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현지르포③] 홍상수 ‘그 후’ 경쟁부문 도전 성공할까?

영화 ‘그 후’ 스틸 컷

[아시아엔=전찬일 영화평론가, <아시아엔> ‘문화비평’ 전문위원] 홍상수 감독은 4번째 칸 경쟁부문 도전에서 과연 수상의 영예를 안을 수 있을까? 22일(현지시각) 오전 11시 프레스 스크리닝과 오후 4시반의 공식 레드카펫 상영을 통해 선보인 <그 후>(The Day After)가 크고 작은 화제를 모으고 있는 데다, 2004년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2005년의 <극장전>, 그리고 2012년의 <다른 나라에서>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단 한 차례도 수상한 적이 없기에 품어보는 기대요 물음이다.

21번째 장편 연출 나들이인 영화는 소규모 영세 출판사 사장이자 저명 문학평론가 봉완(권해효 분)을 중심으로, 세 여인을 축으로 펼쳐지는 관계의 드라마다.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며 떠보는 아내 해주(조윤희)를 비롯해 출판사 직원이자 애인인 창숙(김새벽), 그리고 그만둔 창숙의 자리를 메우기 위해 출근한 첫날 출판사를 급습한 해주에게 창숙으로 의심받으며 봉변을 당하는 아름(김민희)이 그 여인들.

<그 후>는 홍상수 영화 세계의 으뜸 특징인 반복·일상과 변주·일탈이 여전하면서도 변화의 징후도 엿보이는, 1억원 전후의 영화처럼 소박한 예산으로 빚어진 문제적 소품이다. 어느덧 홍상수 표 카메라 기법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환기성 줌(Zoom)이나, 대화를 나누는 인물들의 얼굴 정면을 액션-리액션으로 나눠서 보여주지 않고 주로 측면을 투숏(Two Shot)으로 응시하는 롱테이크 스타일 등이 반복의 예라면, 그 간 심심치 않게 의도적 혼란을 야기시켰던 시간적 내러티브 구조 등에서 가장 대중친화적인 면모를 보인다는 점 등은 변주라 할 수 있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6) 이전의 전작들과는 달리, 조금만 두뇌를 작동시킨다면 이해 못할 지점이 거의 없다. 올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김민희)에 빛나는 <밤의 해변에서 혼자>와, 하루 전인 지난 21일 2017 칸 비경쟁 스페셜 스크리닝 부문에서 베일을 벗은 <클레어의 카메라>에 이은 감독의 어떤 변모랄까. 따라서 영화의 우리말 제목은 외연상 일본 근대문학의 태두이자 국민작가인 나쓰메 소세키(1867년 2월 9일∼1916년 12월 9일)의 문학세계로 들어가는 전환점에 해당된다는 동명 소설에서 차용했을 법하나, 내포적으로는 위 두 영화의 ‘그 후’로 비친다.

<그 후>에 대한 호평이 적잖은 것만은 분명하다. 프랑스의 영화 월간지 <포지티프> 등에 기고해온 유명 평론가 니오그레 위베르가 “판타스틱!”하며 “경쟁작 중 최고”라는 극찬을 한 것하며, 부산국제영화제를 한 차례 방문한 바 있는 독일 평론가 헬무트 메르케르 역시 위에서 내가 제시한 이유 등을 들어 호의를 표명했다. 칸 현지에서 가장 널리 참고·인용되는 스크린 인터내셔널에서도 종합 평균 2.5점을 받아, 24일 현재 평점이 발표된 12편 중 프랑스 로뱅 캉피요 감독의 <120 비츠 퍼 미닛>과 나란히 3위권에 마크돼 있다. 참고삼아 1, 2위 영화들을 밝히면 러시아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감독의 <러브리스>(3.2점), 미국 토드 헤인즈 감독의 <원드스트럭>과 스웨덴 루벤 외스트룬트 감독의 <더 스퀘어>(공동 2.7점) 3편이다. 그 동안 홍상수 감독이 스크린에서 얻은 최고의 평점이다. 르 필름 프랑세로부터도 평균 2.1점을 받아 <120 비츠 퍼 미닛>(2.9점), <러브리스>와 <리다우터블>(공동 2.2점)에 이어 3위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일까 국내 뉴스전문 채널인 YTN은 “각국 영화 전문매체들로부터 5점 만점을 의미하는 황금종려 마크를 가장 많이 받았다”며, “프랑스 영화전문 사이트 ‘카오스 레인즈’는 평론가, 기자 등 총 6명 중 5명이 황금종려 마크를 줬고 스페인 영화전문 사이트 ‘투다스 라스 크리티카스’도 후한 평과 최고점을 주며 <그 후>를 황금종려상 유력 후보로 선정했다”고 보도했다. 다소 성급할 수는 있어도, <그 후>의 황금종려상을 예상하는 보도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칸 현지 유력 데일리들의 반응이 호평 일색인 것은 아니다. 스크린처럼 세계 여러 나라의 11인 평자들로 구성된 갈라 크롸제트에서는 1.5점으로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총 8인이 평점을 줬는데, 6인이 2점, 2인이 0점이다. <옥자>도 그렇거니와, 이래저래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을 수장으로 한 9인의 칸 경쟁 심사위원단이 어떤 최종결정을 내릴지 더욱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한편 <클레어의 카메라>도 <악녀>도 21일 성황리에 선보였고, 목하 국내에서 상영 중인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밤 11시 ‘심야상영’된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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