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아시아불교 21] 태국③···’대중구제’보다 ‘해탈’에 중심

<사진=신화사>

3일은 불기 2561년 부처님오신날입니다. <아시아엔>은 부처님의 자비와 은총이 독자들께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아시아엔>은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스리랑카·미얀마·태국·캄보디아·라오스·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아시아 각국의 불교의 어제와 오늘을 <불교평론>(발행인 조오현)의 도움으로 소개합니다. 귀한 글 주신 마성, 조준호, 김홍구, 송위지, 양승윤, 이병욱님과 홍사성 편집인 겸 주간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편집자)

태국불교의 특징

[아시아엔=김홍구 부산외국어대 동남아창의융합학부 교수] 태국의 상좌부불교는 대중구제를 중시하는 대승불교와는 대조적으로 승려 자신의 해탈에 중점을 두고 있다.

상좌부불교 교리에 의하면 인간은 고통, 노여움, 병고, 죽음 등의 고뇌가 끊임없이 계속되는 윤회계에 살고 있다. 이 고뇌의 원인은 인간이 가진 쾌락이나 소유에 대한 집착 때문이다.

승려는 해탈이 최고 지향점

집착이 있는 한 인간은 윤회계의 포로가 되고 생과 사를 반복하면서 영구히 고뇌를 계속하게 된다. 이 고뇌의 사슬에서 벗어나는 길은 팔정도(八正道: 正見, 正思, 正語, 正業, 正命, 正精進, 正念, 政定)를 행하여 해탈에 이르는 것이며 해탈의 권리는 승려에게만 주어진다.

상좌부불교 교리에 따르면 초자연적인 힘이나 신에게 의존하는 일 등은 완전히 배제되며, 불교적 세계관의 이해와 그에 근거하는 실천에 의해 스스로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신비적 요소를 배제하고 합리주의적이며 개인의 깨달음을 강조하는 점에서 개인 중심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실천을 가능케 하고자 태국의 승려들은 승가(僧伽, San-gha)라고 부르는 조직체를 국가적 규모로 구성하고 있다. 태국 승가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징을 갖는다.

우선 승가에 승려로서 참여하는 것은 성인 남자에 한한다. 미성년자에게는 십계를 하사하여 넨(沙?僧)이라고 부르며 여성은 승가의 가입을 금하고 있다. 승가의 구성원이 되는 자는 전답을 경작하는 등 일체의 세속적인 일이 금지된다. 따라서 승가는 그 자체로는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없으며 의식주 전반을 재가신도에게 의존한다.

재가신도는 공덕을 지향해야

사실상 해탈 지향을 내용으로 하는 종교적 교리는 승려라는 종교적 엘리트를 대상으로 한 것이고, 재가신도에 대해서는 별도의 원리에 의한 행동지침이 있다.

윤회전생의 질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해탈에 전념하게 되는 불교에서 설명하는 세계를 보면 윤회계에 대한 긍정적인 해석이 가능해진다. 윤회계의 생 전부를 고통이라고 생각하여 부정하는 것이 아니고, 마음에 드는 일생과 마음에 들지 않는 일생이 구별되어 있다. 한 인간의 일생은 업(業) 개념에 의해 설명되는데, 즉 인간의 현생에서의 지위, 운, 불운 등은 그 사람의 전생 행위의 결과인 업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업을 결정하는 주요한 요인은 그 사람이 쌓은 분(Bun), 즉 공덕(功德, 善德)이다. 전생에 ‘탐분’(Tham Bun, 공덕 쌓기)을 많이 한 사람은 현생에서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그와 반대로 전생에 탐분을 행하지 않으면 현생의 행복이 보장되지 않는다. 분의 반대 개념은 밥(Bap)이라는 악덕(惡德) 행위로 생물을 죽이고 도적질을 하는 등의 악행을 행하면 밥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선업선과(善業善果), 악업악과(惡業惡果)로 요약된다.

인간의 업이 각 개인의 분과 밥에 의해서 변화하게 된다는 설명은 전생과 현생, 현생과 내생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현생에서도 적용된다. 현생의 생활 가운데 축적된 분과 밥의 결과 현생의 장래 생활에서의 운/불운, 행/불행도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의 원리에 근거하여 태국 불교도들은 개인의 생활을 분과 밥의 척도로 계산하면서 행동한다.

이러한 소위 ‘업결정론’을 믿는 태국 불교도들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승가에 공덕을 쌓는다. 구체적인 예로 출가, 사원 건축·수리비용 보시, 자식을 승려로 출가시키기, 불적 순례 등이 이에 해당한다. 매일 탁발하거나 재계일(齋戒日, 완프라)에 사원을 참배하고 승려에게 음식물을 공양하며, 5계와 8계를 준수하고 까틴축제(Khatina Robe Ceremony) 때 승려에게 금품을 보시하는 일 등도 공덕을 쌓는 것에 속한다.

