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제 남편과 혼인하실래요?”

미국의 베스트셀러 동화작가 에이미 크라우즈 로즌솔과 그의 남편 제이슨 브라이언 로즌솔 <사진=ABC 방송 캡처>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3월 14일 중앙일보는 ‘난소암 투병 중에 NYT에 특별한 칼럼’이란 제목 아래 “남겨질 남편에게 좋은 짝 찾아주고파. 제 남편과 혼인하실래요?”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는 사람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글로 잔잔한 감동을 줬다. 미국의 베스트셀러 동화작가 에이미 크라우즈 로즌솔이 3월13일(현지시간) 5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는 기사였다.

따뜻한 동화책으로 인기를 끌었던 로즌솔이 난소암을 판정받은 건 2015년. 남편과 세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해 투병했지만, 로즌솔은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그는 사랑하는 남편에게 두 번째 배우자를 찾아주기로 마음먹고, 지난 3일 <뉴욕타임스>에 특별한 칼럼을 기고했다. 제목은 “당신은 제 남편과 혼인하고 싶어질지 몰라요.”

그녀는 이 글에서 “나는 지난 26년간 가장 특별한 남자와 혼인 생활을 했다”며 “다음 26년도 그와 함께일 줄 알았고,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내가 지구에서 사람으로 사는 날은 며칠 남지 않았다”고 적었다.

이어 남편이 얼마나 자상하고 따뜻하며 사랑스러운 사람인지 구구절절 써내려간 후 “내가 진정 원하는 건, 좋은 사람이 이 글을 읽고 내 남편을 알게 돼 또 다른 러브스토리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썼다. 수많은 독자들이 이들 부부의 사연에 감동해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로즌솔은 결국 하늘나라로 떠났다.

“제 남편은 여자들이 사랑에 빠지기 쉬운 남자이고, 저도 어느 날 그랬습니다. 제 남편과 혼인해주실래요?” 51살의 미국 동화작가 로즌솔은 2005년부터 30권의 책을 쓰며 작가로 활발한 활동을 했다. 그러던 로즌솔이 2015년 9월 맹장염인 줄 알았던 복통이 느닷없는 난소암 선고로 찾아왔다. “아주 특별한 남자와 혼인해 26년을 함께 살았고, 적어도 26년은 함께 더 살기를 바란 로즌솔이 이제 살날이 얼마 없다는 것을 예감하고 사랑하던 남편의 곁을 떠날 준비를 한 것이다.

“저는 5주째 음식 섭취를 못 하고 있어요. 마약 성분의 모르핀의 영향으로 종종 의식이 불투명해지기도 하고요. 그래도…제가 떠난 뒤 남편 제이슨이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기를 원해 사력을 다해 글을 씁니다.”

로즌솔은 이 글을 밸런타인데이에 썼다. 자신이 바라는 밸런타인데이 선물은 남편과 어울릴 만한 사람이 이 글을 읽고 남편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칼럼 맨 아랫부분은 공백으로 뒀다. 새로운 두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야말로 잔잔한 감동이 밀려오지 않는가? 아마 이런 것이 진정한 부부의 정일 것이다. 멜라니 사프카(Melanie Safka)의 노래 ‘가장 슬픈 일’(The Saddest Thing) 가사를 한번 음미해 보면 어떨까?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안녕이라고 말하는 것이에요/ 내가 알고 지내던 모든 것들이/ 바로 나 자신의 삶이 되었어요/ 하지만, 당신이 안녕이란 말을 하기도 전에/ 좋은 시절은 이별을 고하는군요./ 울어야 하겠지만/ 난 눈물도 흘리지 않고 법석을 떨지도 않겠어요./ 그냥, “그동안 고마웠어요!” 라고 말할 거예요.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안녕이라고 말하는 것이에요/ 그래요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겠어요./ 대신 “그동안 고마웠어요.” 라고 말할 거예요./ 이 세상에서 가장 애절한 울음은/ 사랑하는 사람의 소리 없는 안녕이에요

‘이 세상에서 가장 애절한 울음, 사랑하는 사람의 소리 없는 안녕’이라고 울부짖는 사프카의 애절한 울음소리를 들으며 나 역시 밤잠을 설친다. 430여년 전 진실로 서로 사랑하며 백발이 될 때까지 함께 해로(偕老)하고자 소망했던 ‘조선판 사랑과 영혼’으로 불리던 안동의 이응태 부부의 사랑 이야기가 떠오른다.

<원이 아버지에게>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 나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왔고 또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었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을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 해도 나는 살수 없어요. 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가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주세요. 꿈속에서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써서 넣어 드립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 주세요.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 있다 하고,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시는 거지요?

아무리 한 들 내 마음 같을까요? 이런 슬픈 일이 하늘 아래 또 있겠습니까? 당신은 한갓 그 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주시고 또 말해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주세요.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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