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세 임종석 비서실장에게 거는 기대

51세의 젊은 비서실장이 “예스맨이 되지 않겠다. 대통령과 격의 없이 토론하겠다”고 했을 때 굉장히 신선했다. 권위의 옷을 벗어던지고 소통하는 권력의 의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교언영색(巧言令色)이라는 말은 ‘남에게 잘 보이려고 그럴듯하게 꾸며 대는 말과 알랑거리는 태도’란 뜻이다. <논어> ‘학이편’(學而篇)과 ‘양화편’(陽貨篇)에 나온다.

공자는 “교묘한 말과 보기 좋게 꾸민 얼굴을 하는 사람치고 착한 사람이 드물다”(巧言令色鮮矣仁)고 했다. 그럴듯하게 꾸며 대거나 남의 비위를 잘 맞추는 사람 그리고 생글생글 웃으며 남에게 아첨하는 사람치고 진실한 사람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교언영색에 반대 되는 말은 <논어> ‘자로편’(子路編)에 나오는 ‘강의목눌’(剛毅木訥)이다. 강(剛)은 의지가 강해 물욕에 휘둘리지 않는 일을, 의(毅)는 기가 강하고 과단성이 있는 모습이다. 목(木)은 나무 그대로 질박한 것, 눌(訥)은 말수가 적음을 말한다.

의지가 굳고 용기가 있으며 꾸밈이 없고 말수가 적은 사람은 ‘덕을 갖춘 군자’에 가깝다. 하지만 공자는 “덕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진정한 군자는 아니라”고 했다. “문질이 빈빈한 연후에야 군자라 할 수 있다”(文質彬彬 然後君子)고 했다. 즉 문(文 형식)과 질(質 실질)이 잘 어울려 조화를 이루어야 군자라는 뜻이다.

옛날로 치면 나라가 쇠하고, 오늘날 같으면 정권의 몰락은 최고 권력자 주변에 교언영색으로 치장한 자들로 둘러싸여 있을 때, 찾아온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의 몰락도 최순실 같은 무리가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막지 않았다면 이처럼 처참한 결말은 있지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국가를 운영하려면 팔다리나 양 날개처럼 최고 권력자를 곁에서 도와줄 인재들이 있어야 한다. 그런 인재를 ‘복심’(腹心)이라 하고, 그 복심의 조건은 선공후사다. 공(公)은 직언(直言)이 생명이다.

우리는 이런 역사를 초한쟁패(楚漢爭覇)에서 배울 수 있다. 항우(項羽)를 끝까지 지키다 버림받고 쓸쓸히 병사한 범증(范增 BC277~204)에서다. 항우가 유방(劉邦)에게 패할 줄 항우는 몰랐다. 그런데 범증은 그걸 알았다. 범증은 홍문연회(鴻門宴會)에서 유방을 죽일 것을 항우에게 직언했으나 항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친문(親文)이 아닌 비문(非文)의 총리, 청와대 비서실장, 국정원장, 기획재정부장관, 외교부장관 등의 첫 인사는 국민 눈높이로 봤을 때 박수 받을 만하다.

51세의 젊은 비서실장이 “예스맨이 되지 않겠다. 대통령과 격의 없이 토론하겠다”고 했을 때 굉장히 신선했다. 권위의 옷을 벗어던지고 소통하는 권력의 의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당 태종(太宗)의 <정관정요>(貞觀政要)는 640년경에 만들어진 정치문답집으로, 제왕학의 교과서다. ‘정관’(貞觀)이란 당나라 태종의 연호로, 태평성대를 누린 그의 치세를 높이 평가해 ‘정관의 치(治)’라 했다. ‘군도편’(君道篇)부터 ‘신종편’(愼終篇)까지 10장 40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 몇 가지를 문 대통령에게 보내드리고자 한다.

첫째, 군주의 도리

군주가 바르면 나라가 안정된다. 현명한 군주는 아랫사람의견을 받아들인다. 무위치지(無爲之治)! 저절로 나라가 다스려지게 하라.

둘째, 정치의 근본

지나치게 많은 일은 현명한 자에게 위임하라. 궁궐에 갇혀 눈귀가 막히면 천하를 알지 못한다. 끝까지 직언하는 신하가 옳다. 백성이 평안해야 나라가 바로 선다.

셋째, 간언을 구함

신하는 군주의 허물을 비추는 거울이다. 간언하는 신하가 있으면 망하지 않는다. 간언하는 신하는 믿을 수 있는 신하이다. 간언하는 분위기는 군주가 만든다. 마음을 비우고 신하의 의견을 받아들이면 간하는 자가 생긴다.

넷째, 군주와 신하의 계율

나라의 흥망은 군신의 공동책임이다. 잘 될 때 안위를 염려하고 자기를 바르게 함이 군주의 도리이다. 어진 사람을 이해하고 예우하면 신하와 군주가 하나가 된다.

다섯째, 스승을 존경하라

스승을 예절로 섬겨라. 훌륭한 군주는 훌륭한 스승에서 나온다. 어진 스승 밑에서 어진 정치가 나오고, 엄한 가르침 밑에서 폭정이 나온다. 스승을 아버지처럼 모셔라.

여섯째, 인의도덕

어진정치가 근본이다. 나라의 가장 큰 무기는 인의의 정치이다. 숲이 우거지면 새가 깃들 듯 인의가 두터우면 사람이 따른다.

일곱째, 충성과 의리

의리 있는 자는 적이라도 중용하라. 나라를 위한 간언을 하는 신하를 포상하고, 간언하는 신하를 가까이 두라. 신하에 대한 대접에 따라 신하도 충성을 다한다.

여덟째, 대공무사(大公無私)

공평한 인사가 나라기강의 근본이다. 위신이 깎여도 법에 따라 다스려져야 한다. 옥석을 분별하라. 다스림에 인의가 근본이고 형벌은 끝이다. 자신을 엄하게 다스리면 나라가 흥한다.

‘교언영색’ 하는 무리를 물리치고, ‘강의목눌’ 하는 인재를 가까이 하며, <정관정요>를 실천에 옮기면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태평성대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세상이 통하는 때다. 그리고 사통오달이 군자의 심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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