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등장 이후 인도 경제 전망···’세계화’와 ‘민족주의’의 불안한 동거?

[아시아엔=닐리마 마투 <아시아엔> 인도 특파원] 트럼프의 등장에 전 세계가 놀란 모양이다. 사람들은 점점 바깥에 등을 돌리고 안으로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다.

민족주의로 가는 첫번째 단계다. ‘문명의 충돌’이 화난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세계시민’이라거나 ‘지구촌’이라는 개념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시점에 와있다.

세계가 무역에 대문을 열면서 세계무역기구(WTO), 다국적 기업(TNC), 외국인 직접투자(FDI) 등이 세계무대의 중심을 차지했다. 그들이 각국의 방향과 정책을 결정하기 시작했고 음식, 패션, 문화의 ‘유행’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그 다음 단계는 영어가 통신수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터넷시대가 찾아왔다. 눈 깜짝할 사이에 세계는 물리적인 현실에서 가상의 세계로 변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공동체와 뜻이 맞는 사람을 국경과 관계없이 찾을 수 있었다.

이러한 공간에서 모든 상황과 기분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부호는 ‘서양’의 그것에서 흘러나와 하나의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맥락에서 사람과 사회의 무의식적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다국적 기업과 인터넷이 가져온 포괄적 정체성은 각기 문화가 지닌 지역적 특색과 거리가 멀다. 그가 어디에 살든 모두 패스트푸드 체인점처럼 똑같은 방식으로 살아가고, 똑같은 물건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람은 이렇게 부여된 정체성과 현실간의 불일치를 느끼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그들에게 익숙한 편안함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익숙하고 편안한 것은 나라마다 다르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것의 민족주의로의 변질은 바삐 따라온다. 처음에는 단순히 국산품을 애용하자는 운동에서 시작하여 이민정책, 국경정책으로 퍼져나가 어떤 경우에는 한 나라의 외교마저 좌우하게 된다.

보이지 않는 파도가 전 세계에서 몰려오고 있다. 느리지만 꾸준히 새로운 시대에 대한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자유주의, 좌파사상, 마르크스주의 등이 모두 재조명받고 있다. 자유주의는 엘리트들의 사상으로 취급되기 시작했고 ‘신사상’에 대한 논의, 자유주의에 대한 반성과 재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탐색은 세계화의 최대 위기가 되었다. 많은 사람이 편안하고 익숙한, 문화적으로 가까운 방향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자국의 장점과 정체성을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리고 강한 민족주의적 색채가 뒤따르는 것 역시 그렇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나 브렉시트를 논하는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진정한 위기는 인터넷이 연 새로운 시대에도 불구하고 각국이 시선을 내부로 돌리는 것이다. 인류는 공동선을 추구할 것인가, 아니면 자국의 위대성 발맞춰 열광할 것인가?

이 선택은 ‘지속가능한 발전’ 등 지구적 합목적성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가?

트럼프는 미국인들이 미국에 주재하는 외국기업들에 취직하기를 바란다. 그와 동시에 트럼프 정부는 의회에 3개의 법안을 상정했다. 이 중 하나는 H1B 비자와 관련된 법안이다. 미국이 발행하는 H1B 비자의 70%가 인도 노동자에게 발행된다고 한다.

인도의 해외위탁 엔지니어링, 기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총 650억 달러 규모에 이른다. 미국인 중 이러한 노동을 할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기존 추첨제 H1B 비자 발급 방식을 버리고 기존의 2배 이상 월급을 주는 기업들에 H1B 비자를 우선 발급하려고 한다. 이는 인도 기업들에는 극약이 될 것이다.

에스토니아에는 언어와 관련된 문제가 있다. 소련의 점령은 에스토니아의 단일성을 흔들었고, 소련 붕괴 이후 에스토니아는 러시아어의 영향과 사회정치적 계층 갈등으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정부는 에스토니아어를 유지하고 발전시킬 공식 책임을 지고 있다.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인도 경제개발의 주 자금원이다. 2015년 인도는 미국과 중국을 제치고 FDI 최대유치국이 되었다. ‘메이드 인 인디아’ 우대정책이 산업 각계에 FDI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그와 동시에 ‘판탄잘리 아유르베다’(PAL) 등의 기업이 소비재시장에서 다국적 기업에 타격을 주고 있다.

10년도 안 돼서 PAL은 다른 기업이 수십년 걸려 이룬 매출액을 따라잡았다. PAL의 마케팅전략은 ‘아유르베다’(삶과 학문이라는 뜻을 지닌 고대인도 의학 및 사상)와 저렴하지만 인도적인 이미지를 강조하여 비스킷, 콘플레이크, 식용유 등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민족주의적 선택을 유도했다.

인도는 전국 어디나 중국산 물건이 넘쳐난다. 작은 장난감부터 거대한 가전제품까지 모든 것이 중국에서 생산되는 것들이다. 작년 디왈리(인도의 겨울철 전통축제)에서는 장식품, 전구, 인형, 폭죽 등 중국산 제품을 사지 말자는 운동이 크게 전개되었다. “메이드 인 인디아를 애용합시다”라는 문구는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었다.

최근 화폐개혁의 폭풍우가 휩쓸고 지나간 뒤 자리잡고 있는 ‘현금 없는 경제’에서 이번에는 인도산 앱을 쓰자는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외국 신용카드와 금융결제 서비스를 사용하면 국부가 유출된다는 이유에서다. 하룻밤 만에 수많은 은행과 회사들이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경제에 흡수되었다. 사람들 역시 이에 지갑을 열고 있다.

세계각국은 지금 고용, 무역, 생산, 문화, 경제 등 사회 전반적으로 시선을 내부로 돌리고 있다. 브렉시트가 우리에게 주는 큰 교훈은 세계화와 자유주의는 앞으로 여러 위기를 거쳐야 하고 새로운 세계관과 스토리를 만들어 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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