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성의 커피종교학] ‘커피와 종교’ 공통점 알려면 예멘 ‘모카커피’를 보라

인도네시아의 재배자들도 커피향미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파치먼트를 맨땅에 펼쳐놓고 말리는 경우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인도네시아의 재배자들도 커피향미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파치먼트를 맨땅에 펼쳐놓고 말리는 경우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사진=CCA>

[아시아엔=최우성 인덕대 교양학부 외래교수, 커피비평가협회(CCA) 서울본부장] “커피에서 흙냄새가 나요~.” 커피테이스팅을 하는 자리에서 종종 나오는 반응이다. 자연건조 과정을 통해 생산된 커피를 다룰 때 빚어지는 일인데, 대부분 커피생두를 맨땅에서 건조시키는데서 비롯된다.

과거 인도데시아의 만델링의 경우 이런 흙냄새가 진하게 났다. 최근에는 다국적 커피회사들이 커피의 생산과 건조, 그리고 수출의 모든 과정을 관리하는 일이 잦기 때문에 커피의 이취(異臭, Nasty smell)는 거의 사라지고 있다. 필자가 2014년 가을 수확기에 인도네시아 아체지역을 방문했을 때, 소작농들 중에도 흙바닥에 커피마대를 깔아놓고 건조시키는 경우는 드물었다. 대부분의 농가들은 콘크리트 바닥에서 커피를 건조시키고 있었다.

커피생두는 프로세싱에 따라서 향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에티오피아의 이르가체프 같은 경우, 수세식으로 가공한 커피생두에서는 와인 향과 꽃향기, 그리고 좋은 산미가 가득하며, 흙냄새는 거의 느낄 수 없다. 하지만 자연건조방식으로 가공한 이르가체프 커피는 수세식과 전혀 다른 풍미를 지니게 된다.

여기에서 한 가지 생각해보고 넘어갈 것이 있다. 커피 아로마에 있어서 흙냄새가 과연 나쁘기만 한 것일까? 커피의 용어 중에서 ‘테루아(terroir)’가 있다. 그 용어는 와인에서 유래된 것인데, 포도원의 토질 등 주위환경을 의미한다. ‘테루아’는 흙 내음 아로마에 기여하기도 하는데, 이 아로마 역시 와인의 과일요소로 간주된다. 커피에서 나는 흙 내음 아로마도 역시 과일의 향의 일종으로 여기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인도네이사 아체 지역의 한 커피가공공장에서 결점두를 골라내고 있는 일용근로자들

인도네이사 아체 지역의 한 커피가공공장에서 결점두를 골라내고 있는 일용근로자들 <사진=CCA>

커피나무는 ‘꼭두서니’과(科)에 속한 코페아종의 식물이다. 변종까지 포함하면 커피나무 종류는 100여 가지에 이른다. 인류는 아라비카, 카네포라, 그리고 리베리카 이 세 종류의 커피원종을 상용화했다. 인류는 이 나무들을 가지고 다양한 유전자를 교접시켜서 병충해에 강한 나무, 생산량이 많은 나무, 향기가 특별히 좋은 커피 등을 만들어냈다. 커피벨트 안에 있는 커피 생산국들은 이 중에서 자기 나라에 맞는 커피 변종들을 통해 커피를 생산한다.

같은 품종이라고 해도, 그 나무를 어디에 심었느냐에 따라서 커피의 맛이 다르다. 이것은 커피열매를 수확해서 프로세싱을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서 맛이 달라지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각 나라마다 토양이 다르고, 환경이 다르며, 그 땅에 있는 영양분과 미생물이 다르기 때문에 종(種)이 같은 커피나무라고 해도 토양에 따라서 맛이 확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커피에서 나는 흙 내음은 결점이 아니라, 그 커피가 나고 자라고 열매 맺은 그 땅의 아로마이다. 그러기에 이것은 커피의 장점이며 그 커피만의 독특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토양이 다른 것이 맛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처럼, 종교도 마찬가지로 그 땅의 토양에 따라서 달라진다. 역사를 살펴보면 모든 종교가 세계화 과정을 거치는 동안 토착세력의 영향을 수용하느냐 아니면 거부하느냐에 따라 변질되기도 하고, 융합하기도 하며, 새롭게 재해석되기도 하였다.

불교가 전파된 중국이나 한반도, 그리고 일본에서도 토착화 시도가 있었고 그로 말미암아 인도에서 시작된 불교와는 많이 다른 불교가 각 지역에서 성행하게 되었다. 기독교도 전파되는 지역에서 토착화하려는 시도가 많이 있었다. 사실 세계 종교들 치고 토착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종교가 있었던가?

커피가 처음 고향인 에티오피아를 떠나 예멘의 모카에 심겨졌을 때, 그 땅에서 독특한 예멘 모카커피가 재배될 수 있었다. 커피가 인도 땅에 순례자 ‘바바부단’에 의해 심어졌을 때 그 땅에서 인도커피만의 독특한 세계가 펼쳐질 수 있게 되었다.

종교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커피의 향기가 ‘테루아’와 깊은 연관성이 있는 것처럼, 종교도 역시 그 땅의 ‘테루아’와 깊은 연관성이 있다. 다른 환경, 다른 토양에 심겨진다고 해도 커피나무의 본성은 달라지지 않는다. 본성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맛이 재해석되어 더욱 풍부해지고 다양해진다. 이처럼 원래 그 종교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핵심적인 진리와 가치는 변하지 않고, 그 땅의 사람들의 기본적인 정서와 영혼의 아름다움을 일깨워 줄 수 있는 종교는 마치 비가 온 후에 땅에서 풍겨오는 흙의 향기처럼, 가장 아름다운 향기를 발하게 될 것이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