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N 특강①] ‘에코 휴머니스트’ 최재천 교수의 국립생태원 스토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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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천에 위치한 국립생태원 최재천 원장

매거진N 초청으로 이 자리에서 귀한 분들 만나 반갑다. 제가 원장을 맡고 있는 국립생태원에 대해 말씀드리며 생태와 환경의 중요성에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생태원 초기 주민들 반발이 심했다. 강 건너 군산과 달리 생태원이 있는 서천은 마치 북녘땅 같았다. 개발도 상권형성도 안 돼 있었다. 공장이 들어서고 산업단지가 개발되는데는 환호하지만 생태원이 생긴다니 마뜩하지 않아했다.

생태원 핵심가치 ‘생명사랑·다양성·창발·멋’

가수 조미미씨가 ‘바다가 육지라면’이란 노래를 불렀는데, 갯벌을 간척해서 벼농사를 지어도 쌀값이 싸서 수익이 없다. 그것보다 갯벌을 그대로 유지하며 생태계를 보존하면서 바지락이나 꼬막을 캐는 게 경제적 이득도 낫다. 국립생태원이 제시하는 새로운 실험이 바로 그런 것이다. 실제로 생태원은 2013년 말 개원 이후 2년째 매년 100만명씩 다녀가 경제효과도 높다. 주말에는 강 건너 군산쪽도 길이 막힐 정도로 1만명 이상이 오신다. 서천에 음식점만 250개가 새로 생겼다.

원장으로 부임해 누가 봐도 생태원이다 하는 핵심가치를 만들려고 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생명사랑·다양성·창발·멋’ 네가지다. 먼저 생명사랑은 생명과 종을 사랑하고 이를 맘 속 깊이 새기기 위해서다. 바이오필리아(Biophilia)다. 디즈니만화에 나오는 아기 사슴처럼 동물은 아기를 보면 선천적으로 사랑할 수밖에 없다. 바로 그런 거다.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이야기를 따서 ‘두 동굴 이야기’를 만들었다. 수렵·채집생활 시대에 한쪽은 생명사랑과 환경유지에 힘쓰고 다른 한쪽은 무자비하게 채집하는 두 동굴에 사는 가족이 있었다. 이 가운데 생명을 사랑하는 동굴은 환경을 유지하려다가 종족유지가 되지 않아 씨가 마르고 다른 동굴은 환경을 생각 안 하고 살다가 환경이 나빠지니 자꾸 다른 동굴로 이사를 다닌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옮겨갈 동굴이 없다. 지금 지구가 그렇다. 인류가 더 옮겨갈 장소가 없다. 생태계와 환경이 더 망가지면 74억 인류가 갈 곳이 더 없다. 갈 곳이 없어서 이곳을 버릴 것이냐 환경을 개선하고 보전할 것인가? 그런데 인간은 본능적으로 파괴만 할 줄 알지 보전과 사랑의 유전자가 없다. 만물의 영장이 된 이유는 바로 자연을 가장 잘 착취하고, 이용했기 때문이다. 인류는 파괴 본능의 이기적인 동물이다. 그러니 우리가 본능적으로 할 수 없는 것 즉 자연을 보호하는 것은 철저하게 배우고 익혀서 활용해야 한다.

