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과 아들 호해’ 2대 독재왕정 멸망시킨 주인공은 머슴출신 ‘진승’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오래전 ‘덕화만발’을 만들 때의 일이다. 나름대로 큰 뜻을 품고 정열을 불사르고 있을 때에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다. 어떤 인사가 시비를 걸어 포탈 ‘다음(daum)’에서 퇴출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세상에 이럴 수가? 그로부터 7년의 세월을 우리 덕화만발 동지들은 똘똘 뭉쳐 오늘의 작은 영광을 그려낼 수 있었다. 옛말에 ‘연작안지 홍곡지지’(燕雀安知 鴻鵠之志)라는 말이 있다. “제비나 참새 따위가 어찌 기러기나 고니의 뜻을 알겠느냐”는 말로 곧 평범한 사람이 영웅의 큰 뜻을 알리가 없다는 뜻이다.

이 말은 <사기>(史記) ‘진섭세가’(陳涉世家)에 나온다. 진(秦)나라는 수백년 지속되었던 전국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기원전 221년에 천하를 통일하였다. 그러나 폭정으로 민심을 잃어 통일 15년 만에 망하게 된다. 그런데 그 진 멸망의 첫 봉화를 올린 이가 양성(陽城)에서 남의 집 고용살이를 하는 진승(陳勝)이라는 사람이다.

진승이 밭에서 일하는 도중에 잠시 지친 몸을 이끌고 쉬는 틈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탄식이 새어 나왔다. “이 놈의 세상, 뭔가 뒤집어 놓아야지. 원, 이래 가지고는 어디 살 수가 있나.” 그러자 주위의 머슴들이 일제히 비웃으며 말했다. “흥, 머슴 주제에 무엇을 하겠다고?” 그러자 진승이 탄식하듯이 말했다. “제비나 참새가 어찌 기러기와 고니의 뜻을 알리오!”

진시황이 죽고 아들 호해(胡亥)가 뒤를 이었지만 포악함과 사치는 아버지 시황제보다 더 심했다. 백성들은 살기가 어려웠지만 불만이 있어 항거하는 자에게는 삼족을 멸한다는 형벌이 두려워 불평조차 할 수 없었다.

그 후에 진승은 오광(吳廣)과 함께 징발되어 만리장성(萬里長城)을 수비하러 떠났다. 일행 9백명과 같이 떠나게 되었는데 대택(大澤)이라는 곳에 와서 큰 비를 만나 꼼짝할 수가 없었다. 도저히 기일 내에 목적지까지 간다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럴 경우에 장성에 도착하면 참형(斬刑)에 해당되었으므로 그럴 바에는 반란을 일으켜 보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마침내 진승과 오광 두 사람은 뜻을 같이하고 인솔자인 징병관을 죽인 다음 군중들을 모아 놓고 말했다.

“어차피 우리는 행군이 늦었으므로 우리가 목적지에 도착해도 죽게 된다. 설사 죽음을 당하지 않더라도 수비병들은 열에 육칠 명은 죽는다. 이왕 죽을 바에는 사내대장부답게 이름이나 날리자. 왕후장상(王候將相)이? 어디 씨가 있다더냐?” 이 말을 듣고 모두 와! 하고 호응해왔다.

두 사람은 파죽지세로 주위를 공격하여 함락시키자 수많은 백성들이 가세해 왔다. 마침내 진승은 나라 이름을 ‘장초(長楚)’라 하고 스스로 왕위에 올랐다. 이것이 세계 최초의 농민봉기다. 후에 사마천은 진승의 이 같은 업적을 높이 사 <사기>에서 진승을 제후의 반열에 올려 기록함으로써 농민의 저항권을 인정했다.

이때부터 연작은 소인배나 하찮은 사람, 홍곡은 군자나 큰 뜻을 품은 사람을 가리킬 때 쓰이는 말이 된 것이다. 그렇다. 제비나 참새가 어찌 큰 기러기나 백조의 뜻을 알 수 있겠는가? 무릇 사람들이 크게 실수하는 것 중 하나가 성급함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으로 전부를 판단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어떤 화가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어찌 밑그림만 보고 잘 그리고 못 그렸는지를 판단할 수 있단 말인가? 그가 뛰어난 화가인지 아닌지는 완성된 그림을 봐야 알 수 있다. 무엇이든 조급함은 화를 불러온다. 소인배들은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여 말하고 행동한다. 그러나 대인은 큰 뜻에 따라 나아간다. 그 어떤 자가 진정 큰 인물인지, 아니면 대인을 가장한 범인(凡人)인지를 판가름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2002년 월드컵 때, 거스 히딩크 감독이 처음 국가대표 축구팀을 맡았다. 그 때, 많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그를 비난하고 조롱했다. 평가전에서 5:0으로 지자 ‘오대영’이라는 별명까지 붙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나 그는 뛰어난 능력으로 한일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팀을 4강까지 이끌었다. 지금 그를 욕했던 사람들은 대체 뭐라 말할까?

가끔은 눈앞에 보이는 것이 말이 안 되는 것같이 보이더라도 자중하며 지켜보는 것이 나을 때도 있다. 어떤 큰일을 앞둔 상태에서 가장 두려워해야 할 일은 바로 ‘내분’이다. 내분이 일어나면 어떤 전투에도 승리할 수 없다. 내분은 각자의 이해관계 때문에 발생한다. 판세가 불리해도 굳은 결의로 일심합력 해 나가면 판을 뒤엎을 수도 있다.

이제는 우리 덕화만발을 아무도 폄훼하거나 시비하지 못한다. 또 초창기에 우리들에게 시비를 걸었던 분을 원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분에게 감사를 드린다. 그분이 건 시비가 오히려 우리를 분발시켰고, 우리를 발전시킨 원동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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