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저가항공·렌터카로 일본 홋카이도 ‘2박3일’

[아시아엔=이병학 여행칼럼니스트, <한겨레> 선임기자] 저비용항공(LCC·Low Cost Carrier·저가항공)은 기내 서비스 최소화 등으로 비용을 낮춰 기존 대형항공사(FSC·Full Service Carrier)보다 운임을 싸게 운항하는 항공사를 말한다. 대체로 대형항공사 운임의 70% 수준인데, 비수기를 고르고 이때 흔히 제공되는 할인 혜택까지 활용하면, 절반 이하의 운임으로도 외국여행이 가능해진다. 저비용항공과 렌터카를 이용해 일본 북부의 섬 홋카이도를 여행했다. 홋카이도엔 중남부 일본인들도 휴가를 이용해 자주 찾는 관광명소들이 가득하다. 삿포로 신치토세공항에서 출발해 오타루~샤코탄~소운쿄~구시로습원 등의 코스로 드라이브를 즐기며 명소들을 둘러보고 삿포로로 돌아왔다.

◇ 신치토세~오타루

예약한 렌터카를 타고 먼저 들른 곳은 1시간 거리의 오타루다. 동해 쪽으로 뻗은 샤코탄 지역의 가무이곶과 해안 경치를 보러 가는 길이다. 오타루에도 볼거리가 많다. 오타루는 삿포로로 드는 관문 구실을 하던 작은 항구도시다. 19세기 말 무역항으로 전성기를 누리다 쇠퇴해갔으나, 당시의 운하와 운하 주변의 고색창연한 물류창고들을 잘 보전한 덕에 이를 활용한 관광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낡은 석조창고들은 그 모습 그대로 카페나 식당, 대표적 생산물인 유리공예품 전시·판매 공간 등으로 활용돼 여행자의 발길을 붙잡는다. 오타루운하 주변 말고도 유리공예품 전시·판매장인 ‘기타이치 글라스’와 초밥(스시)거리인 ‘스시야토리’ 등을 둘러볼 만하다.

미슐랭 별을 받은 초밥식당으로 많이 알려진 이세스시와 쿠키젠, 마사스시 등은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하는 고급 식당들이다. 이런 곳은 밥값도 만만찮아 부담스럽지만, 회전초밥집 와라쿠처럼 예약이 필요없고 음식값도 비교적 저렴한 곳도 있다. 하지만 이런 곳도 유명세를 타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오타루는 영화 <러브레터>, 만화 <미스터 초밥왕>의 주무대가 된 도시이기도 하다.

◇ 오타루~샤코탄

오타루에서 해안을 따라 1시간40분 정도 서쪽으로 달리면, 해안 바위절벽과 옥빛바다색이 아름다운 샤코탄 해안에 닿는다. 가장 눈부신 경관을 보여주는 곳은 동해를 향해 뾰족하게 뻗어나간 반도 끝의 가무이곶(가무이 미사키) 주변이다. ‘일본 100대 비경’의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언덕길을 걸어올라 120여년 전 세워진 등대를 향해 산 능선을 타고 10여분 걸으면, 해발 80m 높이의 전망대에 이른다. 전망대 앞바다에 펼쳐진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 옥빛과 쪽빛의 은은한 빛깔로 일렁이는 수면에 우뚝 솟은, 이른바 촛대바위와 점점이 이어진 바위 무리, 그리고 절벽 밑으로 펼쳐진 투명한 바다가 눈을 시리게 한다.

가무이곶 절벽과 촛대바위엔 슬픈 전설이 깃들어 있다. 일본 본토에서 쫓겨온 한 장수를 연모하던 여인이 있었는데, 장수가 떠나자 이곳에서 몸을 던져 죽었다고 한다. 여인은 죽은 뒤 촛대바위로 솟아올랐는데, 그 뒤로 이 주변 바다에선 여성이 탄 배가 침몰하는 일이 잦아졌다고 한다. 이 때문에 19세기 중반까지도 ‘곶’ 주변의 여성 출입을 금지했다고 전해온다.

가무이곶 전망대까지 오가면서 만나는 해안 경치도 볼만하고, 패랭이꽃이며 이질풀꽃·싸리꽃 등 길섶에서 만나는 야생화들도 우리나라와 비슷해 정겹다. 샤코탄 해안에선 길쭉하게 선 돌기둥(촛대바위) 등 기암을 곳곳에서 마주치게 되다. 하지만, 이곳 경치는 날씨가 좌우한다. 쾌청한 날이라야 새파란 하늘과 탁 트인 쪽빛 바다 그리고 에메랄드빛으로 찰랑이는 연안 경치를 만날 수 있다.