‘두가지 동굴이야기’가 던지는 화두

국립생태원의 핵심가치 두 번째는 다양성(Diversity)이다.?저는 생태학을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 준 정부에 감사한다. 생태학은 생물의 살아가는 모습, 다양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내가 곤충이라고 가정해보자. 좋아하는 식물을 다 먹고 또 더 먹기 위해서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바나나 농장 아니 바나나 공장을 보자. 1차 농약 살포 후 살아남은 강한 유전자를 가진 벌레를 죽이기 위해 2차 살충제를 뿌린다. 그러면 더 강한 유전자의 곤충이 살아남는다. 그때 독성이 더 강한 살충제가 만들어 지고 결국 더 강한 내성을 가진 곤충들은 계속 살아남는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강물이 오염되어 물고기가 떠오르고 인간에게 질병이 찾아온다. 사람이 독성 살충제를 먹으며 인간을 죽이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다양성은 정말 중요하다. 생태원 원장이 되어보니 다양성보다는 지시와 명령을 하면 일사천리로 움직이는 획일화가 편하긴 하다. 하지만 다양성이 없으면 창의적인 결과물이 절대 나올 수 없다. 캐나다 수상 취임식 사진에 보면, 내각에 여성이 절반, 인종도 제각각이다. 장애인도 있고 터번을 두른 이들도 있다. 다양성이 공생하면서 아름다운 감동을 준다.

생태원의 핵심가치 세 번째는 창발(Emergence)이다. 영어로 이머전스는 아랫 단계에서 모인 것들이 윗 단계로 올라갈 때 그 이전 단계에서 상상치 못한 역할을 수행하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말한다. 물리나 화학에서 1+1은 반드시 2여야만 하지만 생물학에선 1+1은 대부분 2보다 크게 나타난다. 세포와 세포가 만나면서 새로운 조직과 기관이 생기고 기능하게 된다. 세포 하나하나 80조개가 모여 각양각색의 사람이 된다. 심장세포 하나를 떼어냈을 때 아무 기능을 못 하지만, 심장세포가 모이면 박동이 생겨난다. 통섭이란 말처럼 지금은 어느 한사람이 혼자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가 아니다. 경계를 허물고 넘나들면 새로운 해결책을 만들어낼 수 있다.

2016-09-01 15;17;45

국내 최대 규모의 생태 전시관인 국립생태원의 모습 (사진출처=국립생태원 홈페이지)

매년 100만 입장객 돌파···‘가장 멋진 직장’

저희 생태원의 네 번째 핵심가치는 멋이다. 국립생태원 직원들은 멋진 곳으로 매일 출근한다. 평생에 한번 가볼까말까 하는 곳에 출근하는 것이다. 거기서 멋진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여기에 해마다 100만명이 다녀가신다. 일본의 전시사업 중 연간 100만명을 채우는 곳은 전국에서 3군데뿐이라고 한다. 충남 서천에 1만명이 몰리면서 교통대란을 겪고 있다. 마을 주민 태도도 바뀌었다. 단순히 자연과 생태를 연구하는 게 아니라 지역주민에게 수익을 가져다주는 것을 알게 된 거다. 맹목적인 개발로 환경을 파괴하는 대신 자연과 생태를 보전·연구하면서 수익을 내니 마음이 열렸다. 현재 개장 초기에 누린다는 ‘개장빨’이 끝나가 조금씩 내방객이 줄고 있지만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개미세계탐험전이라고 열대 개미와 잎꾼개미와 베짜기개미 등 진귀한 개미전시회를 열고 있다. 잎꾼개미는 잎을 잘라서 모아 개미집으로 가져와 타액으로 발효를 시켜서 버섯농사를 지어 먹는 희귀한 개미다. 인류가 20만년 역사에서 농사를 지은 것이 1만년밖에 안됐는데 흰개미와 잎꾼개미는 6500만년 됐다. 이 잎꾼개미를 베네수엘라에서 수입해 영국서 적응훈련 시켜 생태원에 들여와 기르고 있다. 우리 생태원은 잎꾼개미가 잎을 잘라 이동해 버섯재배하는 곳까지 10m 길이로 만들어 관람객들이 좀더 쉽게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베짜기개미라고 개미학술지 표지모델로도 자주 등장하는 잘록한 허리에 초록색 몸을 갖고 있는 게 있다. 이건 호주에서 공수해 왔는데, 호주정부가 전시목적으로 허가 내준 최초 사례라고 한다. 베짜기개미는 다른 개미의 허리를 물어 개미 체인을 만든 뒤 마치 모시나 베를 짜듯 잎을 연결하여 방을 만든다. 이렇게 만든 수백개의 방에 애벌레를 보관하고 그중 한 곳에 여왕개미가 있다. 그런데 아무리 관찰해도 작업반장 개미가 없다. 각자 알아서 협업을 통해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생태문화를 후손들에게”

