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 시인의 뜨락] 청록파 박두진의 ‘해’야 솟아라···해맑은 자연서 희망의 사회로

박두진 시인
[아시아엔=김창수 시인] 박두진은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초기에는 자연을 노래하다가 차츰 사회현실의 긍정적 희망을 갈망하는 시를 썼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을 이끌어낸 촛불민심은 이제 적폐세력과 그들이 자행해 온 과거의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국가건설의 꿈을 향하여 나아가고 있다. 그런데 모처럼 찾아온 새로운 국가 건설의 꿈을 정치 광장에 남아 있는 구세력들(정치와 언론 등)이 자신들의 정치적 기득권을 지키는 방향으로 국민들의 표심을 왜곡하려 하고 있다. 그들은 수구, 보수를 대표할 정치세력을 모으는데 실패하면서 가급적 덜 개혁적이면서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최소한의 피해를 끼칠 대선 판을 그리려 하고 있다.

그러나 해는 다시 떠올라야 한다. 그리고 그 해는 반드시 새로운 해여야 한다. 이제 우리 역사에서는 특정한 인물 중심의 정치적 희망의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 집단지성을 모으고 그것을 정책으로 내오고 실행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과 실행이 필요하다.

일찍이 플라톤은 이상국가에 필요한 세 가지 요소를 말하였다. 지혜자와 그 지혜자를 알아 볼 수 있는 시민, 그리고 그 지혜자의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그것이다. 오늘날 지혜자는 특정한 한 사람이 아니라 시민의 집단지성이고 그것을 알아 볼 수 있는 사람들은 민주적 의사소통 능력을 배양한 시민 집단이다. 그리고 제도적 뒷받침은 인간과 생명을 중시하는 합리적인 시스템의 마련과 작동이다.

박두진은 1946년 아래의 시 ‘해’를 발표하였다. 시에서 그는 떠오르는 해를 말하고 있다. 해방정국에서 그가 해방에 대한 기쁨을 말하였는지 아니면 새로운 국가에 대한 희망을 말하였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어쩌든 그가 말한 해는 지는 해가 아닌 뜨는 해였다.

해가 뜨는 모습은 장엄하고 감동적이다. 해는 사람들과 뭇 생명의 잠을 깨운다. 해는 식민 통치에서, 독재에서, 무지와 폭력에서, 그리고 절망과 고통에서 벗어나 새롭게 펼쳐지는 세계에 대한 꿈을 상징한다.

그 해가 ‘지금 여기’ 2017년 봄, 이글이글 솟구치고 훨훨훨 깃을 치고, “워어이 워어이” 만물을 불러 모으고 있는 현실을 목도하는 체험은 새로운 국가건설의 초석이 될 것이다. 그리고 떠오르는 해를 경험한 역사는 한낮의 작열하는 태양 빛과 캄캄한 밤을 넘어 또 다시 새로운 해로 떠오르는 추동력으로 성장해 갈 것이다.

역사는 ‘씻고’ ‘살라먹는’ 그 정화와 세례의식을 필요로 한다. 그 해는 처음에는 청산으로 시작해 중간에는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그림으로, 종국에는 미움과 갈등까지 살라먹는 해로 승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순서가 뒤바뀌거나 생략되어서는 안 된다.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너머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여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싫여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 앉아

앳되고 고운 날을 누려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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