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호 한국시인협회장, ‘불립문자’와 ‘불이문자’의 길항

최동호 고려대 명예교수 <사진=고려대 홈페이지>

2017 만해대상 문예부문 수상

[아시아엔=서의미 기자] 2017 만해대상 문예대상 수상자인 최동호(69) 한국시인협회장은 한국문단을 선두에서 이끌어온 중진 비평가다. <황사바람>(1976)으로 시인의 길에 들어섰다. 197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으로 당선돼 40여년 평단을 이끌어온 현장비평가이자 대학에서 40년 넘게 한국현대시를 연구하고 가르쳐왔다.

그의 시집 <딱따구리는 어디에 숨어 있는가>(1995)는 불교적 사유와 선적(禪的) 표현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최근작인 일곱번째 시집 <수원 남문 언덕>(2014)은 ‘불립문자’(不立文字)와 ‘불이문자’(不離文字)의 길항 속에서 생성돼 온 그의 인간과 세계에 대한 형이상학적 추구를 보여준다. 현재 고려대 명예교수이며 경남대 석좌교수를 맡고 있다.

최동호의 첫 시집 <황사바람>은 성장과 갈등을 축으로 하는 청년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두 번째 시집 <아침책상>(1988)은 이러한 서정과 인식의 결합을 통해 자신만의 고유한 형식을 발견하는 과정으로 평가된다. 세 번째 시집 <딱따구리는 어디에 숨어 있는가>(1995)를 내면서 그 특유의 ‘달마’ 상징을 불러오는데, 이때부터 그는 불교적 사유와 선적(禪的) 표현을 자신의 시편 안으로 적극 끌어들이게 된다.

그의 시적 지향이 구체적 결실로 나타난 것은 네번째 시집 <공놀이하는 달마>(2002)다. 불교적 상상과 서정의 극을 향한 시적 의지는 시집 <불꽃 비단벌레>(2009)와 <얼음 얼굴>(2011)로 이어져 확장·심화되었다.

그의 시는 따뜻한 리얼리즘, 평균적 범속을 넘어선 구체적 현실 감각, 우리말의 시적 가능성에 대한 최대 실험의 결실로 누구의 모방도 허락하지 않는 그만의 독자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최동호는 시인 겸 중진 비평가로, 서구 시학과 대척점에 서서 동양 시학의 전거들을 바탕한 비평가로 꼽힌다. 그의 평론가로서의 업적은 <現代詩의 精神史>(1985), <삶의 깊이와 시적 상상>(1995), <하나의 道에 이르는 詩學>(1997), <디지털 문화와 생태시학>(2000), <진흙 천국의 시적 주술>(2006), <디지털 코드와 극서정시>(2012) 등에 담겨 있다.

최동호는 한용운, 김달진, 백석, 모윤숙, 윤동주, 이성선 등의 전집을 심혈을 기울여 완성했다. 특히 까다롭기 짝이 없는 정지용과 김수영의 사전을 만드는 등 우리 근현대 시사를 가로지르는 역동적이고 독보적인 학문적 성과를 이루어온 점이 올 만해대상 문예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바탕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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