◇샤코탄~비에이~소운쿄

다시 차를 몰아 홋카이도 내륙의 관광 거점도시 아사히카와를 거쳐 비에이로 향한다. 아사히카와는 홋카이도 제2의 도시로, 내륙의 관광명소 비에이와 후라노, 동쪽의 아바시리와 시레토코 반도, 그리고 북쪽 왓카나이로 향하는 거점 구실을 한다. 색색의 농작물 밭 풍경이 아름다운 비에이와, 여름철 라벤더 등 꽃밭 언덕으로 이름난 후라노도 멀지 않다. 비에이의 전망대에서 만난 구릉지 풍경은, 꽃은 지고 일부 농작물은 수확을 마친데다 날씨마저 흐려 아쉬웠다. 볼만한 폭포도 비에이에 있다. ‘블루리버 다리’에서 부챗살처럼 퍼지는 모습으로 30여m 절벽을 타고 쏟아져내리는 흰수염폭포를 감상할 수 있다.

주상절리 협곡으로 이름난 다이세쓰국립공원의 중심지 마을 소운쿄를 찾아갔다. 이 국립공원은 다이세쓰산(대설산)의 겨울 설경으로 이름 높지만, 산 자락 소운쿄 협곡 물길도 아름답다. 24㎞에 이르는 소운쿄 협곡의 중간쯤에 자리한 소운쿄 마을은 다이세쓰 산행과 구로다케 산행의 중심지인 온천·숙박 마을이다. 원주민 아이누족이 이곳을 ‘신들이 노니는 마당’(카미 민타라)이라 불렀을 정도로 수려한 경치를 자랑한다.

날씨가 흐려져, 삭도(로프웨이)를 타고 올라 시작되는 구로다케 전망대 산행을 포기하고, 거대한 암벽 사이로 쏟아지는 물줄기가 아름다운 긴가폭포(은하폭포·높이 118m)와 류세이폭포(유성폭포·높이 74m)를 찾았다. 바위절벽을 타고 실타래처럼 흘러내리는 긴가폭포는 여성폭포, 수직으로 내리꽂히는 류세이폭포는 남성폭포로 불린다. 주차장 뒷산 나무데크를 따라 15분쯤 걸어 쌍폭대에 오르면, 두 폭포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두 폭포 모두 ‘일본의 폭포 100선’에 이름을 올렸다.

◇소운쿄~구시로 습원

빠듯한 일정상 마슈호·굿샤로호·아칸호 등 물빛·경치가 두루 아름다운 호수들로 이름난 아칸국립공원을 그양 스쳐 지나야 했다. 일본 최대규모 습지이자 대표적인 ‘람사르 습지’(습지 보호를 위한 람사르협약 등록 습지)인 구시로습원으로 향했다. 1929만㎡에 이르는 전체 면적의 70%가 저층 습지로, 1억년 전부터 수천만년 동안 바닷물이 드나들며 형성됐다고 한다. 600여종의 식물, 170여종의 동물, 그리고 1150종의 곤충이 살아가는 때묻지 않은 원시 습지다.

구시로습원 서남쪽 도로변의 온네나이 방문자센터(구시로습원군락지)를 통해 습지 일부를 걸어서 둘러볼 수 있다. 탐방 코스는 1㎞에서부터 2㎞, 3㎞, 10여㎞까지 다양하다. 광대한 습지 전모를 감상하려면, 역시 도로변에 있는 북두전망대(무료)나 구시로습원전망대(1인 570엔)를 찾으면 된다. 구시로습원전망대 전시관에서 구시로습원의 발달 과정과 서식하는 동식물들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동쪽에도 습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호소오카전망대가 있다.

습원에서 해안·내륙 국도를 번갈아 타며 오비히로와 토마무(도마무)를 거쳐 삿포로로 돌아왔다. 아쉬웠던 건 토마무 호시노리조트 뒷산 ‘운카이테라스’에서 감상하는 거대한 구름바다를 볼 수 없었던 것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이른 아침마다 계곡을 타고 넘어 흐르는 운해가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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