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2008년 발간 ‘노무현 예찬론’, 박근혜 ‘대통령 탄핵’ 예감?

오시영 변호사가 9년전 쓴 ‘노무현 예찬론’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집무실에서 퇴근하면 시내 골목길에 있는 단골 술집에 들러 맥주잔을 앞에 놓고 이웃과 담소를 즐겼던 사람. 청바지를 입고 말보로 담배를 즐겨 피우며 국민들과 함께 담소하며 길을 걸었던 사람.

2003년 2월 2일 13년간의 직을 물러난 바츨라프 하벨 체코 대통령 얘기다. 단 5분간 그의 퇴임 연설은 이랬다. “제가 실망시킨 국민, 저의 행동에 동의하기 않았던 국민, 그리고 저를 미워했던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용서를 바랍니다.”

2005~2008년 필자와 보건복지부 혈액관리위원을 함께 하던 오시영 변호사(숭실대 법대학장 역임)가 지은 <노무현 예찬론>(도서출판 북넷, 2008년 10월30일 초판 발행)의 노란색 표지가 책꽂이에서 눈에 띠었다. 34~34쪽에 나오는 하벨 대통령 얘기다.

포털에서 오시영 변호사를 조회했다. 올해 교수 정년이다. 법학자로 <민법총칙> <민사소송법> <민사집행법> <친족상속법> 등 법 관련 저서가 많았다. 소설가로 <섬에 갇힌 바다>(1, 2, 3권)를 쓴 것도 알았다.

그는 회의 때 어떤 안건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는 상당수 변호사들과 달리 요점만 지적하곤 했다.

<노무현 예찬론>은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하고 봉하마을로 내려간 후 쓴 책이다. 현직을 떠난 사람에 대해 쓰면서 ‘예찬론’을 붙인 것이다. 만 8년 반 지나 읽으면서도 눈을 쉬 떼지 못한 대목이 몇 곳 있다.

그중 하나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에 관한 얘기다.

“박 대표는 헌법재판소에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결정이 각하될 때까지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은 채 지켜보겠다고만 했습니다. 박근혜 의원의 장점은 결과를 끝까지 지켜볼 줄 아는 인내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역사의 현장에서 과감한 결정을 해야 할 때 박 대표는 항상 지켜보고만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는 생각에 깊이 천착하고 있음을 봅니다. 자신이 해온 행보에는 잘못이 없다는 한 마디로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도자의 덕목으로는 옳지 않습니다. 박근혜 대표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의 잘못은 모두 박 대표의 잘못입니다. 물론 측근들이 잘한 일 역시 박 대표가 잘한 일입니다.”(99~100쪽)

오시영 변호사는 마지막장 ‘아들과 양초’란 제목의 글에서 촛불에 대해서도 썼다.

“촛불집회로 상징되는 2008년 여름은 ‘믿은 자에 대한 배신감’으로 국민들이 슬퍼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을 믿지 않았다면 이렇게 크게 분노하지도 않았을 겁니다.(중략) 아들을 향해 제가 촛불을 켜듯, 국민을 위해 촛불을 켜드시는 이명박 대통령이 되시면 참 좋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가난하고 약한 자에게 끊임없이 관심을 보였던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 모두 거울 앞에서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마음의 촛불을 켜 어둠을 밝힐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332~334쪽)

오시영 변호사의 이 책은 ‘거울 이야기’로 시작한다. “거울은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며, 우리로 하여금 반성케 하는 신이다. 우리에게는 거울을 뚫고 들어갈 능력이 없다. 그렇지만 거울은 어느새 우리를 포용하고 우리를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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