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격호 회장 ‘한정 후견’ 판정 가져온 ‘치매’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성년후견인 감정을 위해 서울대학교병원에 입원하기 위해 16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을 나서고 있다. 2016.05.16. stoweon@newsis.com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신격호 총괄회장이 2010년부터 여러 차례 기억력 장애 등을 호소해 왔고 그 무렵부터 아리셉트나 에이페질 등과 같은 치매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한 점 등이 인정된다. 신 총괄회장이 법원 심문 과정에서 인식 능력이 떨어지거나 상실된 것으로 보이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또 현재 신 총괄회장 자녀들 사이에서 신상 보호 및 재산 관리를 둘러싸고 극심한 갈등이 계속되고 있어서 어느 한쪽에 후견인을 맡긴다면 분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전문가를 후견인으로 선정했다.”

서울가정법원 김성우 판사는 지난 8월31일 신격호 총괄회장이 정신건강 문제로 후견인(법정대리인)이 필요하다는 ‘한정 후견’ 판정을 내렸다. 후견인으로 사단법인 ‘선’이 선임됐다.

신 총괄회장 측이 법원 결정에 불복해 항고하겠다고 밝혀 아직 상급 법원의 판단이 남아있으나 법원 결정이 최종 확정되면 신 총괄회장은 본인 스스로 법률적 의사 결정을 할 수 없게 된다.

이 사건은 2015년 12월 신격호 총괄회장의 여동생 신정숙씨가 신 회장에 대한 ‘성년 후견 개시’를 법원에 신청하면서 불거졌다. 서울가정법원 김성우 판사는 신 총괄회장의 진료기록 등을 검토한 끝에 ‘성년 후견’ 대신 ‘한정 후견’ 결정을 내렸다. 한정 후견은 법원이 정해주는 범위 안에서 신 총괄회장을 대신해 사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사무의 범위는 △부동산 처분 △재산 관리 △소송 진행 등이다.

1948년 일본에서 롯데를 설립한 후 2006년 ‘포브스’지에 의해 45억 달러의 재산규모로 세계 136위에 랭크됐던 신격호 회장을 ‘한정 후견’ 상태에까지 이르게 한 치매(알츠하이며)가 새삼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에 인간의 행동과 감각을 총괄하는 ‘대뇌지도’가 완성되어 ‘치매’ 등 연구에 획기적인 길이 열렸다. 대뇌의 겉 부분인 ‘대뇌피질’에서 인간의 행동·감각·의사결정 등이 이뤄지며, 알츠하이머(치매)·파킨슨병·뇌졸중 등 뇌와 관련된 질병은 대부분 대뇌피질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뇌 지도가 중요한 연구 도구가 된다. 현재까지 과학자들은 대뇌피질의 아래쪽 영역은 청각과 관련돼 있고, 앞쪽 영역은 시각과 관련이 있다는 식으로만 파악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워싱턴대와 영국 옥스퍼드대 등이 참여한 국제공동 연구진은 자기공명영상(MRI)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210명의 대뇌피질을 살펴 기능지도를 만들고, 담당하는 기능별로 180개의 영역을 구분해 내는 데 성공했다. ‘fMRI’는 사람이 자극을 받을 때 뇌의 어떤 부분이 활성화되는지를 보여주는 장비다. 연구팀은 이번 뇌 지도가 대뇌피질 기능의 97% 가량을 파악한 것으로 추정했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 원인의 약 70%를 차지하는 퇴행성 뇌질환으로 1907년 독일의 정신과의사인 알로이스 알츠하이머 박사에 의해 최초로 보고되었다. 이 환자는 초기에는 주로 최근 일에 대한 기억력에서 문제를 보이다가 진행하면서 언어기능이나 판단력 등 다른 여러 인지기능의 이상을 동반하게 되다가 결국에는 모든 일상생활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알츠하이머병은 ‘Four A’로 이야기되는 증상들, 즉 Amnesia(기억상실증), Agnosia(실인증), Apraxia(실행증), Aphasia(실어증) 등이 주로 나타나 서서히 지속적으로 진행한다. 그 밖에 우울증, 초조감, 난폭, 저속한 언어와 성적 행위 등이 행동장애로 나타난다. 치매 말기에는 간질발작, 무동증, 무언증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환자가 움직이기 힘들어지면서 감염 등의 합병증으로 사망하게 된다.

‘기억상실증’은 처음에는 주로 최근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나 나중에는 옛날 일도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실인증’(失認症)은 주위 사람들이나 물건들의 용도를 인지하는 기능의 장애로 열쇠를 어디에 사용하는지 모르는 등의 증상이다. ‘실행증’(失行症)은 운동신경 장애로 근육이 마비되거나 허약하지 않은 데도 운동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다. 손의 힘이나 감각이 정상인데 수저질이 부실한 경우다. ‘실어증’(失語症)은 친숙한 물건 즉 옷이나 신체의 일부분에 대한 이름을 잘 대지 못한다.

알츠하이머병의 주 원인물질은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로 밝혀져 있다. 베타아밀로이드는 알츠하이머가 발병하기 20년 전부터 뇌에 쌓이기 시작하는 독성 단백질이다. 베타아밀로이드가 신경세포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타우를 변성시키면 신경세포가 위축되고 기억과 학습에 문제가 생긴다. 두 단백질 간의 연결고리에서 가장 정확하고 효율적인 타깃을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다.

20년 전만 해도 알츠하이머병 연구는 전세계적으로 시작단계에 불과했으나, 최근 각국이 대규모 뇌 연구사업에 돌입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알츠하이머병 연구 권위자로 서울대 의대 생화학교실 묵인희 교수를 꼽는다. 미국 애리조나대에서 신경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박사후과정부터 알츠하이머병 연구를 시작하여 20여년간 알츠하이머병 진단과 치료법을 실용화하는데 매진해왔다.

묵인희 교수는 베타아밀로이드의 생성을 조절하는 물질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또한 혈액을 통해 체내의 베타아밀로이드를 감지하는 치매 조기 진단법도 고안했다. 묵 교수는 치매 신약 후보물질 기술을 개발해 다국적 제약기업에 이전한 적도 있다. 현재 전세계에서 임상 최종 단계에 접어든 신약만 스무개 정도이며, 증상을 지연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하는 약물이다.

일본은 운전면허 적성검사과 함께 ‘치매’ 여부를 필수적으로 확인하며, “운전하는 데 건강상 문제가 없다”고 의사가 보증을 해야만 면허를 갱신해 준다. 75세 이상은 기억력과 판단력 등 인지 기능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현재 229만4000여명 수준인 국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는 2020년에는 약 417만5000여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고령자의 운전면허 갱신 때 의사 소견서가 필수적으로 따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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