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께 긴급제안] 초중고 ‘미세먼지 측정기’ 설치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술 마시는 로봇을 개발한 사람이 있다. 2015년 말 아트센터나비(센터장 노소영)가 주최한 로봇잔치에서 술 마시는 로봇을 선보여 큰 인기를 끈 박은찬씨다. 술을 마시면 볼이 빨개지고 과음했다 싶으면 술을 거절한다. 폭탄주도 거뜬히 마시는 로봇을 기억하실 거다. 삼성전자 소프트웨어센터 선임연구원으로 있다. 작년 8월 핀란드 오울루로 연수를 떠난 박씨가 15일 밤(한국시각)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의 미세먼지측정시 설치 방침에 대한 의견을 올렸다.

“600억!!! 대당 600만원!!?? 메이커들한테 맡겨주시면 대당 10만원에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설치도 그냥 택배로 받아서 메뉴얼대로 설치하도록 유도하구요. 디버깅해야 할 게 있다면 자동으로 업데이트 하고. 데이터 서버는 공개해서 누구나 데이터 접근할 수 있고 API 몇 개 뚫어놔서 누구나 데이터 가져다가 디자인 입히고 서비스도 하고 누군가는 앱 만들어서 잘 써먹을 수도 있구요. 케이스는 3D프린터로 잘 뽑을 수 있도록 디자인 어느 정도 반제품처럼 완성해서 캐드파일 공개하면 남아 도는 3D 프린터를 잘 활용할 수도 있겠어요. 제품은 키트화시켜서 자기학교 미세먼지 측정기는 자기학교 학생들이 만들어서 설치하는 것도 참 멋지겠어요. 메이커 교육의 좋은 예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양천구 은정초등학교를 방문해 “미세먼지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기 위해 전국 11000개가 넘는 초·중·고등학교에 간이 미세먼지 측정기를 설치하려고 한다”며 “1대에 600만원 정도 하는 간이 측정기를 모두 설치하려면 600억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되는데 그런 예산을 들여서라도 전국 모든 학교에 측정기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아시아엔> 핀란드 통신원을 맡고 있는 박은찬씨에게 좀더 구체적인 방안을 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16일 아침 자신의 의견을 자세히 보내왔다. <아시아엔>은 그가 보내온 대안을 독자들께 소개한다. (편집자)

미세먼지감지기 설치 소식을 듣고

[아시아엔=박은찬 행복물건개발자, 전 삼성전자 소프트웨어센터 선임연구원, 현재 핀란드 오울루에서 연수 중] 스승의 날인 15일 문재인 대통령님께서 초중고교에 미세먼지 측정기를 모두 설치하겠다고 하신 말씀을 이곳 핀란드에서 언론을 통해 들었습니다. 미세먼지 발생원인을 제거하는 동시에 지금 당장의 피해를 막기 위한 미세먼지 감지기 설치를 말씀하셨습니다. 좋은 의도에 대한 공감도 있지만 의문도 역시 있었습니다.

간이 측정기 정확도

만약, 정말 정확한 측정기가 지금 당장 시급하게 필요하다면 성능이 아주 뛰어난 600만원 짜리 기기를 들여도 될 것입니다.

하지만 과연 미세먼지측정기 1대당 가격이 600만원일까? 또한 그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 정도 성능을 가지고 있는 측정기가 과연 그렇게 시급하게 필요할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게다가 기사에 따르면 간이측정기라고 합니다. 간이화장실처럼 ‘간이’란 “사물의 내용이나 형식을 정식의 것보다 줄이거나 간단하게 하여 이용하기에 쉽거나 편리하게 한 상태”를 뜻합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오차허용이 가능하다면 저렴한 보급형 측정기를 구매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신장을 재는 데 공학용 초정밀 측정장치가 아닌, 1mm 눈금의 자를 사용합니다. 그 이하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간이로 측정할 정도라면 저렴하게 만들거나 기성품을 구매하면 되지 않을까요? 오차범위를 감안하여 야외활동을 제한하면 되지 않을까요?

