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아시아불교] ‘불교평론’이 동남아불교 집중탐구한 까닭

라오스의 스님들의 탁발

3일은 불기 2561년 부처님오신날입니다. <아시아엔>은 부처님의 자비와 은총이 독자들께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아시아엔>은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스리랑카·미얀마·태국·캄보디아·라오스·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아시아 각국의 불교의 어제와 오늘을 <불교평론>(발행인 조오현)의 도움으로 소개합니다. 귀한 글 주신 마성, 조준호, 김홍구, 송위지, 양승윤, 이병욱님과 홍사성 편집인 겸 주간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편집자)

[아시아엔=홍사성 <불교평론> 편집인 겸 주필, 시인] 우리나라 불교에서 동남아불교에 관한 연구는 거의 백지에 가깝다. 지금까지 출판된 동남아불교에 관한 도서도 한두 권에 불과하다. 이마저 일본의 학자들이 현장조사를 통해 확보한 정보를 번역한 것이다. 물론 개별적으로는 이 지역의 불교에 관한 논문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논문들은 동남아시아 지역학에 대한 연구 과정을 통해 수확한 성과물들이다.

동남아 지역을 연구하다 보면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확장과 쇠퇴를 거듭해온 불교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치 한국사를 연구하다 보면 불교의 역할이나 성쇠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불교학자에 의한 본격적인 이 동남아불교사 또는 교학 사상사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다.

동남아 지역의 불교사나 교리 사상에 대한 연구의 부족은 우리나라 불교학계의 관심이 아직은 대승불교에 집중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전통적으로 대승불교를 표방해온 우리나라 불교는 교학과 신앙, 역사에 관한 연구도 대승불교에 한정돼 있다. 동남아불교는 여전히 상좌부불교(上座部佛敎) 또는 소승불교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소홀하게 여기는 경향이 짙다.

연구 인력의 태부족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과거에 비해 불교를 연구하는 학자군이 많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아직은 더 넓은 안목으로 그동안 주목하지 않은 새로운 영역으로 눈을 돌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같은 학문적 편식과 관견은 우리나라 불교학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오늘날의 세계 불교는 대체로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상좌부불교, 동북아를 중심으로 하는 대승불교, 티베트를 중심으로 하는 밀교권 불교, 그리고 서양에 전래돼 새롭게 각광받기 시작한 서양불교 등 크게 4개 권역으로 나누어진다.

이 가운데 우리가 속한 대승불교와, 인접한 밀교권 불교는 그런대로 조금씩 연구가 축적돼가고 있다. 근래에 들어서는 유학 등 활발한 교류를 통해 받아들이고 있는 서양의 불교 이론도 한국불교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이에 비해 유독 동남아불교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경향을 보이는 것은 큰 아쉬움이다.

동남아 지역 불교에 대한 역사와 사상에 대한 연구를 확대해나갈 이유는 여러 가지다. 무엇보다 세계 불교에 대한 균형 잡힌 안목을 키우기 위해서도 절대 필요하다. 적절한 비유일지는 모르겠으나 자동차의 네 바퀴 가운데 하나가 공기압이 충분하지 않으면 운행에 장애가 생기는 것과 같다.

불교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교수할 때 동남아불교를 중국불교, 인도불교와 함께 하나의 독립된 분야로 정립하지 않으면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우리나라 불교학은 애꾸눈을 면치 못한다. 동남아불교는 불교학 연구의 외연 확대라는 목표를 위해서도 우리의 관심 영역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둘째는 현실적 수요의 충족을 위해서도 시급하다. 최근 들어 한국불교에는 상좌부불교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북방불교 전통과는 다소 상이하지만 상좌부불교는 비교적 부처님의 원형적 가르침을 보전하고 있다는 것이 많은 불자의 생각이다.

학자들이 관념화된 대승불교에만 집착하고 있을 때 일반 불교도는 보다 쉬운 불교를 찾아 우리가 무시해온 소승불교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니까야의 번역, 남방불교 명상센터 수행 체험, 유학승들에 의한 상좌부불교 신앙과 수행 도입 등은 이미 하나의 새로운 경향이 된 지 오래다. 이들에게 동남아 상좌부불교에 대한 이해와 설명은 필수적인 상황이 되고 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면 가중되는 신행상의 혼란을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동남아시아불교 집중 탐구’는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이제는 우리 학자들의 안목으로 동남아불교를 연구하고 이해해보자는 의도로 기획되었다. 마땅한 전공학자도 없는 현실에서 이런 시도는 소기의 성과를 기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우리는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으며 이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수준에서 우리의 동남아불교에 대한 이해와 인식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는 것도 전혀 무의미한 일은 아니다. 이를 바탕으로 이 분야의 연구 또는 이해에 새로운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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