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3만 시대’, 남한 정착 최우선 과제 3가지

탈북자 문제 해결 그리 어렵지만은 않다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울산 중부경찰서 이 모 경위는 얼마 전 출근길에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OO마트 OOO입니다. 북한여성, 그분은 잘 계시는지요? 애 키우기 힘들지 않나요? 애기 기저귀 값 좀 드리고 싶은데 어디로 연락해야 할지 몰라서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지난 3월 초 탈북민 취업을 위해 함께 면접을 보러간 자리에서 만났던 여성이었다. 당시에도 배려해 주어 취업이 가능했으나 탈북민의 개인사정으로 출근을 하지 못해 너무 미안해하던 상황이었다.

당시 6개월 된 어린 자녀를 데리고 마트에 면접 보러 왔던 탈북민이 머릿속에 남아서 돕고 싶은 마음이 생겼는데 연락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름도 모르는 탈북민에 대해 잠시 잠깐 어려운 사정만 듣고, 지금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이 얼마나 훈훈한지 모르겠다. 고심하던 끝에 탈북민을 만나 전달할 수 있도록 제안했다.

그러나 후원자는 “그분이 언짢아 할 수도 있고 부담을 주기 싫다”며 “계좌번호만 알아주면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입금해 주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탈북민의 동의를 얻어 그 여성에게 계좌번호를 전달하게 되었다.

잠시 후 탈북민으로부터 이 경위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저의 통장에 50만원이 입금되었습니다. 인연도 없는 저에게 아무런 대가도 없이 생활비를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하루 빨리 우리나라에 정착하여 은혜를 꼭 갚겠습니다. 그분께 감사의 말씀을 꼭 전해주십시오.”

송금 후에 남겨준 후원자의 문자는 감동의 의미를 더했다. “그분에게 조금이나마 한국이라는 곳이 작은 희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현재 국내에 체류 중인 탈북민은 3만명 선에 이른다. 오는 11월이면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이 3만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탈북민들은 전반적으로 북한보다 남한에서의 삶이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 스스로 한국사회에서는 하층민이라는 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한국 사회 융화’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부 탈북민들은 자신들이 중국동포보다 한국에서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며 “탈북민을 우리의 일부로 인식하도록 하는 정부의 노력과 이에 맞는 탈북민 정책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탈북민 처우 개선을 위해 다음과 같은 약속을 받아냈다고 한다.

그것은 △탈북민 출신 한 부모 가정 복지 지원 △중국에서 태어난 탈북 자녀도 동일한 지원 △남북하나재단을 탈북민 중심으로 개혁 △탈북민 지원 정책을 현재 통일부에서 행자부로 이관 △탈북민 석·박사로 구성한 ‘한반도평화통일연구원’ 설립 △탈북정착지원촌의 시민운영 등이다.

탈북민의 정착은 통일 이후의 직면하게 될 문제를 대비하는 시험장이다. 현재는 탈북자가 늘어난 만큼이나 탈북민이 정착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사회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탈북민의 남한 정착을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일까?

첫째, 북한에 있는 가족부양이다. 탈북민은 북한에 있는 가족도 부양해야 한다. 한번 송금액은 평균 2000달러로 연평균 1.56회 보낸다고 한다. 탈북민의 64%가 북한 가족에게 송금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보내진 돈이 온전히 북한에 전달되는 것이 아니다. 중간 거간꾼에 의하여 30% 수수료를 떼이고, 일부는 북한가족에게 50%를 주면서 70% 받았다고 말할 것을 강요한다고 한다.

둘째, 정체성 확립이다. 김병욱 북한개발연구소장에 따르면 탈북민에게 4가지 유형의 정체성이 있다.?1)고향이 북한인 한국사람은 북한사람의 정체성을 드러내면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이 높은 사람 2)북한 출신 한국 국적자의 경우는 북한출신이어서 차별받으며 북한 사람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3)탈 북한 한국 국적자로 자신을 북한사람 취급하는 것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는 사람 4)탈 국적인 개인주의자로 국가 정체성에 관심이 없는 사람 등이다.

셋째, 일자리 문제다. 먼저 우리사회는 아직 탈북민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취업을 위해서는 탈북민이라는 것을 밝히지 못하고 조선족이라고 말하는 일이 빈번하다. 탈북민의 안착이 통일의 첫 걸음이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현실의 문제이기 때문에 크게 보면 정치적 통일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통일 이후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지금 처하고 있는 문제에 기반해 제도적 장치들을 미리 준비해가야 한다.

탈북민 문제, 이제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싸안아야 할 온국민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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