시중의 측정기 수준

현재 미세먼지 농도 ‘매우 나쁨’ 기준은 PM2.5(초미세먼지)가 101μg/m³ 이상일 때를 이야기합니다. 시중에 DIY(自作 키트)로 판매중인 제품은 소비자가격 15만원 정도이며 그 제품이 측정할 수 있는 입자 크기는 기상청이 제공하는 미세먼지 정보보다 더 작습니다. 농도단위는 1μg/m³으로, 이 농도단위는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정보단위와 같습니다. 즉, 기상청보다 더 작은 것도 측정할 수 있고, 비슷한 수준의 단위를 출력하는 센서인 것입니다.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은 측정오차입니다. 키를 재는 자의 눈금이 1mm이지만 전체적으로 자의 길이가 조정돼 판매되기도 합니다.

게다가 이미 출시되어 있는 간이 미세먼지 측정 장비들도 많이 있습니다. 네이버에 미세먼지측정기라고 검색하더라도 1200여개가 넘는 상품이 온라인 판매중이며, 아마존 온라인쇼핑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최고가격은 약 15만원 선입니다.

메이커 문화와 연동

또한 국내에서는 ‘메이커 문화’가 빠르게 확산중입니다. 개인이 직접 필요한 것을 제조하는 시대가 급속히 다가오고 있고, 스스로 필요한 것을 저렴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미세먼지측정기를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는 메이커도 있습니다. 만약, 각급 학교에 설치하는데 드는 미세먼지측정기 예산 600억원을 국민들이 집단지성을 발휘하여 이 문제를 해결토록 한다면 아주 좋은 4차산업혁명의 사례가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국내 메이커들에게 (전 국민이 메이커입니다) 상금을 걸고 간이측정기로 쓸 만한 제품을 개발하도록 공모전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제작을 위한 장소로는 메이킹 스페이스가 있습니다. 메이킹 스페이스 사용료는 정부가 지원하고, 참여를 원하는 개인 및 팀에게는 소정의 재료비와 활동비를 지원합니다. TV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여, 평가는 공무원이 아닌 일반 네티즌도 참여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최종 우승팀에게는 국가 단위의 보급을 위하여 스타트업을 장려할 수 있고, 국가 산하 연구기관 지원을 받아 완성도를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유통이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도 큰 메리트가 있을 것입니다. 평가과정은 공평하게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며, ‘메이커문화’답게 모든 도면과 소스코드 역시 공개하여 누구나 업그레이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것이 오픈소스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모든 재료와 소스코드, 예산을 투명하게 공개해서 기성품보다 더 뛰어난 제품을 더 저렴하게 제작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아낀 비용으로 태양광발전 패널을 더 설치해 석탄발전소 정지로 인한 에너지 부족분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한 완제품이 아닌 반제품 형식도 판매하고, 학생들이 직접 자신의 학교나 가정에 설치할 측정기를 맞춤화하면 메이커교육까지 이뤄질 수 있습니다. 학생들은 3D프린터를 이용하여 학교 개성에 맞게 맞춤형 기기를 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집단지성

비단 미세먼지측정기뿐만이 아닙니다. 앞으로도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국가의 에너지가 돈이라는 형태로 투입될 것입니다. 무언가를 구매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는 국민들에게 집단지성을 발휘해 현존하는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상당수 국내외 기업에서는 집단지성을 장려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보스와 소수 엘리트 참모들만 회의하고 대책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사내게시판에 문제를 공개해서 말단 직원도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게 합니다. 결국 새로운 해결방법을 얻거나, 현재의 해결방법에 대한 검증을 받습니다.

그에 대한 보상이 확실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서 고민하고 참여합니다. 국가안보를 좌지우지하는 내용이 아닌, 일반적이고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에 대한 것이라면 일반국민에게도 그 문제를 직접 해결할 기회와 권리와 지지 및 에너지를 공유한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한번 믿고 맡겨 주시길 바랍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