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100주년 윤동주가 지금 살았다면···

[아시아엔 편집국] 연변 용정 출생. 명동에서 장준하, 문익환과 함께 수학하였다. 연희전문 2학년 때 문단에 데뷔. 항일운동 혐의로 투옥되어 27세에 옥사하였다. 사인이 일본군에 의한 마루타 즉 생체실험설이 제기되었으나 불확실하다.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있다.

인간은 물이나 거울에 자신을 비추어 보고 주로 세 가지 반응을 보인다. 자신의 모습에 취해 물속으로 들어간 나르시스적 유형과 백설 공주에 나오는 마녀처럼 자신의 모습을 부정하려고 하는 유형 그리고 그 중간 어름에서 얼쩡거리는 유형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구분들은 즉자적 자기 즉 신체적 자기를 바라보는 점에서 분류한 것이고, 대자적 자기는 거울이나 물 등이 보여주기 어려운 내면적 자기에 속한 것이다.

문학에서 자화상은, 서정주가 시 ‘자화상’에서 “세상은 가도 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라고 말한 것처럼 실재로 자기 부정이나 자기혐오를 묘사하기도 하고, 또한 성 어거스틴처럼 자기 성찰의 구도적 모습을 나타내기도 한다.

윤동주의 시 ‘자화상’은 암담했던 식민통치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지식인의 고뇌를 잘 드러내 준다. 시적 화자는 남에게 자기를 들킬까 두려워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보고’는, ‘우물 속 사나이가 미워지지만 그 사나이가 가엾어’ 어쩔 줄 모르는 유약한 자아상을 표현하고 있다. 윤동주는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에서와 같이 자기애가 강하였지만 압제의 역사 앞에서는 그런 자기를 부끄러워했던 듯도 하다.

윤동주의 시는 위대하다. 그의 시는 인간의 심성에 함장(含藏)된 어두운 것들을 여과 없이 투명하게 드러내준다. 그러나 인간 윤동주는 허약하다. 그는 광야에서 독립운동을 벌이는 이육사와 달리 총을 잡지도 못하고 펜을 창으로도 쓰지도 못하는, 그래서 가련하면서도 부러운 사람이다.

자화상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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