그러면 생태원의 미션은 뭔가? 그것은 “세계적인 생태학 연구를 바탕으로 자연환경의 보전과 생태문화 확산을 도모하여 지속가능한 미래 구현에 기여하는” 데 있다. 아직까지 인류문화는 개발의 문화다. 그런데 더 이상 옮겨갈 곳이 없는 상황에서 계속 개발을 하면 인류는 자멸한다. 현재의 것을 바꿈으로써 경제 이득을 주는 게 당연시되고 있다. 경제 이득이 실제로 있을지 확인도 안 된 상태에서 무분별한 개발을 추진해오고 있다. 생태문화는 이같은 개발문화의 반대개념이다. 개발론자는 당연시되고 ‘있는 그대로’를 바꾸려는 사람이 설득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하지 말라는 사람들이 농성하며 말리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우리는 지속가능한 개발을 생각해왔다. 지속가능한 것, 즉 서스테이너블은 개발을 지속하자는 게 아니라 우리가 자연으로부터 누린 혜택을 후손들도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게 해주자는 것이다. 후손들에게도 그런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국립생태원의 연구에는 생물다양성과 기후변화에 관한 것이 있다. 저는 유엔 산하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 Intergovernmental Platform on Biodiversity and Ecosystem Services) 의장을 맡고 있다. 환경부장관이 아닌 생태학자로서 맡는 건 처음이라고 한다. 개인적인 영광이라기보다는 설립 1년 남짓된 국립생태원이 유엔기구의 의장 기관이 된 게 자랑인 거다. 150년 된 헝가리의 연구소 사람이 그 얘기를 듣고 입을 삐죽거리더라. 저는 IPBES에서 ‘미스터 얼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동안 회의가 길기만 하고 비효율적인 채 환경과 관계 없는 이야기로 밤새우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발언시간을 3분에서 2분으로 줄이고 주제와 무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도록 권고했더니 회의가 일찍 끝나 모두들 좋아하더라.

여기서 Eco-service(생태계서비스)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생태계서비스에는 4가지가 있다. 첫째 생태계에서 식량 과 땔감 등을 얻는 것(Provisioning), 둘째 물과 기후 등을 조절하는 기능(Regulating), 셋째 생태계 서식처들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어야 하는 것과 마지막으로 문화적인 서비스로 생태관광뿐 아니라 자연생태를 누리면서 그로부터 얻는 심리적인 부분이 있다. 이 네가지 요소를 골고루 잘 유지해 나가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이들 요소 중 어느 한 요소라도 부족할 경우 인류의 삶이 어려워지게 된다. 오늘 강연의 주제가 “아낌없이 주는 나무”인데, 자연은 우리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이제 자연은 주고 싶은데 줄 수 없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줄 만한 능력을 자꾸 상실해가는 상황이다. 이제는 인류가 자연생태계를 도와주어야 할 입장이 된 거다.

