남북, 한미, 한중, 한일, 한러, 북미, 북일 관계를 전후 최고 절정의 상태로 발전시켰다. 필생의 지론인 ‘1기본(남북), 1동맹(한미), 3우호(한중, 한일, 한러) 구상’을 관철시켰다.(박명림 교수)

나는 고 김대중 대통령의 고단하지만 뜨겁게 사랑했던 삶을 ‘인동초 평화’라 부르며 배우고 싶다. 우선 김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에 대한 깊은 믿음과 실천을 따라 배우려고 한다.

‘아시아의 만델라’로 불리는 김 전 대통령이 납치, 투옥, 테러, 망명 등 긴 고난의 역사를 견딜 수 있었던 힘은 바로 민주주의에 대한 확신이라고 본다.

“캄캄한 밤이라도 내일 아침이면 태양이 반드시 다시 뜬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리고 나의 신앙은 역사이다. 나는 역사에서 정의는 절대로 패배하지 않는다는 것을 믿는다. 또한 나에게 유일한 영웅은 국민이다. 국민은 최후의 승리자이며, 양심의 근원이다. 나는 이런 신념 하에 살고 있다.”(김대중 말씀 중에서)

다음으로 경제에 대해 해박하고, 희망과 대안을 제시하는 적공을 배우고 싶다. 대기업 중심, 수출 위주의 독점자본을 비판하며 참여경제의 틀을 만든 ‘대중경제론’을 대안으로 삼아 국민을 경제의 주체로 세우려고 했다.

항상 받기만 했던 국민으로서 고 김대중 대통령께 오늘은 작은 선물을 드리고 싶다.

평화의 성자 원불교 정산종사의 삼동윤리(三同倫理) 법문이다.

동원도리(同原道理), 이 세상 모든 종교가 한 울 안, 한 이치로다.

동기연계(同氣連契), 이 세상 모든 생령이 한 집안, 한 권속이다.

동척사업(同拓事業), 이 세상 모든 사업이 한 일터, 한 일꾼이다.

마음의 대통령님! 성자로 다시 오소서.

통일된 날 따뜻한 햇살이 비추면 님인 줄 알겠습니다.

2017년 6월 17일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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