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천하통일③] ‘오고대부’ 백리해 진 목공 만나 ‘패자지도’ 펼쳐

오고대부 백리해 <사진=바이두>

[아시아엔=강철근 국제교류협회 회장, 한류아카데미 원장] 백리해는 죽고만 싶었다. 더 이상 살아갈 힘도 없었다. 그는 급기야 백희의 시집가는 행렬을 벗어나 무작정 달아나, 초나라 땅의 벽지에서 야인의 소를 기르며 버텼다.

절망 속에서 오직 마소 기르는 일에만 몰두한 그는 바로 소 전문가가 되었다. 어떤 현자가 우마 기르는 일에 탁월하다는 소문은 곧 초나라 궁궐까지 퍼졌다. 초나라 왕이 그를 불러 시험하니, 백리해의 인품과 능력을 알아보고는 그를 왕의 목장에서 소와 말을 기르게 한다.

진목공(秦穆公)은 일행 중에 우나라 대부 백리해가 도주했다는 사실을 알고 의아하여, 대부 공손지(公孫枝)를 불러 백리해에 관해 물으니,

“그는 세상을 경영할 지략을 가슴속에 품고 있으나 단지 아직까지 때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저리된 것입니다.” 하였다. 인재에 목마른 진목공은 공손지에게 당장 그를 부르자 하였다.

“내가 많은 재물을 초나라에 주어 백리해를 달라면, 초왕이 과연 그를 보내줄까?”

“그리하면 안됩니다. 그들은 아직 백리해가 현자라는 사실을 모릅니다.”

“주군께서 많은 재물을 보내 백리해를 달라고 하면, 백리해가 인재인줄 알고 초왕은 그를 우리에게 보내기는커녕 오히려 중용할 겁니다. 백리해를 부를 방도는 오직 그가 몸종으로 도망친 죄를 묻겠다 하면서 약간의 재물을 보내고 대수롭지 않게 대하게 되면, 초나라에서도 별 의심 없이 그를 우리에게 보낼 겁니다. 이것이 제나라의 포숙아가 관중을 노나라에서 탈출시킬 때 사용한 방법입니다.”

목공은 즉시 숫양 가죽 5장과 함께 초왕에게 편지를 썼다.

“천한 몸종 백리해란 자가 그리로 도주했는데, 숫양 가죽 다섯 장을 몸값으로 보내니, 그놈을 우리나라에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드디어 인물과 인물이 만났다. 초에서 데려온 늙은 백리해를 접견한 목공이 물었다.

“지금 나이가 몇 살이요?”

“금년에 70입니다.”

“나이가 너무 많은 듯 싶소.”

“이 백리해로 하여금 맹수 잡는 사냥이나 시킬 거라면 신은 이미 늙었다고 할 수 있겠으나, 만약에 나라의 일을 보게 하실 생각이시라면 저는 아직 젊습니다. 옛날 강태공 여상(呂尙)이 위수(渭水)에서 낚시 하다 주문왕을 만나 주나라 사직을 일으켰을 때가 80살이었습니다. 금일 군주를 만난 신의 나이는 여상과 비교하면 10년이나 더 젊습니다.”

목공이 자세를 바로 하고 물었다.

“우리나라는 중원의 여러 나라들로부터 오랑캐의 나라라고 업신여김을 당해 제후들의 회맹에 초청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찌하면 좋을까요?”

“진나라의 지세는 주나라가 일어난 곳이며, 산의 모습은 마치 개의 이빨 형상을 하고 있고, 벌판은 긴 뱀처럼 구불구불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그 땅을 주나라가 능히 지키지 못해 섬진에 주었습니다. 이것은 섬진을 열게 하려는 하늘의 뜻입니다.”

“아울러 섬진의 서쪽 변경이 융과 적의 오랑캐들과 맞닿아 있는 것은 오히려 유리한 점입니다. 덕으로 백성을 대하고, 힘으로 융적(戎狄)의 나라를 정벌하여 서쪽의 변경지역을 안정시키십시오. 덕과 위엄으로 그들을 이끈다면 패업을 이룰 수 있으며, 모든 제후국들이 존경하게 될 것입니다.”

목공이 감동으로 외쳤다.

“내가 그대를 얻었음은 제환공이 관중을 얻음과 같도다!”

목공이 계속해서 백리해와 며칠을 토론하고 나서, 백리해를 상경(上卿)의 벼슬에 임명하고 섬진국의 모든 정치를 맡기려고 했다. 이때부터 모두가 백리해를 숫양가죽 다섯 장을 주고 데려왔다고 해서 오고대부(五?大夫)라고 불렀다.

이 이야기는 너무도 유명하여 시와 고사로 여럿 남아있다.

그러나 천하의 백리해가 누군가! 그는 사양하면서 말하기를,

“신의 재주는 신의 의형이 되는 건숙에 비해 그 십분의 일도 못 미칩니다. 신이 옛날 벼슬을 구하면서 제나라 땅을 떠돌아다니고 있을 때, 건숙은 현명한 판단으로 여러 차례 나를 구해주었습니다. 그의 현명함은 우리 진나라의 상경이 되고 남을 정도니 부디 그를 쓰도록 하십시오”

아, 백리해의 인품이 이러하였다.

백리해의 천거를 받아들인 목공이 은둔중인 건숙을 모셔오도록 했다. 백리해의 간곡한 요청을 전해들은 건숙이 고민 끝에 탄식하며 승낙한다.

“백리해가 오랫동안 유랑하다가 이제야 다행히 명군을 만났는데 나로 인하여 그 뜻을 못 이룬다면 내가 어찌 참을 수 있겠는가?”

건숙은 의형제 백리해와 진목공을 만나기 위해 두 말없이 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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