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주 작가의 신간 <말의 품격>과 필화 그리고 설화

이기주 작가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인터넷과 SNS가 발달하면서 필화(筆禍)와 설화(舌禍)를 당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필화는 발표한 글이 법률상으로 또는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켜 제재를 받는 일이며 설화는 입을 잘못 놀려 입는 화를 말한다. 예로부터 ‘구시화복문’(口是禍福門)이라고 했다. 입은 잘 놀리면 복문이 되지만, 잘못 놀리면 화문이 된다는 얘기다.

설화로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항상 말을 할 때 단어 선정에 조심조심 삼가고 신중해야 하는데 불현듯 생각난 단어를 함부로 쓰다 보니 뒷감당을 못한다. 설화는 유독 정치판에서 많이 발생한다. 정치판만이 아니다. 우리 일상에서도 엄청나게 발생한다.

설화의 주인공들에게는 특징이 있다. 별 생각 없이 불쑥 불쑥 말을 내뱉는 것이다. 이 사람들은 자신이 잘못 발설한 한마디에 많은 사람들이 해를 입는데도 불구하고, 그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다. 왜, 이런 습관이 들까? 아마도 “뭔가 해낼 수 있다, 해 내야 한다, 타인 보다 나은 무엇이 있다”는 자만심과 강박관념이 너무 단단해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닐까 싶다.

‘언위심성’(言爲心聲)’이라 했다. “말은 마음의 소리”라는 뜻이다. 요즘엔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일순간 ‘공공의 적’으로 몰리기도 한다.

입으로부터 나온 화근이 구전(口傳)되면 그나마 다행이다. 이 말이 기록으로 남으면 바로 ‘필화’로 이어진다. 지금은 디지털의 발달로 과거에 내뱉은 한마디도 모두 문서화되거나 녹취되고, 심지어는 영상까지 덧붙여 생생하게 되새겨 볼 수 있는 세상이다. 세 치 혀를 잘못 놀리면 변명의 여지없이 ‘설화’와 ‘필화’를 함께 뒤집어 쓸 수밖에 없다.

‘디지털 필화’라는 말도 있다. SNS에 무심코 올린 글 때문에 큰 화를 입는 현상을 일컫는다. 디지털 필화는 한국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팔로어가 많아 SNS 파급력이 큰 정치인·연예인 등 유명인사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최근 이기주 작가가 새로 집필한 <말의 품격>이란 책이 있다. 그는 사람을 만날 때, 그 사람의 말을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 말로 인하여 판단한 그 사람의 평판은 거의 신기하게도 일치한다고 한다. 즉 사람이 내뱉는 말이 그 사람의 품격을 대변한다는 것이다. 나의 인성·품격·인격체에 대해 타인이 쉽게 인지하는 것은 바로 나의 말에서 비롯된다.

이기주 작가는 이 책의 서문에 이렇게 쓰고 있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품격이 드러난다. 나만의 체취, 내가 지닌 고유한 인향(人香)은 내가 구사하는 말에서 뿜어 나온다. 말을 의미하는 한자 언(言)에는 묘한 뜻이 숨어있다. 두 번(二) 생각한 다음 천천히 입(口)을 열어야 비로소 말(言)이 된다. 사람에게 품격이 있듯 말에도 나름의 품격이 있으며 그게 바로 언품(言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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