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보호구역 르포①] 힐러리도 트럼프도 외면한 땅···’스탠딩 록’ 아메리카 원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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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페이스북에서 현재 위치를 ‘스탠딩 록’(Standing Rock)에 태그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노스다코타와 사우스다코타, 아이오와와 일리노이 등 미국 4개 주를 가로지르는 다코타 액세스 대형송유관 건설 반대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CNN과 페이스북 등에 따르면 지난달말까지 스탠딩 록에 체크인한 사람은 60만명을 넘어섰다. 스탠딩 록은 노스다코타주와 사우스다코타주의 경계에 있는 바위로 원주민 인디언 슈족의 성지이자 인디언 보호구역이다.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우리 미국을 기만하고 물질적인 이익 때문에 우리의 자유를 빼앗는 기업을 규탄한다”는 메시지를 공유하며 시위세력과의 연대의지를 밝히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1200마일(약 1931㎞)에 달하는 다코타 송유관이 스탠딩 록 구역을 지나는데다 인근의 각종 문화유적을 파괴하고 환경오염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보고 장기간 거센 항의시위를 벌여왔다.?<아시아엔>은 한국은 물론 아시아 언론 최초로 윤석희 미국특파원을 3일 현지에 파견해 이 일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생생한 상황을 국내외에 전할 예정이다. <편집자>

[아시아엔=사우스다코타/윤석희 <아시아엔> 미국특파원] 여기 시각 3일 목요일,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스탠딩록 인디언보호구역에는 20개 종교와 분파를 대표하는 400명 이상의 성직자들이 모였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다코타송유관(DAPL) 반대운동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이들 성직자들은 “이곳에 대한 미국의 점령은 당시 성직자들이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말살하고 역사를 삭제할 것을 장려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인정했다. 그들은 원주민들과 연대하여 “미국은 콜럼버스가 발견한 ‘주인 없는 대륙’이며 백인들이 소유권을 갖는다는 ‘발견의 독트린’을 부정한다”며 이에 대해 사과했다.

기자는 수요일(3일) 새벽(현지시간)에 캠프에 도착했다. 캠프의 새벽은 모닥불 냄새와 나무 타는 연기로 가득하다. 영하의 날씨에 반쯤 얼어 있는 ‘물 수호자’(수원지를 보호하려 모인 시위대 명칭)들은 캠프 중심에 있는 모닥불 성소로 모여들어 커피와 차를 마시며 몸을 녹인다. 캠프 참여자는 매일 변한다. 언론의 관심이 많거나 주말이 되면 급증한다.

캠프는 혼란스러운 겉보기와는 달리 특유의 리듬과 논리를 가지고 움직인다. 부족의 ‘어르신들’이 가진 권위를 제외한 위계질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땔감 준비에서 교통 정리까지 모든 과정은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아침 6시에 기상을 알리는 방송이 있지만 무시해도 무방하다. 많은 가족과 아이들은 캠프의 시위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다.

캠프는 수영하는 아이들, 모닥불 주변에 모여 앉은 가족들, 말 타기, SUV 등으로 가득차 있다. 한편으로는 여유로운 캠프장 같기도 하고 또다른 한편으로는 전쟁터 같기도 하다. 크고 작은 다양한 디자인의 티피, 군용텐트, 천막, 나무판, 플라스틱통이 풍경을 뒤덮고 있다.

그러나 규칙은 존재한다. 캠프 내 총기 소지, 마약 복용, 음주 등의 행위가 적발되면 퇴소 처분된다. 또 성차별, 인종차별, 폭력행위 등은 금지된다. 그리고 이곳에선 어르신에 대한 존중과 원주민 전통, 기도 의식 등을 지켜야 한다. 시위대 일선에서 체포되는 위험을 감수하는 ‘물 수호자’들은 특별훈련을 거쳐야 한다. 원주민들은 흥분한 시위대가 경찰로 하여금 훨씬 더 강압적인 방식으로 진압할 수 있는 이유를 제공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아시아엔>은 DAPL 반대시위를 현장에서 1주일간 보도할 예정이다. 캠프 이야기와 시위 장면을 통해 독자들이 미쳐 챙기지 못한 미국의 속살을 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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