주술적 요소 강해

공덕 지향성을 중시하는 태국불교의 또 다른 특징은 주술 지향성을 띠고 있다는 데 있다. 공덕 지향의 교리가 주로 내세나 장래에 대해서 보장은 하고 있으나 현실에서 당면하는 여러 가지 문제에 해답을 주지 못하는 경우, 주술 지향적 불교가 보완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태국불교의 주술적 성격을 보여주는 일례가 프라크르엉(Phra Khruang)이다. 태국인들은 프라크르엉이라고 하는 작은 불상을 지니고 있으면 재앙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른바 주술신앙의 일종이다. 주술신앙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빠알리어 경전인 <프라빠릿>(Phra Parit, 보호게송 혹은 讀經)이다. 프라빠릿은 불상의 개안(開眼) 의례, 집의 신축 기념, 장례식, 공양 등의 불교 의례 때 암송되고 있다.

태국인들은 프라빠릿이 악령을 퇴치하는 주력이 있다고 믿고 있다. 예를 들면 장례식장에 싸이씬(Sai Sin)이라는 성사(聖絲)를 둘러치고 그 일부를 승려가 손에 쥔 후 프라빠릿을 암송하면 전기가 전선을 통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주력이 장례식장에 가득 차서 악령의 침입을 방지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불교 의례 때 승려가 참배자에게 뿌리는 남몬(Nam Mon)이라는 성수도 프라빠릿을 제창하면서 뿌린다. 이 물을 맞으면 힘이 체내에 가득하여 재앙을 물리칠 수 있게 된다고 믿는다. 불상이나 몸에 지니는 작은 불상에 혼을 집어넣기 위해서 고승을 초빙하는 의례가 행해지는데, 이때도 불교 경전과 함께 프라빠릿을 암송한다.

불교 축제와 행사

대부분의 태국인은 불교도이기 때문에 태국에는 불교 행사가 많다. 불교 행사는 태국식 음력으로 행해지기 때문에 해마다 그 날짜가 조금씩 바뀐다.

완마카부차(萬佛節)

태국력 3월(마카) 보름에 열리는 불교행사다. 부처님이 왕사성(王舍城, Rajagrha)의 죽림정사에 있을 때 1250명의 제자에게 계율을 설법하고 3개월 후 보름에 입적할 것을 예언한 날이다.

완위싸카부차(釋迦誕辰日)

태국력 6월(위싸카) 보름에 열린다. 석가의 탄신과 성도, 열반 세 가지를 축원하는 날로 태국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불교 축제다.

완아싼하부차(三寶節, 初轉法輪日)

태국력 8월(아싼하) 보름에 열린다. 석가가 깨달음을 얻어 5인의 제자에게 초전법륜(初轉法輪)을 설파한 날이며 불·법·승 삼보의 성립을 축원하는 날이기도 하다. 사원에 양초를 진상하고 각 촌락에 국왕이 보낸 왕실 양초가 전달된다. 특히 동북부 나컨랏차씨마의 양초축제는 성대하기로 유명하다.

완카오판싸(入安居)

완아싼하부차(三寶節) 다음날을 말한다. 판싸(Phansa)는 빠알리어로 우기를 뜻한다. 승려는 이 기간에 3개월 동안 사원에 머물면서 수행하며 외출이 금지된다. 우기 중에는 홍수가 발생해 탁발(托鉢)을 나가게 되면 농민들에게 불편을 끼치기 때문에 승려들은 한 장소에 모여서 수행, 정진한다. 판싸를 거치는 일은 승려들의 경력과 직결된다. 이날 재가신도들은 사원에 직접 가서 음식물 등을 공양한다. 완카오판싸 때는 단기출가자들이 급증하고 각지에서 득도식이 행해진다.

완억판싸(出安居)

태국력 11월 보름이며 우기가 끝나는 날이다. 우기가 끝나면 바로 승려들에게 음식물을 공양하는 의식이 치러지는데, 이 의식을 중부 지방에서는 딱밧테워(Tak Bat Thevo), 남부 지방에서는 착프라(Chak Phra)라고 부른다. 완억판싸 날에는 승려들의 성공적 우기 수행을 축하하기 위하여 신도들이 사원에 가서 가사(袈裟)를 진상한다. 이러한 행위를 텃까틴(Thot Kathin)이라고 하는데 완억판싸가 끝나고 나서 한 달간이나 계속된다. 텃까틴을 하기 위해 신도들은 버스나 트럭을 타고 종이나 큰북을 치면서 사원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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