제주 앞바다 넘실대는 제2, 제3의 ‘제돌이’의 꿈

제인 구달 박사와 3년 전 생명다양성재단을 만들었는데 설립하자마자 일할 기회가 생겼다. 불법으로 조업해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 쇼를 하던 제돌이를 야생으로 방생하는 프로젝트를 맡은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권한으로 정책이 되고 예산이 잡혀 제가 시민위원회 위원장이 되어 훈련과정을 거쳐서 바다에 돌려준 것이다. 제가 제일 잘한 일이고 가장 보람있던 일이다. 하루에 1백km를 달려야 하는데 수족관 생활을 하니 사냥능력을 상실하고 근육이 퇴화해 있었다. 바다에 나가 철저하고 과학적으로 훈련시켜 1년5개월만에 방생했다. 등지느러미에 숫자 1번을 새겼다. 돌고래는 등지느러미가 다 다르기 때문에 식별할 수 있으나 식별을 쉽게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낙인이 아닌 탈색으로 그렇게 새긴 것이다. 물론 탈색도 동물학대다. 그렇지만 정확한 식별을 위해 110마리 모두에 숫자를 넣어 현장에서 식별이 가능하게 했다.제주도 돌고래 관광 하는 분들이 70~80m 거리에서도 1번 달고 점프하는 제돌이를 보며 환호한다. 만세를 부르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관광상품이 된 것이다. 과거 돌고래가 그물에 걸리면 불이익 당할까봐 신고 안하던 제주 분들이 요즘 자진신고를 하면서 개체보호가 잘 돼가고 있다. 암컷 삼팔이와 같이 나간 춘삼이도 새끼를 낳았다. 방생해서 개체를 번식한 최초 케이스다. 그동안 방생을 하면 중바다로 나가버리는 해외케이스에 비해 제주도에서는 돌고래가 중바다로 나가지 않고 제주도만 뱅뱅 돈다. 제주 올레길 어느 곳에서나 돌고래를 구경할 수 있다. 돌고래 방생 때 반대도 있었다. 사람도 복지제도가 제대로 안 되는데 무슨 동물한테 복지냐? 보호 잘 받고 있는데 왜 내보내느냐? 왜 돌고래만 내보내느냐 등등. 하지만 이제 전국의 어느 동물원에도 돌고래쇼는 없어지고 푸른 바다를 맘껏 헤엄치는 모습이 펼쳐지고 있다.

이제 DMZ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세계평화공원(월드 피스파크)을 처음 제안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독일 방문때 디엠지를 세계평화공원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런데 정부나 지자체는 피스파크가 아니라 메모리얼파크로 돈벌이 경쟁을 하려는 것 같았다. 그래서 대통령께 건의해 피스파크 앞에 ‘에코’를 넣어달라 했다. 그 후 대통령께서 2014년 5월 유엔총회에서 3번 분명한 어조로 ‘월드 에코피스파크’라고 하더라. 발표 후 디엠지 공원을 환경부가 통일부와 함께 맡게 됐다. 환경적으로 보호하게 될 계기가 된 것이다.

디엠지는 더 이상 대한민국만의 땅이 아니다. 디엠지는 인류의 것이다. 만일 아프리카의 탄자니아 정부가 세렝게티를 밀어내고 아파트 단지를 조성한다고 하면 세계인들이 어떻게 반응하겠는가? “너희 나라 일이니 너희가 알아서 하라”고 할까? 그런다면 탄자니아 정부는 지탄을 받고 세계적으로 모금운동이 일어나 세렝게티를 사려고 들지도 모른다. 열대에 세렝게티가 있다면 온대의 세렝게티는 바로 한국의 디엠지다. 만일 통일한국이 디엠지를 못 살려내면 세계인의 지탄을 받을 것이다. 디엠지는 반드시 살려내야 한다.

‘공생인’ 호모 심비우스는 머지 않은 현실

21세기에는 생태적 전환밖에 길이 없다. 우리의 존재자체가 없어진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동굴을 어떻게 살려 낼 것인가? 생물학자들이 하는 내기가 있다. 인류가 살아온 기간이 20만년이니 앞으로 20만년을 버틸 것인가? 택도 없다. 100년 안에 끝장날 수도 있다. 급속도로 악화되는 생태환경 탓이다. 인류가 죽고 나면 다른 동물들이 축제를 열 것이다. 이제 ‘호모 사피엔스’ 즉 머리는 좋지만 헛똑똑이들이 사라졌다고 말이다. 이제 현명한 인간이란 뜻의 호모 사피엔스를 집어던지자. 그 대신 호모 심비우스로 살아가자. 다른 생명체와 공존·공생하는 ‘공생인’ 호모 심비우스로! 정리 박세준 기자최재천원장님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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