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천하통일④] 모택동과 시진핑의 연결고리는?···법가사상의 ‘패자지도'(覇者之道)

[아시아엔=강철근 국제교류협회 회장, 한류아카데미 원장] 진나라에 들어온 건숙에게 목공이 물었다. “대부 백리해께서 여러 번 선생의 현명함을 말했습니다. 선생은 어떤 말로 저를 깨우쳐 주시겠습니까?”

건숙이 말하기 시작했다.

“섬진은 강한데도 중원 제후들의 반열에 같이 서지 못하는 이유는, 섬진의 위엄과 덕이 그곳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위엄이 없으면 심복시킬 수 없으며, 덕이 없으면 품을 수 없습니다. 심복하게 할 수도 없고 가슴에 안을 수도 없는데 어찌 패업을 이룰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위엄과 덕 중 어느 것부터 먼저 행해야 합니까?”

“덕을 기본으로 삼되 위엄을 뒤따르게 해야 합니다. 덕이 있으나 위엄이 따르지 않는다면 나라는 외부로부터 침략을 당하게 됩니다. 또한 위엄이 있으나 덕이 없으면 나라는 안으로부터 무너집니다.”

“과인이 덕을 쌓고 위엄을 세우고 싶은데 어떤 가르침이 있습니까?”

“섬진은 융, 적의 오랑캐 풍속에 젖어있어 예(禮)와 교(敎)를 낯설어 하여 위엄을 세우려 해도 구분하지 못하고 귀천도 분간하지 못합니다. 먼저 백성들을 교화시키고 형벌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교화가 시행되어 윗사람들을 기꺼이 존경하게 된 백성들에게 은혜를 베풀어 고마움을 스스로 느끼게 한 후에 형벌을 이용하여 다스린다면 백성들은 두려워하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관중이 군제를 창제하여 천하를 호령할 수 있었던 일은 그와 같은 이치를 이해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정녕 선생의 말씀대로 시행하면 천하를 제패할 수 있습니까?”

“아직 충분치 않습니다. 무릇 천하를 제패하고자 하는 자는 세 가지 계율을 지켜야 합니다. 탐하지 말고, 화내지 말며, 조급해 하지 말라! 탐하면 많은 것을 잃고, 화를 내면 곁에 있는 친한 사람들이 떠나고, 조급하게 일을 행하면 빠뜨리게 됩니다. 무릇 일의 대소에 따라 주도면밀하게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탐하지 말고, 이익과 손해를 따져서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화를 겉으로 드러내지 말며, 완급을 참작하여 일을 하기 위해서는 조급하지 않아야 합니다. 군주께서 이 세 가지 계율을 능히 지킬 수 있으신다면 패업을 이룰 수 있습니다.”

목공이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과인이 새로이 얻은 두 노인들은 과연 뭇 백성들의 어른이로다.”

목공이 즉시 건숙과 백리해를 상경(上卿)으로 하였다. 건숙의 아들 백을병도 대부에 봉했다.

이제 진목공은 백리해와 건숙 그리고 대부 공손지 세 사람과 함께 진의 천하통일 위업의 초석을 쌓기 위해 내달리기 시작한다. 그것은 부국강병의 패자지도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것이었다. 앞서 제나라의 관중과 제환공이 행한 법가사상의 재현이었다.

진 목공의 시대는 아직 춘추전국시대 중에서도 그 전반부인 춘추시대의 한복판이었다. 진 목공은 한참 뒤인 손자의 손자의 손자인 진시황 정이 천하통일 하는 기초를 닦아 놨다. 반면에 동시대인들인 오의 합려 왕이나 월의 구천 왕은 천하의 ‘바보들’이다. 나라를 무슨 지아비 복수하는 도구로 쓰다니 말이 되나. 백성들의 삶은 대체 뭔가?

왕이란 자리가 뭔가? 백성들의 삶을 헌신적으로 돌봐야 하는 것 아닌가? 동주시대의 제후들은 자기 멋대로 마구잡이로 왕을 자칭했다. 물론 대부분은 제 환공처럼 그냥 겸손하게 공으로 남았다.

제나라 얘기가 나온 김에 잠깐 들렀다가 간다. 춘추시대 최고의 나라 제나라. 제 환공과 관중 이야기다. 제 환공이 중원의 패자에까지 오른 배경은 관중의 탁월한 정치력과 이를 수렴한 제 환공의 왕도에 있었다. 여기에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봐야할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관중의 정치철학은 유교가 아닌 법가 사상을 기초로 하고 있다. 따라서 그는 매우 유물론적이고 실천적이었다. 결코 관념에 치우치지 않았다.

관중의 저서 <관자>에 수록된 “사람은 곳간이 넉넉할 때 예절을 알고, 의식의 부족함이 없어야 부끄러움을 안다”는 말은 그의 정치이념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그는 정치의 목적이 백성들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위해 법을 융통성 있게 적용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것은 다른 말로 하면 이른바 ‘목민’이다. 백성을 기른다는 개념을 처음 도입한 인물이 바로 관중이다. 정약용의 <목민심서>의 목민도 관중의 사상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의 철학을 나타내는 말은 “물질이 풍부하기가 천하에서 제일이 아니면 정신적으로 천하를 이끌 수 없다”이다. 이는 물질적 기초가 뒷받침이 되어야 사람의 정신, 의식 또한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오늘날 마오쩌뚱 이래로 중국공산당 친구들이 가슴에 아로새기는 교시다. 물론 시진핑의 애창곡이기도 하다. 이렇게 법가적 실천적 정치사상의 바탕에 서있는 중국이 철저하게 유가적 전통 위에 있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자본주의적인 이유다.

중국 천하통일의 사상적 기초가 된 것이 법가사상이다. 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 법가사상으로 무장하여 펼치는 인간들의 장대무비한 꿈의 실현과정을 살펴볼 것이다. 이글을 ‘무한경쟁시대의 인간학’이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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