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천하통일 16] ‘치국평천하’ 손자병법 누가 지었나?

손자(孫子)

[아시아엔=강철근 한류국제문화교류협회 회장, 한류아카데미 원장, <이상설 이야기> 저자] 귀곡자의 또 다른 제자 이야기를 빠뜨릴 수 없다. 역사를 통틀어 중국의 서적 중 <손자병법>만큼 많이 읽힌 책은 없을 것이다. 손자병법은 세계 각국의 사관학교는 물론 전 세계 MBA 코스의 중요과목이 되어 있다. 다시 말해서 손자는 중국을 넘어 글로벌 인사가 되었다는 뜻이다.

대체 손자는 누구인가?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손자는 분명한 역사상의 인물이 아니다. 현재에도 중국 학계에서는 그 실존성에 대해서 격한 논쟁이 일고 있다.

삼국지의 영웅 조조는 말한다. 예로부터 전래되는 ‘손자병법’에 온갖 잡문이 끼어들어 원문의 여섯 배 이상 부풀려있는 것을 자신이 대대적으로 손질해 복원해내면서 주석을 가했다고 했다. 이는 그가 당대 최고의 전략가이자 탁월한 사상가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맨날 징징대기만 하는 유비와는 다르다. 조조가 새롭게 편제한 ‘손자병법’은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전쟁터의 용병술은 물론 국가존망과 직결된 치국평천하의 통치술에 이르기까지 모든 방략을 담고 있다.

<손자병법>을 단순한 병서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럼 도대체 손자는 누구인가?

일단 손자의 원조라면 기원전 6세기 말의 손무(孫武)를 꼽아야 할 것이고, 그 후 150년 쯤 후에 나오는 손무의 5대손 손빈도 있는데, 그 두 사람 다 합쳐서 손자라 한다.

손무는 본래 춘추전국시대 초기 제나라 사람으로, 오나라로 와서 궁벽한 곳에 숨어 사는데, 오나라의 재상 오자서가 인재를 단박에 알아보고는 오나라의 왕 합려에게 손무를 극찬했다.

오왕 합려 즉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주인공 부차의 부친과 만난 손무는 자신이 저술한 병서 13편의 내용을 여러 차례에 걸쳐 소상히 설명하는데, 합려는 “아, 그러냐?” 하면서도 애매한 태도로 손무의 용병술을 한번 시험코자 하였다. 당근 손무는 열 좀 받았다.

“좋습니다. 후궁 궁녀들을 대상으로 시험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대왕이 총애하는 후궁 2명으로 각각 1개 부대를 지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 하시오.”

손무는 180명의 궁녀에게 갑옷과 투구를 착용하고 검과 방패를 들게 한 뒤 군율을 일러주었다. 이어 북소리에 따라 진퇴, 좌우, 회선하는 방법을 일러준 뒤 훈련시의

엄한 계율 등을 주지시켰다. 합려는 이쯤에서 눈치 챘어야 했다.

“북을 1번 치면 모두 떨쳐 일어나고, 2번 치면 모두 큰소리로 외치며 전진하고, 3번 치면 모두 전투대형으로 전개한다!”

궁녀들이 모두 입을 가리고 킥킥 웃었다. 손무가 친히 북채를 잡고 북을 울리며 재삼 하명하고 거듭 경고를 주었다. 궁녀들은 웃기만 할 뿐 도통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손무가 정색하며 고개를 돌려 두루 살펴보는데도 궁녀들은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윽고 손무가 도끼 집행관을 대령시켜 놓고는 조용히 묻는다.

“명령이 명확치 않고, 하명이 지켜지지 않는 것은 장수의 죄다. 군법에 따르면 어찌 조치해야 하는가?”

“마땅히 참수해야 합니다.”

“이 죄는 두 대장에게 있다. 즉시 두 대장을 참하라!”

좌우에 늘어선 도수들이 즉시 합려의 두 총희를 끌어내어 꿇어 앉힌다.

합려는 대 위에 올라가 멀리서 손무의 열병을 구경하다가 이 광경을 보고 대경실색했다. “급히 가서 나의 분부를 전하고 두 궁녀를 구출토록 하라!”

사자가 급히 손무에게 달려가 명을 전했다. “궁녀들을 부디 참수하지 마시오.”

손무가 단호히 거절했다. 그러고는 가차 없이 두 총희의 가녀린 목을 치게 했다. 펄펄 뛰는 왕 합려를 간신히 설득하여 재상 오자서는 손무를 사령관에 앉히고, 오나라를 천하의 제후국으로 만든다.

손자병법

손자병법은 그냥 병법서가 아니다. 천하치국의 도를 담은 책이다.

모택동도 손자병법을 존경해서 항상 실전에 적용했다. 그의 대약진운동에서부터 모든 전술전략은 여기서 나왔다. 모택동 전술이라는 것이 결국 손자병법이다. 모택동은 “손자병법에는 모든 철학이 담겨있다. 후인들이 이를 모르고, 단순히 병법이나 배우려 하면 안 된다” 했다.

현대의 중국은 어떤가? 그들의 국가경영전략은 과연 손자의 철학에 부합할까? 글쎄…, 꽤 많이 동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버드대학을 포함한 미국의 명문 경영대학원과 웨스트포인트 등에서 ‘손자병법’을 교재로 삼고 있음에도 그들 역시 병도(兵道)의 의미에 맞는 것 같지 않다.

현존하는 역대 동서양 병서 가운데 첫머리에 병법의 철학을 말한 책은 오직 <손자병법>밖에 없다. 병도의 이치를 모르면 손자병법을 읽지 않은 것만 못한 것. 손자병법의 병도는 부전승(不戰勝)으로 요약되어 있다. 이점에서 적을 그냥 쳐부수는 섬멸전에 초점을 맞추어온 서양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동양의 손자병법은 적을 온존히 하는 가운데 심복시킨다. 다시 말해서 동양의 바둑은 비어 있는 요충지로 재빨리 나아가 세를 불리는 것을 중시한다. ‘살타’보다는 ‘심복’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병도는 구슬을 꿰는 것처럼 모든 전략전술을 하나로 묶는 그물의 역할을 한다. 병가의 성전(聖典)으로 불리는 손자병법이 제자백가사상을 집대성했다고 평가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손자병법을 지은 손무의 일생은 가히 노자의 그것이었다. 그는 오왕을 도와 천하쟁패의 싸움을 끝낸 후, 모든 벼슬과 보물을 초개처럼 버리고 깊은 산속으로 숨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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