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박해 피해 태국 향한 파키스탄 기독교인 수천, UN등록 불구 ‘불법난민’ 신세

[아시아엔=김아람 기자] 파키스탄 전체 인구의 97%는 무슬림. ‘이슬람 국가’로 익숙한 파키스탄이지만 이 곳에도 기독교와 힌두교 등 소수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얼마 전 신드 주(州)정부는 그간 인정하지 않았던 힌두교인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하기도 했지요. 그러나 이들은 여전히 “무슬림으로 개종하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살해협박에 시달리고, 실제로 살해당하는 등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최근 영국 <BBC>는 종교 박해를 피해 태국으로 도망쳐온 파키스탄 기독교인들의 실태를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왜 하필이면 태국을 택했을까?” 하니 단기 여행비자를 발급받기 쉬워 입국이 용이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파키스탄 기독교인들은 이곳에서도 여전히 불안에 떨며 살고 있습니다.?태국 정부가 정당한 사유와 비자 없이 현지에 체류하는 이들을 ‘불법 이민자’로 간주하고 잡아들이기 때문입니다. 태국 정부는 UN난민협약에 참여하지 않은데다, 현재 파키스탄을 포함한 전세계 난민들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단지 유엔난민기구(UNHCR)가 파키스탄 난민들을 조사한 뒤 본국 송환 또는 타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도록 허락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파키스탄 난민들에게는 산 넘어 산입니다. 최근 국제적으로 불거진 난민사태로 UNHCR에서 파키스탄 난민조사 우선순위가 뒤로 물러나게 된 것이죠.

물론 태국 정부도 여기에 불만이 많습니다. 국민들 사이에서도 이슬람 국가에서 온 파키스탄 난민들이 테러에 연루돼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만연해, 현지 정부도 UNHCR에 파키스탄 우선순위를 조정해달라 요청해 놨다고 하네요.

이와 관련, 2년전 파키스탄을 떠나 가족들과 함께 태국으로 건너온 사비르(가명, 25)씨는 “내 망명신청건은 2018년까지 조사가 유예됐다”며 “작년 12월 아내가 잡혀가는 바람에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다른 이들도 사정은 마찬가집니다.

그렇다면 현재 태국에 있는 파키스탄 기독교 난민은 몇 명일까요? 이들은 1만1천여명 정도로 추정되는데요, 미얀마 로힝야 난민 다음으로 많은 숫자라고 합니다. 매달 수백 명이 ‘불법이주민’으로 체포되는데, 작년 3월에는 하루에만 132명이 잡혀가는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종교 박해를 피해 태국으로 도망친 파키스탄 기독교 난민 모습을 담은 영상

당국에 체포된 ‘불법이주민’들은 벌금으로 4천바트(13만7천원)를 내고 수용소에서 지내야 합니다.?<BBC>는 방콕에 위치한 불법이주민 수용소를 잠입 취재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수백 명이 붐비는 수용소 사방에선 아기 울음소리와 소음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수용소에 갇혀있는 이들 대부분은 파키스탄 출신 기독교인으로, UNHCR의 법적 보호를 받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어린 사촌동생과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나짐(가명, 19)은 “이제 UN에 별다른 희망을 걸고 있지 않아요. 신의 은총을 바라고 있을 뿐이에요”라고 말했습니다.

수용소에는 어른뿐 아니라 어린이들도 많은데요,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탓에 오염된 식수와 음식으로 많은 아이들이 설사, 구토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나가려면 보석금 1250달러(152만원)이 필요한데, 건강상의 문제 등 여러 이유로 석방이 시급한 난민을 대상으로 현지 자선단체가 보석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들 중 보석금을 낸 사람들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돈을 내지 못하는 사람들은 곧장 감옥에 가야 합니다. 감옥에서 남성의 경우 삭발을 해야 하고 양 발목에 4~4.5kg 무게의 수갑이 채워진다고 하네요.

UN에 등록된 난민들은 국제법에 따라 보호를 받습니다. 때문에 UN 조사관이 조사를 시작하기 전까지 체류국 정부가 마음대로 체포하거나 수용소에 가둘 수 없게 돼있죠.

국제기구에 등록된 파키스탄 기독교 난민들은 국제기구에 등록돼 있음에도 불구, 태국 당국에 체포 당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이들을 둘러싼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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